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문자로 역사를 기록한 이후의 시대를 역사 시대, 그 전의 시대를 선사 시대라고 한다.  선사시대는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나뉜다. 그 중  석기시대는 기원전 200만년전부터 기원전 8000년 정도로 약 200만년 정도이다. 석기 시대 이후의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는 1만년도 되지 않으니 석기 시대의  1%도  되지 않는다. 200년간이나 이어져 오던 석기 시대에서 어떻게 청동기 시대와 철기 시대로 넘어 갔는지 정확한 과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위에 말한 대로 서술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강사의 말마따나 돌이 없어서 석기 시대가 종말을 고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석기 시대는 물론이고 이후의 철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돌은 지천으로 넘쳐 나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아무런 댓가없이 누리는 태양 에너지처럼 돌도 아무런 댓가없이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돌을 버리고 쇠를 택한 것은  돌로 만든 도구보다 청동기나 철기로 만드는 도구가 더 단단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기가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돌에서 청동이나 철을 제련하는 방법을 알았을 것이고 그런 도구를 가지게 된 사람은 돌을 가진 사람보다 사냥에서든 전쟁에서든 유리했을 것이다. 따라서 돌을 쓰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철을 쓰는 사람이  살아 남아 자손을 남겼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걸어가는 숲의 어느 부분이 길이 되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이 많아 지고 그런 생활 양식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면 그게 역사가 된다.

갑자기 뜬금없이 석기 시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간으로 하여금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와 철기 시대로 바뀌게 한 그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런 패러다임의 전환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지금은 3차 산업 혁명의 연장선 상에서 4차 산업 혁명으로 접어드는 시기라고 미래 학자들이 말한다. SF 소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공 지능이 등장해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하던 바둑에서 최고수를 굴복시켰고 의학 분야에서도  왓슨이라는 인공 지능 의사가 인간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했다는 사례도 들린다.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로보트들이 적지 않아 단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내가 산부인과를 선택한 전공의 1년차이던 1987년 우리나라 연간 출생아 수는 623,831명이었다. 내가 산부인과를 택한 직접적 동기의 하나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출산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고 출산이 저녁 마실 나가는 정도로 간단하고 아무 것오 아닌 일처럼 되기 전까지는 의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안전하게 오래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그런 예상이 착각이라는 것은 이미 10년전에 알았다.  어쩌면 인간이 피임과 낙태라는 방법 혹은 가장 간단하게는 성관계를 피하는 방법으로 임신과 출산을 조절하게 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인류의 미래가 지금처럼 계속 어이질 것인지는 불투명해졌다.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아는 사람의 생명이 자살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확률적으로 더 짧을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물론 자살로 마감하는 생은 불행하고 그렇지 않은 생은 행복하다는 식의 가치 판단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삶에 대하여는 2세를 낳을지 말지 하는 출산에 대한 것이던, 아니면 다른 어떤 것에 대하여 선택권이 가지고 있을 경우 당연한 것이지만 결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어떤 선택으로 현재의 모습이 바뀌는 일은 백투더 퓨처 같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현재의 선택에 의해 미래가 바뀌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돌만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돌과 쇠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이 사냥과 전쟁이라는 생존의 싸움에서 더 유리하다. 그러나 시각을 조금 달리해서 보면 돌만 있는 세상보다는 돌과 쇠가 함께 있는 세상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기가 더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가 없을 때에는  한 인간의 선택으로 수백만명의 인간을 동시에 죽일 수는 없지만 핵무기나 생화확 무기가 생기면서 한 인간의 선택으로 수백만, 수천만의 사람을 동시에 죽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방사능 도구는 핵무기만 있는 것이 아니며 항암 치료제처럼 좋은 방향으로도 쓰인다. 방사능 뿐 아니라 인간이 개발한 많은 도구들은  손해보다는 득을 더 많이 가져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삶은 도구의 발달에 기인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을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의미로 호모 하빌리쿠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구는 양날의 칼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빠르게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쁜 결과도 빠르게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이 도구가 가진 무서움이다.


