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란  어떤 것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절력을 잃고 강박적으로 사용할 때를 말하며 다음과 같은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째는  집착과 갈망
둘째는 생리적 내성
셋째는 금단 현상

과거에는 술이나 담배, 마약과 같은 약물에 대하여 중독이라는 말을 썼는데 지금은 범위가 훨씬 넓어져서 도박, 폭식, 섹스, 포르노, 컴퓨터, 일, 쇼핑이나 소비 등에 대해서도 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부터 중독이라고 해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중독처럼 점수를 매겨서 중독 기준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굳이 점수를 매기지 않더라도 어떤 것에 중독이 되어 있는가 아닌가 짐작해 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 물질 혹은 행위를 못하게 했을 때 고통스러운지 아니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진다면 우리가 매일 먹어야 하는 음식이나 들여 마시는 공기도 없으면 당장 괴롭고 나아가 생명을 잃게까지 될 수 있으니 중독의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물질이나 행위, 또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의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중독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음식은 중독 대상은 아니지만 만일  영화 매트릭스에 나오는 알약처럼 음식이라는 것이 생존과는 관계없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그런 상황에서 태어 나서 한번도 밥을 먹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 앞에 한그릇의  밥이 놓여 있는데 만일 한번이라도 밥을 먹으면 죽을 때까지 계속 밥을 먹어야 하고 밥을 먹지 않으면 계속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물론 밥은 때로 맛있는 진수성찬일 수도 있고 먹음으로써 포만감으로 행복에 겨워질 수도 있고 반대로 먹지 않았을 때는 죽지는 않지만 죽을 것 같은 허기 때문에 괴로워해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밥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안 먹고 사는 삶을 택할 것인가?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것이다.

언젠가 한번도 임신한 적이 없는 40대 초반의 여성이 내게 진지하게 질문을 했다. 자신은 한번도 임신한 적이 없으며 당장 임신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여성들의 임신 출산을 많이 보아 왔을 산부인과 의사로서 자신이 임신하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조언해 주고 싶은가 하고 물었다. 임신 출산한 산모가 있어야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의사에게 객관적인 의견을 묻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이미 기울어진 견해이기는 하지만 물어본 분도 그런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임신을 하고 안 하고는 본인의 자유이며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그것도 정답은 없다는 것이 내 대답이었다.  임신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인생의 행로는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임신을 해서 사는 삶은 행복이고 옳은 것이며 임신을 하지 않은 삶은 불행이고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삶을 대하는 철학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일일 뿐이다.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라면 나는 임신 하는 쪽을 권하고 싶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무 것도 안 해보는 삶보다는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임신이라는 것, 출산이라는 것도 한번 해 보는 삶이 덜 지루하고 드라마틱할 것 같아서일 뿐이다.
만일 밥이 중독성이 있는 것으로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면 나는 밥을 평생 먹지 않고 잔잔한 삶을 사는 대신 맛있는 밥이 주는 기쁨과 굶주림이 주는 고통을 함께 겪을 수 밖에 없다하더라도 밥을 먹는 쪽의 삶을 선택해 보았을 것 같다. 혹시 오해할 분이 있을까봐 부연 설명을 하지만 마약의 경우 금지로 인한 고통과 복용으로 인한 쾌락이 엄청나게 있다고 해서 마약을 복용해 보는 쪽을 선택할 생각은 없다. 의사는 마약을 취급하기 쉬운 환경이라 마약에 중독이 되어 문제가 된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중독이 된다는 점이 부작용일 뿐 평생 끊김없이  제공이 된다면, 다른 일체의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면 혹시 먹어볼 지도 모르기는 하겠다. 그러나 그런  약은 아직 없으며 어떤 약도 장기간 노출이 될 경우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

우리가 살면서 취하는 행동에는 음식을 먹거나 숨을 쉬는 것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있고 임신해서 출산을 하는 것처럼 선택이 가능한 것들도 있다. 임신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임신해서 출산하다가 죽거나 아이를 키우다가 죽을 가능성이 더 많다. 모든 생물에게 있어 출산하는 순간은 자신의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는 차원에서 살면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그러므로 임신하고 출산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를 일이다. 국가나 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죽을 때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많이 사람들이 삶의 한 때 무엇인가를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임신하고 출산해서 후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임신하지 않고 출산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임신을 하고 싶지만 못하는 사람도 있고 임신하고 싶지 않지만 임신하는 사람도 있다.  “어머니 왜 날 낳았어요.” 하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록 개똥밭에 구르더라도 이승이 낫다는 사람도 있다.  인간이 생겨나서 현재까지는 후자의 사람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의지로 마감할 수 있는 자살이라는 도구를 통해 점차 인간의 개체수는 줄어서 완전히 절멸했을 것이다.

중언부언이지만 삶의 모습에는 정답이라는 것은 없다. 이쪽 길은 이쪽 길대로 저쪽 길은 저쪽 길대로 다 나름의 의미가 있다. 각각의 길은 그 각각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기쁨과 즐거움,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 그럼에도 굳이 내 의지에 의해 한쪽 길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안 하는 쪽보다는 하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결혼을 안하는 것보다는 결혼을 하는 쪽을, 출산을 안하는 것보다는 출산을 하는 쪽을, 노력을 안하는 쪽보다는 노력을 하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쪽을 선택해도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내 의지와 결심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의 행로가 비틀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내 선택의 결과가 하지 않은 반대편 선택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준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선택해서 얻게 된 것에 대한 결과로 인한 후회의 깊이는 안하고 얻게 된 후회의 깊이보다는 조금쯤은 얕지 않을까 싶다. 현재 나는 의사가 된 것도 후회스럽고 산부인과 의사가 된 것은 특히 더 후회스럽지만 공부를 게을리 하다가 그때 가고 싶었던 의과 대학을 못가서 의사 외의 다른 길을 가면서 힘들게 사는 삶이 되었을 때보다는 덜 후회스러울 것이라고 믿는다.

밥을 먹어서 얻는 포만감과 밥을 제때 먹지 못해서 오는 공복감은 동전의 양면이며 삶의 모습이다. 인간이란 큰 후회라는 왼쪽 귀퉁이와 좀더 큰 후회라는 오른쪽 귀퉁이를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시계추와 다를 것이 없다. 혹은 조금 긍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왼쪽 귀퉁이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오른쪽 귀퉁이에는 불행과 고통이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한 말 “삶은 마치 시계추처럼 본질적인 구성 부분인 고통과 권위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실은 이상한 말이기는 하지만 인간이 모든 고뇌를 지옥으로 추방한 후에는 천국의 권태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도 아마 같은 맥락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하지는 말기를. 반대로 생각하면 현재 공복감이 크다는 것은 밥을 먹었을 때의 포만감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다. 현재 육아 때문이든 무엇 때문이든 엄청 괴롭다면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시계추는 반드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단지 그 진폭을, 언제 반대편 끝에 도달하는지  그 시기를 모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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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dekdsu [2018-04-24 17:24]  gri_da [2018-04-04 21:15]  podragon [2018-04-02 14:56]  zoomooni [2018-03-31 00:52]  hanalakoo [2018-03-30 16:18]  xingxing [2018-03-29 22:51]  satieeun [2018-03-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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