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부터 진통이 있었던 산모는 점심 시간을 막 지나서 출산을 했다. 경산모치고는 시간이 오래 걸린 편이기는 했지만 순산을 해서 다행이다. 새벽부터 잠을 설친 탓에 잠이 모자라 몸이 찌부둥하고 눈이 침침하다. 일요일은 외래 진료가 없는 날이니 잠깐 눈을 좀 붙일까 하다 아예 나가서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어디로 갈까 장소를 몇군데 꼽아 보았는데 생각나는 곳이 광화문 교보문고, 합정동 교보문고, 리브로 서점, 서교동 예스 24 중고서점, 합정동 중고서점 알라딘 등이다. 지하철을 타거나 걷거나 모두 병원에서 10분 내지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갑작스럽게 오는 병원 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주 놀러 가는 곳이 모두 서점이라 내가 책을 엄청나게 많이 읽나 보다 착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오해 탓인지 얼마전에 포드라곤 님께서 책을 두권 선물로 보내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서점에 가는 것은 좋아하지만 그리고 종종 책도 사기는 하지만 읽는 책은 산 책의 반도 되지 않는다.ㅠㅠ. 단지 서점에 있으면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한가로이 책이며 문구를 구경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향기 좋은 꽃밭에 오래 머물다 보면 꽃향기가 몸에 배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점에 오래 있다 보면 책에 있는 내용이 저절로 내 머리속으로 전송될 것만 같아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읽지도 않은 책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위 서점들은  바로 얼마전에 다 가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좀 다른 곳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서대문구청 뒤 안산으로 향했다. 지난 여름에 들렀던 것이 마지막이니 벌써 일년도 더 지났다. 거리가 가깝다고 자주 가게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끌어 주어야 가게 되는 건 장소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인  듯 싶다. 엊그제가 여름이었는데  산에는 벌써 가을 기운이 잔뜩 내려 앉았다.


저녁 무렵이라서인지 공기가 꽤 쌀쌀했다. 사실 안산은 산이라기보다는 야트막한 둔덕에 가깝다. 느긋하게 먼거리의 산책을 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이 산책삼아 들르기 좋은 곳이다. 안산에 들르면 항상 찾는 코스는 정해져 있다. 벗꽃길이다. 지금은 벗꽃은 다 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기 때문에 벗꽃인지도 알 길은 없다.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야 가지만 봐도 무슨 나무인지 알겠지만 나와 같은 문외한은 꽃을 보지 않으면 무슨 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지난 봄에 벗꽃이 달려 있었던 것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다.


가을이 오면 잎들은 갈색을 띄거나 자주색을 띄는데 아무래도 단풍이라는 말의 단이 붉을 단이다시피 빨간 잎이 더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찍어 본 사진인데 이 곳은 안산 벗꽃길의 안쪽 작은 호수로 가는 길이다.


호수를 돌아 내려오면 꽃밭을 꾸며 놓은 곳이 있다. 노랗거나 보라색의 꽃들이 군데군데 조성되어 있다. 산책길 옆으로는 작은 개울이 있는데 이 가을에 왠일인지 물이 흐른다. 보통 높은 산이 아니면 지금처럼 가문 철에는 개울이 말라서 물이 흐르지 않는데 어디선가 샘이 솟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 오기 전에 빨간 바람이 든 잎 하나 주어서 노트에 올려 보았다. 어릴 적 (?) 책 갈피에 단풍잎을  꽂아 두었던 것이 생각이 나서 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말린 잎을 전해 줄 사람은 없다. 집에 있는 호랑맘이야 이런 붉은 바람 잎보다는 누런 배추 잎을 더 좋아하므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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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in [2017-10-30 16:49]  화징이맘 [2017-10-29 13:25]  ssong [2017-10-25 20:18]  podragon [2017-10-24 22:21]  zoomooni [2017-10-2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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