안녕하세요. 진오비에서 지난 금요일 귀염둥이 초목 아가를 출산한 엄마에요. 임신 기간 동안 진오비 다른 산모님들과 원장님 글들 보며 많은 도움을 받았어서 저의 뜨끈뜨끈한 출산 후기도 남겨 봅니다.

주말부부였던지라 임신 내내 대전에서 홀로 외롭게 뱃속의 아가랑 지내다가, 34주에 바로 출산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더랬죠. 저희 아가는 36주에 거의 2.9kg로 주수보다 컸고 또 제가 임신성 당뇨 기질이 있어서(확정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식단관리하고 심원장님이 강조하시는 순산체조 해가며 아가가 빨리 나오기만을 기다렸어요.

38주 6일, 기다리던 이슬을 보고 두근두근 아가 만날 생각에 설레다가 그 다음날 새벽 두시, 뭔가가 안에서 휘젓는 것처럼 배가 아프더라구요. 진통 앱으로 재보니 간격이 7-8분이더라구요. 5분 간격이어야 병원을 간다고하니 일단 이불을 쥐어짜며 두 시간을 참은 후 남편을 깨워 짐을 싸고 진통간격이 좁아지길 기다렸지만... 진통이 오히려 감소하더라구요. 그렇게 호들갑스럽던 첫 가진통이 지나가고.. 문제는 그 뒤로 꼬박 이틀을 7-10분 간격으로 가진통을 한거였죠.

5분이 아니니 병원을 가기도 뭐하고 집에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잠을 잘 수도 없는 상황으로 이틀을 좀비처럼 보내다가, 가진통 시작 3일째 아침. 드디어 간격이 5분으로 짧아지고 진통도 더 세진 느낌이었어요. 새벽 두시부터 미친듯이 아팠지만 억지로 억지로 잠을 청하며 아침이 되길 기다렸다 아홉시 땡하고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심 원장님이 내진을 하시는데 웬걸, 아무런 느낌이 없더군요. 이틀 내내 진통을 참다보니 나름 내성이 생긴건지 아픔을 하나도 못느꼈어요. 그리고 두둥, 자궁문이 5cm나 열려있다는 반갑고 놀라운 소식! 세 시간 안에 출산하겠다고 하셨고, 이틀 내내 아팠는데 세 시간쯤이야 하며 진통을 또 열심히 참는데.. 또 진통간격이 다시 늘어나는거에요ㅠ 난 전보다 더 아픈것 같은데 분만할 상황과 멀어지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ㅠ  세시간이 지나서 진통 그래프 보신 원장님도 아픈거 맞냐며.. 계속 이러면 촉진제 써야 할 거라며 내진을 하셨어요. 그런데 두둥, 자궁문이 다 열렸더라구요.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고무줄이 탁 끊어지듯이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게. 얼른 힘을 줘서 뱃속에 고통스런 그것을  빼내고 싶단 생각뿐이었어요. 분만실로 이동해 항문에 열심히 힘을 줬고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도 했지만 진행이 더딘지 다들 분만실에서 나가고 남편과 저만 남았어요. 계속 혼자 힘주는 연습을 하는데 정말 괴로웠어요. 너무 아파 못하겠다며 남편 손붙들고 울었어요. 그리고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원장님과 간호사분 다시 등장.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제 힘 못주면 수술해야된다는 원장님 말씀에 정신이 확 들더라구요.

남들은 애 낳을때 힘들어서 수술해달라고 울고불고한다는데 저는 오히려 수술 얘기를 들으니 절대 안돼! 하는 생각이 확 들더라구요. 제 사전에 제왕절개란 결코 없었어요. 간호사분이 두 주먹으로 배를 일고 원장님이 밑에서 잡기를 한 서너번 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힘주기라는 심원장님 말씀에 제 스스로와 초목이에게   "우린 할 수 있어, 힘내자" 마음속으로 외치며 마지막 끙을 했어요. 그러자 뜨거운 무언가가 쑥.. 우리 초목이가 나왔답니다. 남편이 그러는데 마지막 힘줄 때 하나둘셋 하는데 우리 초목이도 발을 뻥 차서 배가 툭 튀어나왔었대요. 아가가 참 고맙고 신기하지요.

저는 제가 고상하게 애 낳을거라 생각했었어요.. 근데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온갖 괴상한 소리가 입에서 다 튀어나오더라구요. 지금도 남편이 따라하며 놀려요. 그래도 남편 머리채 붙잡거나 꼴도 보기싫으니 나가라 하거나 그런 수준까진 이르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헬멧 챙겨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남편 머리칼은 무사하네요ㅋㅋ

그 후 모자동실 하는 동안 밤에 잘 못자고 힘들긴 했지만 아가와 우리 부부가 살 맞대고 지내면서 서로간에 단단한 끈이 생긴 것 같아요. 아가가 태변을 보지 못해 배가 아픈 듯 울땐 정말 가슴이 아팠고 그렇게 애태우다 첫ㄸ을 봤을땐 그 ㄸ의 질감과 색깔을 감상하며 행복해하던 우리 부부.. 그렇게 진오비에서 엄마 아빠가 되었답니다.

아가가 나올 무렵이면 주변에서 두렵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때마다 전혀, 오히려 기대된다고 말할 수 있었던건 심 원장님과 간호사분들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엔 대전에 가까운 병원으로 가라는 원장님 말씀에 서러워서 진료실에서 눈물콧물 쏟기도 했었지만(ㅋㅋㅋ) 시간이 흐를수록 원장님의 진심과 의사로서 신념을 알게 됐고 무한한 신뢰를 하게 됐답니다.

다시 한번 심원장님과 진오비에 우리 초목이 건강하게 받아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심원장님 너무 일 많이 하시고 늘 만성피로이신 것 같아 건강 좀 챙기셨음 좋겠구요, 임신 기간동안 맞아주신 간호사분들도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직 분만대 트라우마가 잘 때마다 일어서 둘째는 생각도 하기 싫지만.. 둘째를 낳게 된다면 그 때도 무조건 진오비에 올거랍니다. 출산을 기다리시는 진오비 산모님들도 모두모두 순산하실거에요. 힘내세요!! 자연분만, 모유수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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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덕 [2017-02-21 17:51]  zoomooni [2017-02-21 15:32]  오현경 [2017-02-21 07:40]  podragon [2017-02-21 03:58]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오현경 등록시간 2017-02-21 07:4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초목이! 핑크색 산모수첩에 귀엽게 그려진 나무그림이 기억나네요~

대변을 보지않아 걱정하던중에 기다렸다는듯이 응가를 힘차게 하던 꼬꼬마가 어찌나 귀엽던지.
엄마 아빠가 그 ㄸ 을 보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도 스쳐지납니다.
진료실에서 울었다 하시는 분들이 은근 많으시던데
이미 단련되셔서 오히려 분만실에서는 씩씩하게 잘 견뎌내시는것 같아요!

밤에도 열심히 수유하시던 엄마의 노력에 지금쯤이면 모유수유 잘 하고 계실거라 믿어요.
입원기간동안 고생 많으셨고, 초목이와 행복한 육아 이어나가시길 바랄게요.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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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awaken [2017-02-22 21:07]  
#3 김지선 등록시간 2017-02-23 14:0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출산축하드려요 ㅎㅎㅎ
저는 뭐 분만실에서 3층이 떠내려가게 소리지르고 괴성을 지른 경산모인걸요^^;;;;
저같은 사람도있으니 위안이되실련가요 ㅎㅎㅎ
이쁜아가와 몸조리잘하시고 힘들지만 즐거운(?)육아되시길바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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