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 : 2018. 9. 25.
출산일 : 2018. 9. 23.
아기    : 여아, 3.56kg


-------------------반말로 씀을 양해하여 주세요^_^----------------------------



첫째를 처음 만난 순간을 아직 기억한다.

첫눈에 반한다, 각인된다라는 단어를 경험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던 것같다.

그리고 쑥쑥 크는 아기가 아쉬워 둘째를 내심 바래왔다.


저출산이다, 아기 키우기 힘들다, 다들 말이 많았지만,

나에게는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 여러 명을 함께 키우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으로 자라났고

아직은 크게 돈 들 일이 없어서 그런지 힘들긴 했어도 기쁨이 더 컸다.


그런 기쁨과 기다림으로 만난 둘째...

첫째 때 한 번 경험을 해 보아서 그런지 모든 게 수월했다.

특히 입덧이 그랬다.

첫째 때는 진통보다 입덧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둘째 때는 "견딜만 했다."

한 달 정도는 고생했을까... 그래도 올린 적 없이, 굶은 적 없이...

그렇게 창밖의 푸른 나무를 바라보며, 입덧이 지나갔다.

몸에 생기는 변화들도 익숙했다.

모든 것들이 조금 더 수월했다.

직장을 다니며 첫째에게 신경이 분산되었기에 더 수월하게 느껴졌는 지도 모르겠다.

태동도 이 곳은 발이구나, 이 곳은 엉덩이구나, 이곳은 손이구나 할 정도로 잘 느낄 수 있었다.

임신 초반에 전치태반 가능성을 안고 있었고, 아이는 역아나 횡아 자세를 취해 약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왠지모르게 다 잘 될 거야, 이런 믿음으로 임신 기간을 지냈다.


예정일보다 보름정도 일찍 나오지 않을까, 걱정 내지 기대를 했는데,

예정일이 다가와도 기미가 없었다.

몸에는 에너지가 넘쳐 출산 휴가를 낸 이후부터는 집안 청소, 베란다 물청소, 요리하기 등에 열을 올렸다.

예정일 5일 전인 9. 20.(목) 오후 6:00경 평소와는 다른 가진통이 느껴졌다.

강한 자궁 수축.

신랑에게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와달라고 부탁했고, 30분에 한 번씩 가진통이 있는 것같았지만, 또 금세 사라져 없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이번 주말(2~3일 후)에는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금 강한 자궁 수축이 왔다가 사라졌다 했다.


다음 주는 추석 연휴였기에 9. 22. 토요일 일찍 시댁으로 향했다.

첫 아이를 일주일 전부터 시댁에 맡겨 놓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아이는 더 들러붙었다(;;;). ㅋㅋ


그렇게 아이를 보다 보니 저녁은 체한 듯하고 속이 영 거북했다.

손 마사지를 하면서 트름도 좀 하고...(지금 생각하면 출산의 전조가 아니었는가 싶다.)

그렇게 저녁을 지내고, 우리 큰 딸은 잘 기미가 없었다.

피곤한데 자기는 싫어 온갖 짜증을 부리는 큰 딸과 깊은 밤을 지나고 있을 무렵...

"퍽~(소리가 좀 그런가요?)"

출산 후기를 읽다 보면, 양수 터지면 바로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역시 그러했다.

주르륵...하고 양수가 나왔다.

분비물하고는 아주 느낌이 달라 바로 알 수 있었다.

화장실에 가서 확인해 보니 맑은 물이었고, 이슬도 약간 비쳤다(2018. 9. 22. 23:58).

신앙이 있기에.....바로 성호경을 그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큰 딸에게 엄마는 뿡뿡이를 만나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생각보다(항상 현실은 생각보다 담담하다..) 담담하게, 그렇게 차분히 길을 떠났다.

둘째는 일찍 나온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병원에 전화도 없이 바로 출발했다.

(참고로 저의 출산가방을 공개하여 봅니다.)



최근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며, 간소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준비한, 보자기 출산 가방입니다. ㅎㅎ

(사진 올렸다가 삭제하는 법을 몰라 부득이 사진이 3개나 올라가 있네요...... )

가는 길에 병원에 전화를 드리니, 원장님께 말씀 드려 보고 내원 여부를 알려 주신다고 하셨다.

1분이 안되어 다시 걸려온 전화에는,

"지금 오세요~"



첫애 때는 바로 분만실로 가서 진통실은 안가봤는데,

이번에는 진통실로 갔다.

심원장님이 오셔서 내진하시고...3cm정도 열렸다고 말씀해 주셨다.

진통이 심해지면 말하라고 하시고 자궁이 열려 있고 양수가 터졌기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은 누워서 보는 게 안전하다고 하셨다.

