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의사가 쓰는 출산 후기는 산모께서 올려 놓으신 출산 후기의 댓글로 가름하려 했는데 조금 빠진 부분도 있고, 또 긴 후기를 올려 주신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하여 보완 차원에서 따로 출산 후기를 올려 봅니다. )

2013년 3월 5일.
진료 대기자에 저와 이름이 거의 비슷한 산모가 접수 되었더군요.
제 이름은 중간에 있는 "상"자가 항렬인데 여자 이름으로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이름임에도 같은 항렬의 이름을 가진 산모가 접수되어서 기분이 좀 묘했습니다.
사실 전에는 제 이름과 완전히 같은 분도 있어서 진료실로 모시기 위해 환자의 이름을 부르면서 직원들이 낄낄거리면서 웃은 적도 있는데 그때는 조금 민망하더군요. ㅎㅎ
여하튼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어떤 분이 들어 오시나 내심 궁금 했는데 허걱.....
체구가 작더군요. 그것도 아주 많이..ㅠㅠ
참고로 그날 진료 챠트에 적은 내용을 스크린 캡쳐 한 것이 아래 그림입니다.
당시 제 느낌으로는 흡사 초등학생 정도의 체구랄까?
산모께서 이런 표현을 보시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워낙 솔직한 스타일이고 그리고 체구가 작으면 작은 대로 장점도 있고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는 너무 큰 체구보다는 사실 아담한 체구를 좋아합니다. ^^




잘 순산할 수 있을지, 아니 순산은 고사하고 막달까지 잘 키울 수 있을지 ,아기는 너무 작지는 않을지 등등....
순간적으로 이것저것 뇌리를 스쳤지만 일단 7개월이나 되서 병원을 옮겨 오시게 된 이유도 듣고 또 진찰도 해 보아야 해서 더 길게 생각을 이어 나가지는 못했습니다.
다행히 초음파 검사에서 아기는 그리 작지는 않았는데 산모의 체구를 고려할 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해야 할 지 약간 혼란스럽기도 하더군요.
여하튼 산모와 아기는 아무탈 없이 무사히 잘 버티시나 했는데 임신 8개월이 되어서 조산기가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조산기는 더 심해지지는 않아서 임신 36주까지 도달했지만 아무래도 산모가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하게 순산할 수 있을지 갈피가 서지 않아 대학병원에서의 출산도 심각히 고려 해 보시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면서 진료 의뢰서를 적어 드렸습니다.
분만이 많지 않은 병원으로서 한분의 산모라도 더 받아야 하고 또 일부러 저희 병원을 찾아 옮겨 오기까지 한 산모를 전원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산모와 아기의 안전이 의사로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병원으로 전원하는 것도 고려 해 보시도록 조언 드렸던 것인데 솔직히 고백하지만 산모께서도 그렇게 결정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산모는 1주일이 지난 36주 5일 째 되는 날 세브란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는 다시 오셨는데 그쪽 교수님께서 아무 문제 없는데 왜 대학병원으로 왔는지 모르겠다는 투로 말했다고 하면서 그냥 여기서 낳겠다고 하시는군요.

