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투명펜 이야기를 올렸었는데 오늘은 노트 이야기다. 내가 연필이나 펜 만큼이나 많은 헛돈을 쓴 분야가 노트다. 명품 노트라는 몰스킨 노트, 로이텀 노트, 로디아 노트,  중저가의 무인 양품 노트, 이노웍스 노트, 저가의 아트박스 노트 등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 것치고는 꽤 여러가지 종류의 노트를 써봤다.  노트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노트에 뭐 대단하게 쓸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날 그날의 일상을 간단히 메모하거나 아이디어를 적는다. 노트 중에 현재 가장 마음에 드는 노트는 미도리 노트다. 한 동안 꽂혔던 몰스킨 노트와 미도리 노트를 간단하게 비교하자면  며느리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노트가 몰스킨 노트라면  딸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노트는 미도리 노트다. 몰스킨은 생색은 나는데 내실이 없고 미도리는 얼핏 보면 초라해 보이지만 노트로서는 상당히 높은 질을 가지고 있다. 옛말에 비빔밥 설거지는 딸 시키고 눌은밥 설거지는 며느리 시킨다는 속담처럼 미도리는 딸에게 주고 싶은 그런 노트다.

미도리 노트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는 트레블러스 노트가 제일 유명하다. 나는 수첩이 양쪽으로 쫙 펼쳐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트레블러스 노트보다는 MD 노트를  좋아한다.  미도리 MD 노트는 라지 사이즈, 미디엄 사이즈, 스몰 사이즈가 있는데 책상에서 쓰기에는 라지 사이즈가 낫지만 가지고 다니기는 스몰 사이즈가 제일 좋다.  몰스킨 외에도 국내에서 꽤 알려진 노트는 유니타스 매트릭스 노트다. 유니타스 매트릭스 노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잉크가 번질 정도로 종이질이 아주 안좋다.  미도리에 꽂히기 전까지 마음에 드는 것은 무인 양품 노트였다. 그러나 무인 양품 노트는 아쉽게도 무선 노트가 없다. 무인 양품 노트는  유선 노트, 방안 노트, 도트 노트가 있다.

2018년부터는 출산 후기 쓰시는 분들께 몰스킨 노트 대신 미도리 노트로 선물할 예정이다. MD노트 라지 사이즈를 드릴 예정이며 비닐 커버와  미도리 볼펜을 함께 드리려고 한다. 그렇게 해도 이전에 몰스킨 노트 두권 선물한 가격과 별반 차이는 없다.  미도리 노트가 제일 낫다고 생각하는 이유 첫째는 너무 부담 스럽지 않은 가격이다. 둘째 이유는 잉크가 번지지 않는 좋은 종이라는 점이다. 니는 만년필을 주로 쓰기 때문에 종이질이 좋지 않으면 잉크가 번져 글씨가 굵어진다. 셋째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무인양품 물건을 좋아한다는 글을 전에 쓴 적도 있는데 미도리 노트도 깔끔한 디자인으로 노트에 희미한 음각 로고 외에는 표지에 별 표시가 없다. 그래서 투명 비닐을 씌워도 밉지가 않다. 투명 비닐 덕분에 원하는 색지를 넣어 커버를 장식할 수도 있다.


나는 얼리어답터는 아니지만 신상 전자제품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런 저런 제품의 리뷰를 살펴 보는 일이 많다. 그런 글의 제일 마지막에는 "이글은 OO회사의 제품을 협찬 받아서 쓴 글입니다" 하고  밝히는 글들이 종종 있다. 제품을 무상으로 제공 받고 썼기 때문에 다소간 호의적으로 썼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어떤 글에는 "이 글은 아내의 지원 하에 쓴 글입니다"라고 밝히는  글도 있다. 아무런 협찬 없이 순수하게 평가한 글이라는 의미이지만 왠지 무서운 아내의 눈초리가 술쩍 느껴지기도 해서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미도리 회사의 제품을 무상으로 공급 받아서 쓴 글은 아니다. 아내의 협찬을 받아서 쓴 글도 아니다. 아내가 알면 쓸 글도 없으면서 노트만 사 제끼는 나를 보고 또 쓸데 없는 짓 한다고  화를 낼 것이 뻔하다. 그래서 이 글은 미도리 회사에서는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는 어떤 중년 남자가 아내의 눈을 피해 몰래 사서 쓰는 글이다.  ㅎㅎ



참고로 위 사진에 보이는 것들이 미도리 MD 노트다. 아래 좌측에서 첫번째 노트는 스몰 사이즈 노트로  검은 천을 씌운 것이다. 그 옆은 진오비 산부인과 산모 수첩 표지에도 쓰이는 분홍 색지를 넣은 것이다. 우측의 것은 미도리 볼펜 올리브 에디션이다.

댓글

노트만으로 이런 글을 쓰실 수 있다니 ㅋㅋㅋㅋ 잼있게 읽고 갑니다. 딸에게 주고 싶은 미도리 노트라니... 마음에 확 와닿는 거 같아요^^  등록시간 2017-12-2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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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phne [2018-01-02 06:56]  satieeun [2017-12-30 23:04]  zoomooni [2017-12-29 00:50]  podragon [2017-12-28 11:03]  동민 [2017-12-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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