탯줄이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ㅠㅠ


'그래..3cm인데 이 정도이면 괜찮다....괜찮다 괜찮다...'


둘째는 좀 쉽게 낳는다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 말을 체험하고 싶었다...!!


아...참자 참자...


나는 뭔가를 위해서가 아니고, 살기 위해 심상화 내지 호흡을 했다.

내가 이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첫째 때 공부한 것이 둘째 때 위력을 발휘했다...

무통주사를 맞으면, 몸은 아파도 내가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

그래..나도 무통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자..(바로 히프노버딩이다.)

난 무감각하다...난 아무 감각이 없다...

감각과 나를 분리한다...

무통주사를 맞고 신랑과 놀고 핸드폰을 하는 그런 산모들처럼...나는 아무 감각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진통을 했다.

파도가 밀려온다...올라 갔다가 내려 간다...

어딘가에서 읽은 한 두 구절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심원장님이 말씀하신 자궁이 열렸고, 탯줄이 나올 수도 있다는 그 한 마디에....

나는 진통 처음부터 끝까지 왼쪽으로 누운 자세 한 자세를 고수했다...

소변도 누워서 보았고, 대변은 다행히 변의가 없었고, 분만까지 괜찮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호흡, 그리고 정신적으로 심상화 내지 진정하는 것 뿐이었다.

첫째 때는 엎드려서 엉덩이를 든 자세로 진통을 했는데, 둘째 때는 심원장님 말씀에 무서워서 누운 채로 꼼짝도 못했다...


점점 강해지는 진통....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 가야 한다....

아직은 참을만 하다...

참을 수 없을 정도까지....못견디겠는 정도까지...


이 정도면....하고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했는데,

"조금 더 있다가 분만실 가실께요........ㅠㅠㅠ"


엉엉엉....


몇 센티인지 물어보지도 못했다...그만큼 진통의 고통에 충실했다.


첫째를 낳아 봤기에, 심상화가 더 잘 됐다.

지금 소중한 내 아기의 머리가 내려 오고 있다.

귀한 내 아기의 소중한 머리가 골반에 걸려 있다...

내 골반이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아기의 머리가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장미꽃 봉오리가 개화하듯...내 자궁의 문이 열리고 있다...





고통은 선명했고, 아기가 내려가는 것도 다 느껴졌다...

아..아직도 아기가 이렇게 위에 있다니...


아기의 머리가 내 골반을 지나려고 내 몸이 아기에게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실상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으나,

그렇게 생각하면 견디기 어려웠고, 그게 사실도 아니었다.

동그랗고 따뜻한 소중한 아기의 머리가 내려오는 중인 것이다...

그러한 인식과 상상이 큰 도움이 되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그러나,

정신줄 놓으면 안된다..

마지막까지 나는 아기에게 문을 열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산도가 타는 듯한 느낌...

이것은 아기가 다 내려와서 질을 통과하는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아기가 나오려고 했다...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해...."

겨우 나온 말에 신랑은 간호사샘을 호출하였고,

분만실로 옮기자고 하셨다. (선생님 놀란 기색이 역력하심...;)



간호사 선생님이 어딘가로 가셨는데, 아기는 나오려고 했다.


심원장님을 불러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말조차 꺼낼 수가 없었다...


첫째 때도 원장님 오시기 전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차마 힘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둘째맘..!!

그래, 한 번 낳아 보자!


힘을 꾹~ 주었으나, 나오진 않았다...


"여보....원장님 불러주세요....."


원장님이 오셨고, 바로 분만 준비를 해 주셨다..


"다 열렸으니, 아기가 나오려고 할 때 힘을 주세요!"


난 기다렸다가 바로 힘을 주었다.

힘! 힘을...


왜냐하면 이번에 안나오고 이 고통을 또 겪는게 싫어서...아주 힘껏!


"힘 그만 주세요! 힘 빼세요! 아기 머리가 나왔어요. 힘 빼세요!"


내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바로 아기가 나왔다....(아직 출산 영상을 볼 용기는 없다..)


나는 힘을 뺐고, 원장님께서 아기가 잘 나올 수 있도록 도와 주셨다...


그리고 아기가 나왔다...(2018. 9. 23. 05:01)



너무 집중해서 고통스러웠고,

너무 집중해서 힘을 주었기 때문일까...

첫째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세상에 나온 뿡뿡이에게 호들갑을 떨며 말을 할 기력이 없었다.

"응 그래~~ 뿡뿡아, 엄마야, 수고했어, 사랑해, 고마워~"

이런 짧은 단어들만 읊조릴 뿐이었다..