참 저도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하고 잠시 대학병원(강남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만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어떤 점에서 너무 경험이 없달까 아니면 너무 안이하거나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대학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하는 데에는 그간의 경험에서 우러나서 심사숙고한 것일텐데 말이죠.
아마도 많은 환자와 산모를 보다 보니 짧은 시간에 간단히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어서 그렇지 않은가 싶기는 합니다.
여하튼 이제는 별 도리없이 여기서 분만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예정일을 많이 넘기지 말고, 가진통도 오래 끌지 말고 진통이 오기만을 바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침내 7월 11일.
예정일을 3일 앞두고 산모께서 진통이 있어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자궁문은 3cm정도로 많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진통도 자주 있고 또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산부인과 의사를 하면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많이 도와 주십시오" 하고 마음 속으로 기도를 하는 적이 종종 있는데 그때도 그런 마음이 드는 경우였습니다.
마음 속에 제가 걱정하는 산모(전원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산모)가 개원하여 지금까지 한 10 분 남짓 되는데 그중 몇 분은 전원했고 몇분은 다행히 순산하셨고 한두분은 아직 산전 진료 중이며 심상O 님이 그런 분 중 한분이셨더랬죠.
입원해서부터 출산하기까지의 내용은 산모의 출산 후기와 그 글에 제가 댓글로 달아둔 글을 참고하면 될 것이라 자세히 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진통과 출산 과정 중 조금 특이했던 점은 둘라와 왔다는 점, 수술을 강력히 원하던 산모가 의외로 후반에는 잘 견뎌 주셨다는 점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한번 수술을 생각한 산모는 대부분은 출산할 때까지 계속 수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수술이 모든 것의 해결책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을 하거나 혹은 마취를 해서 이 상황을 잊어 버리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하튼 중간에 잠깐 제왕절개 수술을 요구했던 시간이 한 세시간 남짓이었는데 (어쩌면 실제는 더 짧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제게는 길게 느껴져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도 하고) 그 시간은 산모도 힘들었겠지만 의사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때,
산모가 의사에게 수술을 요구하는 이때,
남편들이 처신을 잘 해야 합니다.
대부분은 진통을 못 견뎌 하다가 산모가 수술을 원할 경우 남편분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입니다.
[좀더 참아보라고 하면서 산모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와 [산모가 힘들어 하니 그냥 수술로 빨리 출산하도록 도와 달라고 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남편분들도 있습니다만.
심상O 님의 남편 분은 아마도 후자 쪽에 조금더 가까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이때 보호자인 남편의 태도에 따라 의사가 취하게 되는 태도도 달라지게 됩니다.
남편도 수술을 원할 경우 고민할 필요 없이 수술을 결정하는 방식, 아니면 산모에 더하여 남편까지 설득해야 하는 애로를 감수하는 방식.
저의 경우 대개는 남편까지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난감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산모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남편이 산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분만을 도운 산부인과 의사는 앞으로 볼 일이 별로 없지만 아기를 낳은 아내와는 평생을 함께 해야 하니 남편들은 진통 중에는 무조건 아내의 의견에 동의해 주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산모들이 수술을 원할 때 남편이 동의해 주지 않고 좀더 참아보라고 할 경우 산모의 눈에서 뿜어나오는 원망의 눈빛은 정말 벽을 뚫고도 남을 정도라는 것을 옆에서 보아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ㅋㅋ.

여하튼 둘라의 도움도 있고 남편의 도움도 있고 무엇보다 산모의 의지력이 강해 다행히 밤 9시 11분에 건강한 남자 아기를 순산했습니다.
흡입기를 통하여 출산을 했기 때문에 완전한 자연주의 출산을 원했던 산모의 바램을 맞추어 드리지는 못했지만 그렇게라도 자연분만을 하고 아기의 건강과 산모의 건강이 확보된 것에 대하여 저는 무한히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많은  산모들이 자연스러운 출산, 의료적 개입이 최소한으로 되는 출산을 바랍니다.
저도 그것을 돕고 싶고 나름 노력을 하는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제일 좋은 출산은 의사는 그저 아기가 방 바닥에 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운 좋은 경우는 제 기억에는 몇번 없기는  하지만. ㅠㅠ
그러나 저는 사실 자연스러운 출산도 좋지만 그보다는 안전한 출산 쪽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출산은 병도 아니고 아주 위험하기만 한 여행은 아니지만 또한 아주 가벼운 소풍 정도도 아닙니다.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는 것이 출산이라는 것인데 그 두려운 길에 대하여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모르는 것이 아직 너무도 많습니다.
20여년간 분만 의사로 살아왔지만 달인은 커녕 지금도 출산 순간마다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고 가슴은 산모의 심장 못지 않게 쿵쾅 거립니다.
전문가로서 실력의 차원에서든, 감정적 불안함의 차원에서든  산부인과 의사로서 처음 분만을 도울 때나 지금이나 사실 별로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여러 다양한 출산 시도를 하면서 자신만만해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잘 모르는 길을 갈 때는 안전한 여행이 되도록 누군가 한 사람은 예측하고 대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는 가이드의 역할을 잘해야 할 것입니다.
겉으로는 산모에게 안심과 안정을 주면서 태연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러 상황에 대하여 걱정하고  고민하고 대비를 하는 것.
즉 물 위에서는 잔잔히 노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 쉼없이 바쁘게 물장구를 치는 오리와 같은 모습.
아마도 그것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맡겨진 숙명과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물론 저는 태연하게 헤엄을 잘 치는 오리가 되지 못하고 미숙해서 걱정과 불안이 얼굴과 말투에 그대로 묻어 나오는 경우가 흔하기는 합니다만....

