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제이 허빈 홈페이지)

달의 먼지 (푸쉬에르 드 린느)
말린 꽃 (부케 당탕)
금색의 꽃봉오리 (부통 도르)
회색 구름 (그리 뉘아즈)
자정 때의 푸른 색 (블뤼 누이)
우린 홍차잎 (리 드 떼)
녹슨 닻 (루유 당크르)
불의 땅 (테르 드 페)
버마의 호박 (앙브르 드 비르마니)
커피섬 (카페 데 질)
흑진주 (페를 누아르 )

제이 허빈이라는 프랑스의 잉크 회사에서 만든 잉크의 이름들이다. 여기 적은 것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잉크들이 있으며 이것은 그 회사의 잉크 중 일부의 이름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색의 이름 즉  갈색, 빨간색, 검은색이라고 된 것들은 없다.  이름이 다른 것처럼 실제의 색도 나름 오묘한 색깔을 보여준다. 이 회사는  1670년에 잉크를 만들기 시작하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잉크 제작 회사라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런 특이한 이름도 명성을 높이는데 한몫 했을 듯 싶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자식들의 이름을 "바람의 아들", "꽃이 핀 아름다운 땅" 혹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늑대와 춤을" 등으로 짓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이 중 내가 직접 써본 잉크는 "달의 먼지"라고 하는 잉크와 "흑진주'라는 이름의 잉크다. 달의 먼지는 회색빛이 도는 보라색의 잉크이고 흑진주라는 잉크는 말 그대로 아주 까만색의 잉크다. 달의 먼지의 색이 정말 그런 색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달의 먼지도 지구의 먼지와 다를 것 없이 채도가 낮은 회색일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그래도 회보라빛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달의 먼지라고 하니 좀더 호감이 간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달의 먼지가 이 회사의 잉크 중 베스트 셀러에 속한다고 한다.

뜬금없이 이름도 생소한 회사의 잉크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름 짓기의 중요성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름 짓기는 중요하다. ^^) 내가 캘리그래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 회사의 제품을 홍보해 주려는 마음도 당연히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몸이 찌부듯할 때, 혹은 주변이 온통 안개에 휩싸인 기분이 들 때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주부의 마음과 같다.

5월에 김원장님과 동업을 해지하고 나서 4달째.
그동안 집에 들어가 본 날은 서너번. 더군다나 집에서 잠을 자고 나온 날은 하루도 없이 그저 아이들 얼굴만 잠깐 보고 나온 것이 전부다. 주말 부부도 아니고 월말 부부도 못된다. ㅠㅠ. 집이 병원에서 멀어서 마음 편히 집에서 뒹굴거리다 진통 산모의 연락을 받고 나오기에는 가슴이 너무 작은 탓에 병원 바로 옆의 기숙사에서 지내거나 병실을 하나 빌려서 잔다. 365일 24시간 분만을 담당하는 분만 의사의 숙명이다. 언제 벗어날 지 알 수도 없는 굴레와도 같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이름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의 이름을 지으면서 이름 짓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한번쯤은 겪어 보게 마련이다. 혹은 책을 내면서 책의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고민해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제품의 이름을 정하는 업무를 맡아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름을 지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짓는 사람은 없다. 사람으로 치면 수십년간 불릴 단어이고 제품의 경우에도 짧으면 수년, 길면 콜라라는 음료처럼 백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다. 괴테가 자신의 책 제목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고 짓지 않고 "젊은 한스의 슬픔"이라고 지었다면 우리에게 베르테르라는 단어는 매우 낯선 단어가 되었을 것이다.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해  잇따라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말도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대신 한스 효과라는 말이 생겼겠지만. ㅎㅎ

사람이 평생 살면서 제일 많이 부르는 말은 엄마 혹은 어머니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든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자기 이름일 것이다. 그  중요한 단어를 자기가 짓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조선 시대에는 성인이 되면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말고 자신이나 지인이 지어준 호가 더 널리 쓰이기는 했다. 현대에 와서도 인터넷 상에서는 쓰이는 별명은 이름과 다른 것으로 해서 자기가 직접 짓는다. 자신의 별명이 되었든 직접 지은 책의 이름이 되었든 지으면서 바라는 것은 다 똑같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감정과 함께 오래도록 불리우는 것. 이름 짓기보다 더 힘든 것이 그것이다. 진오비 산부인과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댓글

달의 먼지...는 색도 참 맘에 들더라구요. 뭐든 이름을 갖는 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태명도 그렇고... 이름을 결정할 때도 그렇구요^^ 진오비 화이팅 입니다!!  등록시간 2017-10-24 02:28
이미 많은 엄마, 아빠들에게 진오비라는 이름이 고맙고 좋은 느낌으로 마음 속에 간직돼 있을 거예요. 저랑 남편에게도 그렇고요, 저희는 오히려 드 이름을 너무 늦게 알아 아쉬움이 크지요. 그나저나 산부인과 의사  등록시간 2017-10-1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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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w53 [2023-02-27 13:33]  화징이맘 [2017-10-29 13:39]  ssong [2017-10-25 22:28]  zoomooni [2017-10-24 02:25]  yh3800 [2017-10-18 10:39]  단비엄마 [2017-10-14 16:24]  podragon [2017-10-13 22:09]  양선영 [2017-10-13 05:13]  
#2 podragon 등록시간 2017-10-13 22:1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원장님 정말 오랜만이예요..! 어찌 지내고 계신지 염려했는데..... 그렇잖아도 오늘 이국종 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서 심장님 생각을 했어요...http://m.news.naver.com/hotissue/read.nhn?sid1=110&cid=1021544&iid=36310791&oid=028&aid=0002381676
멀리서 응원만 하는 것도 송구하지만 그래도 건강과 행복, 많은 산모들의 순산을 기원해 봅니다. 원장님, 힘드셔도 풍성한 가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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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해 주신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쌀쌀해 졌네요. 가족 모두 감기 조심하시길...  등록시간 2017-10-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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