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는 잎이나 줄기 등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물을 말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선인장류 중에 대부분이 다육 식물에 속한다. 다육이는 키우기가 쉽고 통통한 줄기나 잎 때문에 모양이 귀여워서 키우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집에도 아내가 키우다가 내 팽개쳐둔 벽어연이라는 이름의 다육이가 있었다. 지금은 처가집으로 이사를 들어오는 탓에 아마 어딘가로 버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학생이 다육 식물을  좋아해서 작은 다육이 하나를 온갖 정성을 다해 키웠다고 한다. 키운 지 2년쯤 되었을 때 분갈이를 해 주어야 잘 큰다고 해서 어느날인가 분갈이를 위해 좀 큰 화분을 하나 준비하고 다육이가 몸담고 있던 흙을 걷어 내었다. 흙을 걷어내자 잔털 하나 없는 앙상한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스틱이었다. 다육이는 진짜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였다. 학생은 그런 플라스틱에 2년 동안 열심히 물을 주고 혹시 죽을까봐 마음 졸이고 때때로 햇볕도 쪼이면서 정성을 쏫았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만든 여인 조각상이 아테나 여신의 마음을 움직여 숨을 쉬고 피가 도는 진짜 여인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그 학생이 키우던 다육이는 여신의 눈길을  받지 못했는지  2년동안 기울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그대로였다. 그 학생은 2년 동안 정성껏 키웠던 다육이 아니 플라스틱을 아무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이 이야기는 큰 딸에게 들은 것으로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아무리 살아있는 것과 죽어 있는 혹은 무생물인 것을 구분을 못할까 싶기도 하지만 다육이는 성장이 느리기 때문에 아주  허황한 이야기도 아닐 듯 싶다. 여하튼 살면서 겪게 되는 황당한 일이 종종 있겠지만 그 당시의 그 학생도 비슷했을 듯 싶다.  2년쯤이나 되는 긴 기간을 아무 의미 없는 일로 허송 세월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허망할 것이다.
내가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출산을 돕는 것을 업으로 한지  30년이 넘었다.  다육이를 키우던 학생이  보냈던 2년의 10배도 더 지난 기간이다. 학생은 다육이가 가짜인 것을 알았지만 우리 인간은 자신이 키우는 다육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평생 알지 못한 채 열심히 키우다가 갈 수 있을 뿐이다. 아니 어떤 사람은 자신이 키우는 다육이가 뭔지도 모르고 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삶의 목적이나 모습은 다 다른 것이니까 .

내가 어릴 때 불렀던 동요 중에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로 시작하는 동요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그런 동요를 부르는지 모르겠다. 요즘 와서 다시 떠올려 보니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라기엔 내용이 참 심오하다. 그 동요의 맨 마지막 문장은 "살았니? 죽었니?" 하는 것이다. 내 다육이는 잘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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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petal [2018-01-11 22:13]  동민 [2018-01-08 21:22]  zoomooni [2018-01-08 02:19]  satieeun [2018-01-08 00:58]  daphne [2018-01-08 00:46]  
#2 동민 등록시간 2018-01-08 21:2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다육이 하나 키우세요. 오동통하고 귀여운 애로. ^^

댓글

집도 없고 제대로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라 당분간은 어려울 듯 싶습니다. ^^  등록시간 2018-01-0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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