어쨋든 고마운 의사와 원망스러운 의사가 되는 것은 사실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아주 사소한 판단 미스가 또는 아주 조그만 차이가 순산과 난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건강한 아기와 후유증을 갖는 아기의 경계를 좌우합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그 경계에서 확실히 이쪽에 설 수 있는 묘방을 모릅니다.
그저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믿어 보는 것 뿐입니다.
산모의 의지력을 믿고, 용기를 믿고, 아기의 회복력을 믿고, 남편의 배려심과 이해심을 믿습니다.
아래 사진은 처음 오셨을 때 찍었던 아기의 손 입체 초음파 사진입니다.
이때 이미 아기는 건강하게 순산하도록 엄마에게 파이팅을 외쳤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시길 기원드리는 의미에서 그때의 아기처럼 저도 그렇게 파이팅을 날려 드립니다.
힘들었지만 멋진 여행을 끝낸 산모와 남편분께 그리고 아기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한번의 뿌듯한 여행에 함께 할 기회를 주시어서,
돌팔이 의사라는 자괴감에 빠지지 않게  도와 주시어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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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m840205 [2015-06-07 07:45]  곰이맘 [2015-05-08 06:36]  liebecrom [2015-05-07 14:24]  최현희 [2015-05-02 20:03]  
#2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3-08-13 14:2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원장님 안녕하세요
답글하러 들어오면 보름이가 깨고~ 다시 들어오면 또 깨고... 오늘 드디어 푹 재우고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장님께 출산후기 써달라고 조르면서도 바쁘신 줄 알기에 내심 죄송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길고 세심하게 '선물'을 남겨주시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전 어디서 몇 시에 태어났는지 이외에는 아무런 비하인드 스토리 없는 탄생을 겪었지만(부모님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길래 심각히 고민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는데,그 말씀이 틀릴 거 하나 없는거죠 ㅋㅋ) , 덕분에 보름이는 스스로 귀하고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며 자존감 강한 아이로 자라날 것 같아 벌써부터 행복해진답니다.
때론 힘들고 거칠기도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존감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방문했던 때가 3월이었네요.
대체 이 긴 긴 겨울이 언제 끝나는건가... 막바지 칼바람을 지루해하며 따뜻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던 시기로 기억되는데..
첫 방문 당시, 제 이름을 보시고 매우 반가워하실 줄 알아서 내심 기대했더랬죠.
그런데 당시의 기록과 원장님의 심리상태를 들어보니 반가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꽤 심각하셨던 모양입니다 ^^
남편과 집에와서 진료일지를 다시 보며 원장님이 적어놓은신 '체구가 작음' 과 ' 남편과 함께 옴' 항목에서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게 생각나네요.

저도 그당시의 기록을 꺼내보자면...



==============================================================

2013.3.9 22주 5일,543g의 튼실한 보름이.(진오비로 옮기기 전의 **** 산부인과)

......
그나저나 보름이와 난 건강상 아무 이상 없이 순조로운데, 자궁경부길이가 다소 짧은 듯 하다는 진단에 걱정이다.
4cm이상을 안정권, 2.5cm 이하를 위험수치라고 본다는데 내 수치는 2.82cm.
......
정밀초음파를 마지막으로 출산병원을 정했다.
검사결과에 따라 조산의 우려가 1%라도 있는 한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정하기로 했고, 문제가 없다면 자연출산이 가능하고 회복실의 환경이 안정적인 곳, 그리고 자유로운 모유수유가 가능한 곳 어딘가(진오비 유력)로 정하기로 했다......

==============================================================



다른 이 곳에서 정밀초음파까지 받고 원장님께 옮기게 되었죠.
정밀 초음파 하면서 처음으로 경부길이를 재보게 되었고, 임신 중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일찍부터 진오비에 등록할 생각은 있었지만, 보름이 성별이 그렇게도 궁금해서 성별이 아주 정확해지는 시기인 22주쯤으로 미루게 된 것이었죠.)
어차피 옮길테니 심원장님께 다시한 번 길이를 재달라고 부탁해보고, 두군데 모두에서 짧은 길이 때문에 조산기 판정이 난다면 미련없이 대학병원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을 조산기에 대한 우려로 아주 불안하게 보낸 후, 진오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기록입니다...



