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여 조망하는 일반적인 평전의 서술 방식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취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이라고 하는 어느 여성의 인생에 대하여 10 년에 걸쳐 조사하고 집필할 정도로 아주 사적이고 시시콜콜한 부분까지도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2/3 정도를 읽기까지 도대체 저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일반 대중에게 환상적인 바다의 생태를 전파하고 (1951 년 '우리를 둘러싼 바다' 출간) 아름다운 시인의 감각으로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리려 한(1956 년 '자연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기고) 어느 생태학자의 삶의 이야기로는 책이 너무 두꺼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흥미 지상주의(?) 시대에 결코 재미있지도 가볍지도 않은 이 책을 통해 저자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해주고 싶어 한 것일까 ?

저자가 평전의 서문에서 쓴 대로 '앞으로 펼쳐질 삶을 한층 풍성하게 해 줄 시각 하나는 얻게 될 것이다'라고 하는 그런 자연주의적인 시각의 고양이었을까 ?
물론 이 책은 유능한 환경 생태학자의 이야기이므로 읽는 이로 하여금 환경과 자연의 생태가 가진 중요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관심을 일으키게 하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환경의 파괴에 대한 경고의 목적이라면 책에도 인용되었지만 차라리 W.H 허드슨의 말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단 한 문장이 훨씬 호소력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좀더 심오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데 '무엇보다 레이첼 루이스 카슨의 남다른 점은 결단력이었다.' 라고 하는 책의 첫 문장이 그것을 암시하고 있으며 책의 후반부에서 군데군데 언급되는 투병 생활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평전의 저자가 주목한 부분은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한 여성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면서 보여주는 강한 의지와 용기이다.
심지어 유방암에 걸려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면서도 그런 사실을 감추고 방송 토론회에 나가기까지 하는 삶의 모습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던 살충제의 해독을 알리기 위해 '침묵의 봄'이라는 역작을 펴내면서 레이첼 카슨이 시작한 싸움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용기와 의지가 빛나는 것이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의료인이 마주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에 비하면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그녀의 싸움은 어쩌면 훨씬 쉬운 싸움일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인으로써 원칙을 조금 비켜 쉬운 길을 가고 싶어 하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은 관중도 없을 뿐 아니라 또 자신의 가장 강력한 적인 내부의 자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그녀가 가졌던 그런 결단과 의지가 지금을 사는 우리 의료인에게 얼마나 더 절실히 필요한가 하는 숙제를 남긴다.
그것이 이 두껍고도 재미가 없는 책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레이첼도 죽었고 평전의 이아기도 끝났지만 그녀가 시작한 싸움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흡사 뱀파이어 영화에서 마지막 장면에 죽은 줄 알았던 뱀파이어가 슬며시 눈을 뜨면서 속편을 암시하는 것처럼 책의 마지막 문장은 우리 모두의 싸움도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다.
"오전 7 시에서 오후 4 시까지 주차를 금할 것. 나무에 살충제를 뿌릴 예정임"
#2 심상덕 등록시간 2013-09-24 22:4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 책은 2,3 년 전에 읽은 책이고 독후감도 당시에 쓴 것입니다.
솔직히 이 책은 재미있는 책도 아니고 분량도 많아서 선뜻 읽어 보시라고 권하기는 좀 그렇군요.
다만 레이첼 카슨이 환경 운동 쪽에서 워낙 비중이 큰 사람이라서 한번 읽어 보았습니다.
사실 전 환경에 대하여 그리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닌데, 왜 읽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마 중학생 때 뭣 모르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라는 제목의 책이나 혹은 독일의 철학자 하이덱거의 책들을 읽는 것과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폼 좀 잡아 보려고 하는 거죠.
이를테면 겉 멋 부리기. ㅋㅋ

댓글

부모가 된 이상 환경에 관심이 없을 수가 없어요 ... 환경 뿐 아니라 미코는 아니지만 세계평화, 그 이전에 남북통일.. 모두가 걱정거리이며 관심의 대상이랍니다 ^^; 그나저나, 중학생 때 폼 좀 잡으신 내용 읽자니 스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곡이 귀에 빵빵하게 들리는 듯 하네요 ^^  등록시간 2013-09-24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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