회음부는 약간 파열이 있다고 하셨는데,

분만 후 심원장님께서 처치를 해주시는 과정이 꽤나 아팠다...


나름 순산을 했다고 생각한 것은, 아마도 옥시토신이란 호르몬 때문이었는가 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뼈마디가 쑤시고 여기저기 아프다..

이 부분은 난산이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고령 산모이고, 또 모자동실(조리원에서도..^_^) 및 모유수유에 대한 집착 때문에 그럴 수 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난 링겔을 꽂고 있었다...


그래, 진통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난 링겔을 맞고 있었구나...어느 순간 링겔도 잊었던 것같다...


링겔을 맞으며, 아기와 이야기하고 쉬다가,

아이가 목욕을 하러 가자, 기다리다가, 아기, 원장님, 간호사샘과 입원실로 왔다.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컨디션을 계속 체크하셨고,


난 옥시토신 때문인지 약간은 업되고 건장한 느낌으로...

출산에 대한 안도감으로...그렇게 입원실에 들어왔다.



아기는 첫아이와 다른 얼굴이라 낯설게 느껴진 것이 사실이다.

아기는 울지 않았고, 눈을 뜨고 태어난 것으로 기억한다.

간호사 샘이 입에 이물질 제거를 위해 처치를 하자 울었다...

내 목소리를 듣고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졌다.

특히 눈이 넘 작아서 당황스러웠는데, 시간이 지나자 눈이 커졌다...ㅎㅎ



약간 통통하게 태어났는데, 볼살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빵빵했다....



첫 아이 때 완모를 했던 자신감....으로 아이에게 젖을 먹일 거라고 호언장담하였다...

그러나 역시나 모유가 펑펑 나오진 않았고,

아이의 체중이 좀 감소하고, 소변 횟수가 적고 황달이 약간 와서 분유로 약간 보충하고,

남들이 산모 몸을 걱정할 정도로 젖을 물리면서 일주일 정도 고생을 한 후에야, 모유만 먹일 수 있었다.(그래도 첫째 때보다는 젖이 빨리, 많이 돌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 조리원에서 외출하여 진찰을 받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내 몸에도, 아기에게도 큰 문제가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둘째아이라 첫째를 낳고 경험한 드라마틱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는 또 다를 것이다.


첫아이를 돌보고, 둘째 아이를 돌보고, 내 몸을 돌보고,


자매를 돌보며(아직 시작이지만) 내 남매지간, 자매지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고,


또 부모님, 특히 엄마의 젊은 날과 사랑을 되새기게 되곤 한다.


내 삶의 남은 날과, 또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교차해서 상상하며,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나날들...




그리고 생명의 신비와 인체의 신비...에 대해 느끼고 경험하고,


또 타인의 절실한 도움에 감사하게 되는 시기...



이 모든 것의 시작에,


진오비 산부인과가 있었다면, 약간의 과장일까..^^



자연주의 출산 및 진오비 산부인과로 전원을 권유받았던 몇 년 전 그 날 말이다.


만약 진오비 산부인과를 몰랐다면,


남들처럼 비싼 진료가 최고인 줄 알면서 소중한 아기와 나의 건강을 위해 '최고의 병원'을 찾아 다녔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병원의 모든 진료를 수용했을 지도....(제왕절개나 무통주사 등...)


그러면서 정작 분만은 전문의가 아닌 레지던트 의사나 알바하는 군의관에게 받았을 지도 모른다.


나는 추석 연휴 한 밤중에 진통이 와서 꼭두새벽에 분만했기 때문이다...대학병원이라면 담당의사샘께는 분만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나는 감히, 대한민국 최고의 진료를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누구보다 성실하시고 책임감이 강하신 심원장님 덕분에...


평소 진료를 받던,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던 의사샘께, 안전하고 편안하게 분만할 수 있었고, 후처치까지 모두 받을 수 있었다...


(심원장님은 요즘 집에 안들어가시기 때문에 나는 이런 특급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분만한 산부인과 이야기를 시작하면 너무 자랑이 심해서,


이번에는 조리원에서 그냥 조용히 있었다...


누구나, 그 사람에게 맞는 명의에게 진료를 받았을 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아직도 분만하기 전인 산모에게는,


지방 사는 산모에게도 꼭 추천하곤 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기 최근 사진을 첨부하면서, 두서 없는 출산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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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생생한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노산에 심지어 초산이라 모르는것도 많은데.. 이번 후기를 읽고나니 얼굴에 땀이 다 나네요. 아기와 산모 모두 건강하시다니 다행이에요. ^^아기도 참 예쁩니다. 순산을 정말 축  등록시간 2018-10-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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