==============================================================

2013.3.15 23주 5일, 620g

자궁경부길이가 염려되어, 출산병원으로 정해둔 '진오비'에 내원하여 다시 확인.
2.82cm는 오진이었다!
곡선으로 꺾인 길이를 정밀하게 재도 3.8, 직선으로 압축해서 재도 3.5는 거뜬히 넘더라 ;;
혹시 조산될까 지옥을 오갔던 일주일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자연출산은 지금의 보름이와 나에게 사치구나 싶어 내심 속상했다.
.....
복부초음파에서 질초음파까지, 환자인 내 마음이 안정될때까지 몇번을 재차 확인시켜주시고 안심시쳐주신 심원장님... 한 번의 진료였지만, 무한 신뢰감이 간다.
이 분께 보름이를 끝까지 맡겨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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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길이가 짧지 않음을 재차 확인시켜주셨고, 이런 말씀까지 덧붙여주셨죠.
"키가 작다고 다 난쟁인가요? 사람마다 경부길이도 다 다른데, 어찌 다 같은 수치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습니까?"
아... 좋은 소식에 긴장이 풀리며, 원장님의 극단적인 비유에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겨났답니다^^

이렇게 중기의 조산기 판정은 오진인걸로 결론이 나서 맘 편히 태교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결국 막달쯤 가서 조산기가 오긴 왔었죠.
제 기록을 보니 2013.5.16. 32주 5일, 4주만의 검진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경부길이가 짧아진 걸로 기록되어있네요.
이때부터 정말 힘겨운 침상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봄바람에 취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말 신나게 돌아다녔는데요, 아무래도 무리한 외출과 할동으로 조산기가 온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정상출산이라 일컫는 37주가 되기 전까지 정말 지독히도 활동을 자제했습니다.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누워서 지냈습니다.
원래 타고나길 게으른 성격이라 뒹굴뒹굴 하는게 누구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억지로 누워있어야 하다보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라구요.
소화도 잘 안되고, 그동안 열심히 쌓아 둔 체력도 근육과 함께 무너지는 것만 같고...
무엇보다 보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 고생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흑흑 ㅠㅠ

다행히 최악의 경우는 오지 않았고,이제는 가벼운 후일담꺼리가 된 지난 일이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원장님 글을 통해 짐작컨데, 임신 기간에도 그랬고 제가 진통 중일때도 믿지 않으시는 신까지 동원해 그토록 간질히 기도하셨다니...
골치아픈 산모인 저 때문에 급노화가 진행되신 건 아닌가(원장님 사진을 친정엄마로 오해하신 수진쌤의 글)...살짝쿵 죄송한 마음입니다!ㅋㅋ

7.11 출산 당일.
제 계산으로는 예정일 하고도 4일이 지난 날로 나오는데요, 어찌 예정일 3일 전으로 기억하시는지 원장님만의 계산법이 궁금합니다ㅋㅋ
(참고로 직선으로 잰 경부길이 1.7과 1.8 더한 값을 4.5라고 표기해주시던데... 원장님 계산법의 비밀은 숫자 따위가 아닌 무한 긍정 에너지인가요?)

무통이 아닌 진통주사를 놔달라, 수술해달라 그야말로 가관이었죠.
원장님 말씀 맞아요, 기절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났다가 뿅 하고 되돌아올 수 있다면 최선일테지만 그게 안된다면 마취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더라구요.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상태... 순간 간절히 꿈꿨습니다!
짐작과는 다르게 보름아빠는 전자(좀 더 참아보자)였기 때문에 제 눈에서 느껴지는 살의를 보신 건 아닌가요.
함께 살면서 남편에게 살인의 충동을 느껴본 건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전 운이 따라주지 못해 원장님이 제 아기를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받아만 주시게 해드리진 못했지만, 진오비를 거쳐가게 될 많은 산모분들이 그러한 완벽한 순산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물 밑에서 쉼없이 물장구치는 오리로 비유하신 의사로서의 숙명... 고단함이 느껴지는 매우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주치의의 말 한마디, 표정과 억양 하나하나에서 환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거든요.
그게 부담스러워 원장님께서는 아예 작정하고'포커 페이스'로 일관하시는 건 아닌가요?
개그본능 충만하신 원장님으로서 억누르느라 힘드시겠다... 싶어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ㅋㅋ