날카로운 칼을 뾰족한 물건, 깨진 유리 같은 것을 보면 과도한 공포심이 일어나는 정신병리를 첨단 공포증이라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도 그런 것들을 보면 약간은 섬뜩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고 정도 이상으로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로 하여 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 정신 병리 수준이든 그렇지 않은 일반적 수준이든 그런 공포감이 생기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하여 내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날카롭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돌에 대하여 공포감을 가지는 정신병은 없다. 고소 공포증이든 밀실 공포증이나 혹은 대인 공포증이든 무엇인가에 대한 공포는 그것으로 하여 우리에게 해악이 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온다. 문제는 언뜻 봐서는 날카로움이나 위험을 알 수 없는 도구들도 많다는 점이다. 그저 연기만 조금 뿜어내는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많은 연구와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며 담배가 유럽에 전파되던 중세에는 귀족들의 고귀한 기호품이었다.  
인류는 다시 석기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중독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면서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세가 될리는 없다.  4차 산업 혁명이든 혹은 5차 산업 혁명이든 인간은 더 편리하고,  덜 고통스럽게 사는 쪽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는 쪽인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나아가  그것이 인류의 안정적 존속에 더 득이 된다고 단언하지도 못하겠다.

작년 우리나라 총 출산아수는 37만명 정도이고 여성 한명이 평생 낳는 자녀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1.05라고 한다. 둘다 인구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젊은이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결혼을 하지 못하고 출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돌도끼만 들고 다니면서 맹수를 피해 숨어 살던 오래전 우리 조상들도 사는 것이 팍팍했을 것이다. 내 식견이 짧아서인지 모르겠으나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를 봐도 모든 국민들이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면서 편히 살았다는 글을 읽어 보지 못했다. 사는 것이 편한 시대는 없다. 삶은 고해라는 부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는 것은 고통이라는 것은 출산하는 순간만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아기는 태어나면서 운다. 30년 동안 출산을 도우면서 아직 단 한 아기도 웃으면서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다만 현재가 오래전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과거에는 힘들어도 그것이  당연한 것이고 당연하기 때문에 묵묵히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힘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중단하는 사람도 많다. 석기 시대에도 자살하는 사람이 있기는 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거의 없었을 것 같다. 얼마전 부모의 성적 압박에 시달리던 학생이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마침내 부모가 원하던 1등을 하고는 성적표와 함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고 한다  유서의 내용은 "이제 됐어, 엄마?"라는 한 문장이었다고 한다.  공부는 힘든 것이고 1등은 더더군다나 힘든 것이고 나아가 사는 것이 원래 힘든 것이라는 점을 그 학생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그리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더라도 자살하는 방법을 몰랐다면 그런 비극적인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것은 혜택인 동시에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석기 시대보다 철기 시대는 훨씬 위험하고 그렇기 때문에 쇠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것 못지 않게 그 쇠를 다루면서 고민해야할 철학에 대하여도 같은 비중의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나는 미래가 두럽다.  나의 미래도 두렵고 산부인과의 미래도 두렵고 산모들의 미래도 두렵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미래도 두렵다. 아직 그릇이 크지 못해서 인류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까지는 못 느끼고 있지만.....

요즘 페이스북마저 제치고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는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온갖 종류의 도구 사용법, 화장법, 요리법 들이 넘쳐 난다. 어떤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혹은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결과들에 대한 고민의 영상, 이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하는 방법 말고 이쁘게 보이게 화장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화장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혹은 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고민의 영상은 본 적이 없다. 우리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어쩌면 How가 아니라  Why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하는 것보다 왜 돈을 벌어야 하고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 보는 기회도 가져 보아야 한다. 돌보다 강한 쇠를 얻는 방법보다  쇠를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다. 왜냐하면 돌에 대하여도 그런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돌보다 훨씬 강력한 도구인 쇠는 특히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앞으로 점점 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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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eeun [2018-04-27 13:01]  양선영 [2018-04-16 21:40]  daphne [2018-04-16 00:00]  hanalakoo [2018-04-14 22:10]  podragon [2018-04-14 20:46]  
#2 양선영 등록시간 2018-04-16 21:4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늘 심장님 보면 유행을 제대로 알고계신다 느껴져요. 요즘 남편도 유투브에 푹 빠져서 하루종일 연장사용법이나 집만들기 등을 보던데.. 전 유투브를 보고있음 심장님이 떠올라요. 심장님 생방하실때 모습이나 너무나 유익한 컨텐츠 생각하니 심장님이 유투브 시작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 자주합니다! 우리만 보기 너무 아까워요. ㅎㅎ

댓글

우리만 보기엔 넘 아까웠던.....ㅋㅋ  등록시간 2018-04-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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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ragon [2018-04-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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