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면서 원룸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누군가의 메모를 보니 그 답답한 심정도 이해가 가고 이런저런 생각도 든다.


진통 산모가 있는 날에는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진통 산모가 없는 날에는 병원 옆에 작은 원룸에서 살고 있다. 그곳은 여러 명이 각자의 방에서 지내는 것이지만 공동 생활하는 공간이다보니 옆방에서 나는 세탁기 소리, 혹은 음식 냄새 등으로 신경이 쓰일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소리에 대하여서는 진통 산모들의 비명으로 인해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옆방이나 윗집의 소리로 인해 잠을 깨거나 한 적은 없다. 냄새도 원래는 예민하고 비위도 약한  편인데 병원 아래층의 음식점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그리고 직업상 맡아야 하는 피냄새에 단련이 되어서 지금은 아주 비린 생선 냄새를 빼고는 어지간한 냄새로는 크게 고통 받지 않는다.

사람이 느끼는 감각은 다들 알다시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있다. 시각은 무서운 영화를 볼 때 손으로 눈을 가리는 행동에서 보듯 눈을 감으면 안 볼 수 있는 것이니 쉽게 피할 수 있다. 미각이나 촉각도 먹거나 만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니 내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지만 않는다면 피할 수 있다. 피하기 어려운 것은 청각과 후각이다. 그렇다보니 소음으로 인해 혹은 냄새로 인해  이웃간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청각은 귀를 막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들으면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후각이다. 냄새는 코를 막아야 하는데 잠시야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쉴 수 있지만 장시간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숨을 쉬는 코에 왜 냄새를 맡는 후각 기능이 들어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공기를 통해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이 들어오지 않도록 냄새를 이용해 걸러내기 위한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또는 천적의 냄새를 수시로 맡아서 즉시 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잠시도 쉬지 않는 호흡 계통에 후각 기능을 넣어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냄새 말고도 우리 몸과 관련하여서는 궁금한 것들이 많다. 소변과 대변이 나오는 길이 새처럼 하나라서 소변과 대변을 한번에 볼 수 있었다면 소변을 보려고 따로 화장실을 찾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편했을 것이다. 남자들이 변기에 서서 소변을 보는 탓에 소변이 주위에 튄다고 다툴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변을 보는 길과 2세를 낳는 성기가 왜 아주 가까이 서로 붙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되통수에도 눈이 하나 더 달려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도 궁금하다. 눈이 뒤에 하나 더 있으면 천적으로부터 도망치기도 편하고 뒤에 누가 오는지 번거롭게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되고, 비싼 360도 카메라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말이다. 아참 그렇게 되면 대신 눈이 눌리니까 누워서 자는 것은 곤란하겠다. ㅎㅎ.
여하튼 엘리베이터의 메모가 잠시 생각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이렇게 생각이 이리저리 날뛰는 것을 의학 용어로는 사고의 비약(flight of idea)이라고 한다. 몇몇 종류의 정신병에서 종종 보이는 증세다.ㅠㅠ. 물론 나야 병적인 정도는 아니고 지금은 이런 증세가 많이 나아졌다. 이로 인해 나와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야기가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혼란스럽다고 느끼는 분도 있었을 것이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메모 붙이신 분이 누군지 몰라서 허락없이 무단으로 사진 찍었으며 저작권을 침해할 생각은 없었다는 점 밝혀 둔다. 그리고 혹시 그 분이 볼 일은 없겠지만 그분께 조언 하나 드리자면 안타깝게도 냄새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작 담배 냄새가 올라오게 만든 아랫집은 영향이 없고 엄한 윗집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게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엄한 사람은 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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