보름이의 태아 적 사진인 초음파 사진은 언제봐도 감동이 밀려오는데요, 파이팅하는 저 사진은 발차기를 그렇게도 해댔던 튼실한 다리 사진과 함께 특히나 두고두고 보고 또 보는 사진이랍니다.
보름이가 그랬듯, 파이팅을 날려주시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거듭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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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맘 [2015-05-02 21:44]  최현희 [2015-05-02 20:04]  
#3 심상덕 등록시간 2013-08-13 14:5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아님이 2013-08-13 14:26에 등록
원장님 안녕하세요
답글하러 들어오면 보름이가 깨고~ 다시 들어오면 또 깨고... 오늘 드디어 푹 재우고
...

아 기록을 다시보니 출산일은 예정일에서 4일 지난 날이 맞네요. 제가 진료 기록에 일주일 전 날짜를 보고 착각해서 썼네요.
그리고 임신 후기에 경부 길이는 3.5인데 제가 4.5로 말했나 보죠?
하..
제가 원래 영어나 국어 혹은 국사보다는 논리적이고 분명한 학문이라서 수학을 좋아하고 나름 수학을 다른 과목보다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간단한 수치에서는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ㅠㅠ
다행히도 순산하시고 아기도 아무 탈없이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그런 실수도 용납이 되는 거겠죠. ㅎㅎ
만일 경부 길이가 짧아 조산이 되서 아기의 건강이 심각히 위협을 받는 상황이 초래되었는데 제가 그런 계산 상 착오로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글을 주고 받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믿지 않지만 아무래도 순산의 신이 있기는 있나 봅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고 해서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왕절개는 산모가 좀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아기에게 좀더 안전한 출산법이고 자연분만은 산모는 좀더 안전한 대신 아기가 조금 위험을 감수하는 분만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난산이 되는 분들의 경우 자연분만을 계속 시도하는 경우와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때 남편분들 중에 그렇게 물어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산모에게 더 안전합니까? 아기보다 산모가 더 안전한 쪽으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이죠.
물론 그런 경우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니 당장은 통증 때문에 산모로서야 제왕절개라도 해서 빨리 낳고 싶겠지만 본인을 위해 더 안전한 쪽은 자연분만이라는 것이죠.
아마도 남편분도 그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평소에 쌓인 게 있다고해서 산모가 좀더 고생하길 바라서도 아닐 것이고, 제왕절개가 얼마간의 입원 비용이 더 드니 그걸 아끼자고 그런 것도 아닐테니.....
그러니까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니까 당신이 좀 고생스럽고 회복도 좀 더디다지만 빨리 제왕절개 해서 그냥 낳자"라고 남편분이 말씀하셨다면 아마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더 서운하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말 눈에서 살의의 레이저 광선이 쏘아졌는지 어땠는지 전 잘 모르지만 남편의 격려와 지지도 순산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편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본인이 가장 크게 애쓰고 고생하셨지만....
그리고 보니 원글에서는 산모의 의견을 따르라고 하고 여기서는 산모의 의견에 반하더라도 격려하고 지지하고 기다리라고 하니 또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실 지 모르겠군요. ㅎㅎ
이런 구실로든 저런 이유로든 본인이 마음이 편해지는 쪽으로 생각하시라는 의미입니다. ^^
여하튼 재미있게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기 잘 키우시고 건강에도 유의하시면서 행복한 가정 꾸려나가시길 기원 드립니다.

#4 최현희 등록시간 2015-05-02 20:0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보름이의 출산후기 멋집니다.  ♥
5#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5-05-02 22:0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최현희 2015-05-02 20:06
보름이의 출산후기 멋집니다.  ♥

하하 현희님 덕에 다시 보니 아주 부끄부끄하네요*^^* 왜케 길게 썼을까요 안친절하게스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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