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뒤지다 전에 함께 일햤던 직원의 사진이 있어 카메라로 찍어 올려 봅니다.
97년도에 비번인 날 북한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인가 봅니다.
이때 제 차림이 등산복이 아닌 점 때문에 혹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다 생각할 지 모르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기록해 놓은 메모에 그렇게 써 있으니 맞을 겁니다.
당시에는 제가 등산을 본격적으로 다니던 때가 아니라서 아마 저는 매표소까지만 가서 찍었을 것이고 그때는 지금처럼 등산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등산을 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물론 그때도 저처럼 양복에 구두 신고 등산가는 사람은 드물었지만. ㅋㅋ
두 직원 중 사진의 왼쪽에 있는 직원은 지금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데 김동월(동녁 동자에 달월자임 ^^)이라는 이름이 촌스러워서이기도 하지만 제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몇 안되는 직원 중 한명이기도 해서입니다.
병원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신생아실 유리창과 분만실 벽에 수도 없이 많은 종이를 붙여 놓았던 직원입니다.
이것저것 배워야 할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 선배 직원으로부터 인계 받은 내용들로 노트 종이를 빼곡하게 채워서 적어 놓고 밤잠을 줄여가면서 열심히 배웠던 직원이라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벽을 지저분하게 해 놓아서 제게 혼나면서도 꾸준히 새로 적어 붙이고 또 붙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보통 경험이 없는 초보 직원이 병원에 처음 들어와서 제왕절개 수술에 보조자로 들어오기까지는 보통 1년 이상이 걸리는데 비하여 불과 3개월도 안되서 제왕절개 수술의 보조를 섰을 정도입니다.
또한 그때나 지금이나 직원 이직이 많은 산부인과 의원에서 제가 내보낼 때까지는 나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말했던 직원인데 무슨 일인지는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한 3년인가 4년만 근무하고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가 병원 접게 되면서 그만 두지 않았었나 싶습니다.
사진으로는 남아 있지 않지만 그외에도 기억나는 몇몇 직원들이 있습니다.
제가 은평구에서 처음 개업할 때부터 함께 일하다가 5,6 년 정도 지나 멀리 목포로 시집가면서 그만 둔 직원으로 이지혜라는 직원은 작은 키에 똑소리 나게 일을 처리하고 주변이 지저분한 것은 못참아서 한밤 중에도 깨서 정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성격인 직원이었죠.
물론 단점으로는 성격이 까칠해서 산모나 환자분들과도 말다툼을 하기도 해서 대기실이 종종 시끄럽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제가 소록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한번 만나기도 했습니다.
강진에서 였는지 신안에서 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임주희라는 이름의 직원도 잊히질 않는군요.
제가 은평구에서 잘 하던 병원을 접고 서대문구 홍은동에 재개업하면서 만난 직원인데 제가 보기에는 하도 촌스럽게 생기고 인상도 별로 좋지 않아서 저는 채용하지 말자고 했었지만 아내의 적극적 권유로 채용한 직원입니다.
애교는 별로 없지만 알고보니 성격도 아주 착하고 환자와 산모들에게 잘하고 일도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만났던 직원 중에는 가장 고맙게 생각하는 직원입니다.
원래 이름이 점순이었는데 이름이 창피하다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주희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6년인가 7년쯤 같이 일하다가 제가 분만 접으면서 그만두게 되어서 지금은 은평구의 소아과에서 근무한다고 들었습니다.
노선화라는 이름의 직원은 나이가 좀 있는 기혼의 직원으로 원무실장 역할을 하던 직원이었는데 역시 제가 분만을 접게 되면서 인력 구조 조정으로 그만 둔 직원입니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분들께 잘해서 원장은 무뚝뚝하지만 (그때도 제 별명은 무뚝뚝 대마왕이었음. ㅋㅋ) 그 직원이 잘해 주어서 온다고 할 정도인 분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애교는 별로 없는 대신 제게는 물론 동료에게든 환자에게든 단한번도 화내는 모습이나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 혹은 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성격이 까칠하기 때문에 잠깐 일했던 직원이 아니라 저와 함께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 중에서 제 꾸지람이나 차가운 말에도 불구하고 우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거의 유일한 직원일 것입니다.
지금은 산부인과는 아니고 외래만 보는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만두게 되는 과정에서 서운했는지 다시 오라고 불러도 오지는 않더군요.
일을 잘했거나 환자분들께 친절했던 직원은 아니지만 좀 특이한 직원으로 최은흥이라는 직원도 생각나는군요.
제가 발음이 좀 안 좋기는 하지만 정신 차리고 귀담아 들으면 못 알아 들을 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도 제 지시를 거의 못 알아 들어 제게 무척 혼났던 직원입니다.
알고 보니 어릴 때 병을 알아서 귀가 잘 안들려 보청기를 끼었기 때문이라더군요.
일도 좀 미숙해서 실수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들어온 후배 직원들에게는 엄청나게 무섭게 했다고 하더군요.
근 1년 정도는 제가 나가 주었으면 싶을 정도로 크게 혼내곤 했는데 묵묵히 견디다가 한 8년쯤인가 함께 일하다가 강원도로 시집가면서 그만두었습니다.
처음에 보았을때는 한달이나 견딜까 싶었는데 지금까지 가장 오래도록 저를 도와 주었던 직원이라 기억에 남는군요.
아참 그리고 아직도 기억할 때마다 가슴이 조금 아린 직원 한명이 생각납니다.
한 8년전 쯤 될 것 같군요.
23살 어린 나이로 병원에 왔다가 한 1년인가 근무하고 그만둔 직원입니다.
역시 제가 내보내기 전까지는 끝까지 제 곁에서 저를 도우면서 일을 하고 싶다던 직원이었고 또 성실하고 적극적이라 김동월이라는 직원처럼 일도 빨리 배운 편에 속한 직원이었습니다.
본인이 그만두고 싶어해서는 아니었고 저도 그만두기를 바래서는 아니었지만 어찌어찌해서 그만 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4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지만 본인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서 그리고 저를 위해서 그냥 기억 속에만 묻어 두겠습니다.
하얗게 이쁜 얼굴이었고 항상 검고 긴 생머리를 질끈 묶었던 모습이 뇌리에 밖혀 있는데 루프스라는 병도 앓고 있어서 제게 안타까움을 많이 남겨 주던 직원이었습니다.
어찌어찌에 대하여 너무 궁금해 하실까봐 짦은 에피소드(?) 하나만 알려 드립니다.
그 직원과 함께로는 처음 간 전직원 회식 날에 음식점 식탁 테이블 밑의 제 종아리를 맨발로 살짝 간지러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 모르게 말이죠.
흡사 드라마에 나오는 유혹 장면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그런 성격의 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때는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
이후의 이야기는 비밀. ^^
그외에도 수십명 어쩌면 백명 이상의 직원들을 겪어 보았지만 대부분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워낙 제가 기억력이 나쁘기도 하고 또 짧게는 하루만에 그만두는 직원도 있을 정도로 이직이 잦은 과가 산부인과라서요.
지금은 병원의 덩치가 좀더 커져서 전에 제가 혼자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직원들이 오고가고 해서 앞으로 제가 과연 몇명의 직원들을 더 제 기억에 남겨 두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도 기억에 남아 있을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 2층 외래 파트에 한명, 3층 분만실 파트에 두어명 정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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