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예정일을 앞두고 첫째 때의 기억이 희미해 홈피 게시판 글을 다시 찾아봤는데 감회가 새로웠어요.
심장님이 찍어주신 동영상을 볼때와는 또 다른 추억이었답니다.
그리고 홈피에 올라온 다른 산모님들의 후기에서 용기도 얻고, 정보도 많이 얻어서 이번에도 꼭 후기를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남자들에게 군대이야기가 있다면 모든 엄마들에겐 출산이라는 특별한 무용담이 생기는 것 같아요.
모든 출산이 쉽지 않고, 특별하고, 힘든 경험이지만 또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경험이니까요.

첫째 때 양수파수로 꼼짝도 못하고 침대에서 촉진제를 맞는데, 아이는 다 내려오고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한참 고생했던지라
둘째는 양수만 먼저 터지지 않았으면 하고 있었어요.
예정일은 예정일일 뿐이라는 걸 알기에 두 달 전부터 집정리, 아기용품정리를 하고 예정일 보름 전에야 마무리를 하고 이제 좀 편하게 기다려볼까 하고 있었답니다.
그러고 태동검사를 앞둔 새벽, 평소에도 화장실을 자주 가서 짧은 잠을 잤는데 배가 싸아 아파오는 느낌에 자꾸 잠이 깨더라구요.
혹시 진통인가 싶어 진통어플을 켜고 체크를 시작했어요. 20~30분간격으로 30초 간격의 가벼운 진통이 규칙적으로 있었어요. 신랑에게 진통을 알리고 첫애를 맡아줄 여동생에게 연락을 해 마음의 준비를 시켰어요.
마침 오전 10시 40분에 태동검사가 있었기에 첫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병원으로 출발하려는 찰나, 진오비에서 전화가 왔어요.
긴급수술이 잡혀서 오후 2시 이후에 병원에 올 수 있냐고.(아시다시피 진오비에선 일년에 제왕절개 횟수도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데 긴급수술이라뇨;;;; 전 진통중인데 말입니다;;) 진통중인거 같다고 말씀 드렸더니 그럼 12시에 오라고 하셔서 고 짬에 냉장고 정리, 쓰레기 정리를 해놓고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집을 한바퀴 돌아보며 병원으로 출발했어요.
이젠 진통이 15~20분간격으로 새벽보단 좀더 세게 왔어요. 근데 신기하게 버스를 타고 가는 30분간 진통이 한 번도 안 오더니 버스에서 병원으로 가는 동안 10분~15분간격 1분진통이 오더라구요.
병원에 도착해서 태동검사를 20분간 하는데...진통이 한번도 안왔어요...
내진을 하신 심장님은 2~3센치가량 문이 열렸다며 일단 태동검사를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셨어요. 잠시 쉬고 2시에 다시 태동기를 40분간 달고 있었는데 딱 두 번 진통이 오더라구요;;;;
심장님께서 불규칙진통인 것 같으니 일단 집에 갔다가 10분간격으로 진통이 오면 바로 병원으로 오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 9시에 와서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어요.....

오후 3시, 다시 집에 가는 길(예상과 달라 당황스런 맘으로), 스탠바이 하고 있던 신랑과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알리고
오후 4시, 첫애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데 그때부터 10분간격으로 진통이 시작되는거에요...-_-;;;;완전 당황;;;;
(심장님이 전날 경산모가 택시타고 병원와서 1분만에 애기 낳았다며 꼭 10분간격이면 병원으로 오라고 강조하셨더랬죠;;)
당장 다시 신랑과 여동생을 호출해도 신랑은 한시간, 여동생은 두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일단 신랑을 기다렸어요.
(첫째가 겁이 많아서 엄마 주사 맞는 것 도 못보고 우는데다 열감기를 하는 중이라 병원에 데리고 갈 수가 없었어요.
친구집에 놀러가는것도 싫어해서 주변에 맡기지도 못하고 친정시댁 모두 부산이라 도움을 받을수가 없었답니다.ㅠㅜ)

신랑이 5시에 왔는데 그때부턴 5분간격에 1분씩 진통이 오는거에요....
도저히 여동생을 기다릴 수 없어서 신랑을 남겨두고 혼자 택시라도 타려고 나왔는데 하필 퇴근시간이라 택시도 안잡히고;;;
20분을 기다리다 119를 불렀어요,,,그런데 119도 안와서 5분간격으로 4번이나 전화를 했더니 6시가 되어서야 왔더라구요.
콜사인을 못받아서 늦었다며;;
우여곡절 끝에 119를 타고 진오비까지 가는데 퇴근시간 홍대는 어찌나 밀리던지..
그래도 119 사이렌을 켜고 달렸으니 10분만에 도착했지 택시를 탔으면 40분은 걸렸을거에요;
119 침대를 타고 진오비 외래로 올라갔더니 심장님이 바로 분만실로 가자고 엘리베이터를 잡으셨는데 그때 또 진통이 훅!! 와서 신발장 앞에서 오체투지를 1분간 하고, 분만실에 들어갔더랬죠..
분만실에서 옷 갈아입고(분만실 의자에서 오체투지를 또 한번 하고;; 아마 이땐 진통 간격이 3분도 채 안됐던거 같아요)
누워서 분만준비를 하는데 자궁은 이미 다 열려 있다고, 심장님이 아빠의 소재를 물으시더라구요.
전화했더니 병원으로 오는 중인데 10~15분 걸린다는 얘길 듣고 “저 아빠 없이 애 낳을 수 있어요!!” 했더니
심장님이 “아무도 낳지 말라고 안해요. 낳으세요~”라며... ㅋㅋㅋㅋㅋ
다행히 분만대 준비가 딱 마무리 된 시점에 아빠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서 옆 의자에 앉았어요.
그리곤 힘 두 번주고 분만대 누운지 15분만에 둘째 하튼이를 만날 수 있었어요;;

둘째는요, 정말 생각보다 진행이 너무 빨랐어요.
양수가 먼저 터지지 않고, 문도 얼른 열리고, 애기도 내려와 있어서 전 첫째 낳을때보다 훨씬 쉬웠던 것 같아요.
그 덕에 하튼이아빠는 진통하는 엄마 보조를 한번도 하지 않고 탯줄을 자르는 행운을 얻었구요,
대신 심장님은 정말 심장이 쫄깃해지시는 경험을 이틀 연속으로 하셨을 것 같아요
(전날 택시타고 와서 1분만에 애기 낳은 산모, 다음날 오전은 제왕절개 긴급수술, 그날 오후 119타고 들이닥친 저;;;;)

둘째 엄마분들께선 꼭 10분간격으로 진통하시면 병원으로 ‘출발’ 하시구요, 혹 상황이 안되시면 꼭 119 타세요.
전 119 아니었음 길에서 애기 낳을 뻔 했어요;;

둘째까지 잘 받아주신 심장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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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analakoo 등록시간 2018-12-05 06:1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긴박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네요. 둘째는 정말 빠른가봐요. 그래도 첫째만큼 아프겠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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