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보는 TV 프로그램들이 몇가지 있다. "세계 테마 기행"등 여행 다큐, "나는 자연인이다"나 "코리아 헌터"  "도시 어부" 같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을 자주 본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서프라이즈도 자주 봤었는데 요즘은 소재가 떨어져서인지  재미가 덜해 예전만큼 자주 보지는 않는다. 가장 즐겨 보는 최애 (요즘 젊은 친구들이 사용한다는 은어로 가장 사랑하는 대상을 의미함) 프로그램은 EBS에서 방영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나눔"이라는 프로그램과 MBN에서 방영하는  "소나무"라는 프로그램이다. 나눔은 주로 아프리카 등 외국의  가난한 가정 소년 소녀를 다루는 프로그램이고 소나무는 소중한 나눔 무한한 행복의 약자로 국내의 어려운 가정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좋아하여 거의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본방은 아니고 주로 다운을 받아서 본다. 물론 방송을 보고 후원 전화를 하는 용기까지는 내지 못했다. 아직 그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내게 없어서라고 변명해 본다. 내가 그런 프로그램에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수술 환자가 진통제에 의존하는 것처럼 답답한 현실에 대한 위무 때문일지 모르겠다.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봄으로써 삶에의 의지를 좀더 끌어 올려 보려는 목적도 있을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실제의 현실을 담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제일 큰 이유일 것도 같다. 정확한 이유는 나도 모르지만 그저 보고 있으면 마음이 짠할 때도 있고 울컥해질 때도 있고 그러면서 보고 나면 마음이 좀 편안해 진다.

사는 것이 고단하다고 느낄 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래 시장을 찾는다던 어떤 소설가 생각이 난다. 시장통에서 사람들이 부대끼면서 장사하고 흥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는다고 한다. 잘 안 써지던 글이 탄력을 받아 써지기도 한다고 들었다. 사람마다 힘들 때 위로를 받는 방법, 기운을 얻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마라톤에 지친 사람에게는 시원한 한 컵의 물이 그런 것일테고 아프리카의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끼니를 때우고 최소한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돈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몇년 전 인도의 꼴까타에 의료 봉사 갔을 때 거기서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니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각종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그들에게는  피부 연고 몇통도 가뭄의 단비와 같을 것이다.
톨스토이가 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하는 소설에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며 인간은 사랑으로 산다고 적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인간은 사랑만으로는 살 수가 없다.  내 경험과 생각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살아본 바로는 인간은 사랑이 없어도 살 수가 있다.  인간이 살아 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육체를 지탱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식량과 정신을 지탱할 수 있는 자존감 혹은 삶에의 의지이다. 그 둘 중에 하나라도 없으면 인간은 살 수가 없다. 톨스토이가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단언컨데 사람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게 있다면 삶이 훨씬 행복하고 달콤하게 느껴지기는 할 것 같다. 사랑은 그렇게 선택 과목 같은 것이지 필수 과목은 아니다. 학창 시절때 다들 느꼈겠지만 어떤 필수 과목도 달콤하지 않다. 주로 선택해서 듣는 것들이 달콤한 것이지.

물론 나는 백년을 살아 보니라는 책을 쓴 학자처럼 백년을 살아 보지도 못했고 그만큼 삶에 대해, 사는 방식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도 않았다. 백년의 반 정도 밖에 살지 못했으니 내 말이 과연 맞는지 확신은 없다. 그러나 빵이 필요한 자에게는 빵이, 자존감이나 의지가 필요한 자에게는 그것을 지킬 수 있는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그런 자존감과 의지를 가지는 사람도 있겠으나 보통은 부모를 포함한 반려자 등 가족 또는 친구 혹은 친한 지인들로부터 그것을 얻으며 때로 잘 모르는 타인들로부터 그것을 얻는 사람도 있다. 주로 공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후자에 속하는데 그런 경우는 아무래도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위태롭다.   즐겨 보는 프로그램 이야기하다 너무 이야기가 산으로 올라갔는데 내 말의 요지는 힘든 순간에 있는 모든 분들이 힘을 내서 건투를 하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격려의 차원에서 함께 감상해 보시라고 지난 주의 나눔 프로그램의 일부를 캡쳐해 올려본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하고 싶어서 돈을 번다고 하는 어떤 이의 글을 보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준행복쯤은 될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해야 하는 사람은 불행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것도 완전한 불행은 아니다. 행복이라고 까지야 말할 수는 없지만 불행의 탈을 쓴 것 뿐 중간 지점쯤은 된다. 좋던 싫던 할 수 있는 일이 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은 아니다. 제일 불행하고 안타까운 사람은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하기 싫은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하고 있는 일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은 하기 싫은 일도 있고 하고 있는 일도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물론 나중에 묘비명에 만족스러운 삶이었다고 쓰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순3,4 모임 분들께서 돈을 모아 아로니아와 영양제를 잔뜩 사서 병원으로 보내셨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사는 것이 점점 힘에 부치고 능력없는 원장으로 병원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한계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왜 산부인과를 택했는지 후회의 마음이 과거보다 부쩍 드는 요즈음이다. 그런 것을 눈치채고 보내신 것이겠지만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그런 선물을 받으면 답없는 고민과 깊은 후회를 덜게 되는 점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디 마음만으로 응원해 주십사 부탁드린다. 내게는 물건보다 마음이 더 큰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마음과 함께 물건 (선물)이 딸려 오면 감사한 마음의 크기보다는 작지만 부담이라는 놈이 함께 따라오기 때문이다.  여하튼 매번 과분한 선물을 받으면서 제대로 감사의 인사도 못 전하던 차에 오늘 글로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 본다. 제 부탁과 감사의 마음이 잘 전달 되었으면 좋겠다.

nanum-201804.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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