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지난 2월의 저희 병원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알려드립니다
언론에 보면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고, 의과대학은 해마다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고......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원이 돈을 많이 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달 벌어 아파트 한채 살돈을 벌었다는 둥, 냉장고가 돈으로 꽉차 있었다는 둥.
과장도 있겠지만 과거 대다수 의사가 지금보다는 훨씬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서 살아 온 것이 지금 의사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게 된 주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뭏든, 지금도 일부 대형 병원이나 성형외과는 월수입이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많은 곳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병원도 진료 과목에 따라, 그리고 규모에 따라 양극화가 심합니다.
아래는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수입과 지출 내역입니다.
물론 다른 병원들은 이와는 조금 다를 것이고 저희 병원에서도 모든 달이 이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지출 부분은 대체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지출은 많지만 수입은 별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 산부인과 병원 경영의 애로를 여러분들이 조금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끄럽지만 올려 봅니다.
수입은 크게 외래 수입과 입원 수입으로 나누어지는데 당월의 외래 현금이나 카드 수입과 전달의 외래 보험 청구액을 합한 것이 외래 총수입이며 당월의 입원 산모의 현금이나 카드 수입에 전달의 입원 산모 보험 청구액을 더한 것이 입원 총수입입니다.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분만 건수는 18건으로 2월의 외래와 입원시 카드나 현금 수입, 1월의 외래 진료 보험 청구액, 1월에 입원 출산한 산모의 보험 청구액, 이 모두를 더한 것이 2월의 총수입입니다.
1월 분만 건수는 29명으로 적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것에 대한 보험 청구분은 2월 수입으로 들어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2월은 분만 건수나 외래 진료일수가 조금 적어서 다른 병원들도 그렇겠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적은 수입이 기록되는 달이기는 합니다.
4월부터는 월 분만이 30건 전후 되는 달이 많으니 지난 2월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계산해서 정리한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병원 총수입은 96,498,846 원입니다.
지출 내역은 다음과 같으며 총지출은 85,560,402 원이었습니다.
2월 지출 내역
1. 초음파 장비 리스료 3,704,900원
2. 병원 대출상환비 3,385,555원
3. 직원 월급 27,103,220원
4. 건물 월세 및 관리비 22,003,968원
5. 직원 국민건강,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연금 등 각종 보험료 4,055,850원
6. 의료 분쟁에 대비한 의료배상공제 비용 2,636,000원
7. 각종 공과금과 소모품, 검사 비용, 약품 비용, 적출물 처리 비용 등 기타 비용은 총 22,670,909원
따라서 저희 병원의 2월 순수입은 총수입 96,498,846원에서 총지출 85,560,402원을 뺀 10,938,444원입니다.
이 금액을 원장 3명이 나누어 가지게 되니 대략 1인당 330만원 정도가 되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개설시와 이후 운영 자금 부족으로 생긴 빚 7억 정도에 대하여 은행 이자가 매월 300여만원 정도 나가니까 집에 가져갈 실제 수입은 거의 없는 것이 됩니다. ㅠㅠ
2월 외 다른 달은 분만이 좀더 많아 이것보다는 수입이 더 되기는 할 것입니다.
대략 분만 한건당 수입은 본인 부담과 보험 청구액 합쳐 100만원 전후되는 것으로 보면 되니 분만이 10건이 더 늘어나면 1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더 생기게 됩니다.
그것을 원장별로 나누면 분만이 10건이 더 늘면 한달에 330만원 쯤은 더 가져가게 됩니다.
그래서 월분만 30건 전후되면 원장 일인당 순수입 600여만원. 월분만 40건 전후되면 원장 일인당 1000만원 전후된다는 것이죠.
물론 각자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를 그 수입에서 지출해야 할 것이구요.
현재 다니는 산모 분들의 예정일로 추정을 해보면 4월부터 9월까지 월 30명 안팎의 출산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때요? 생각보다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죠?
위 수입 지출은 아무 문제가 없을 때 그런 것이고 간혹 의료 사고라도 발생하면 억대 단위 이상의 배상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다음달부터 입원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주원인이기도 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 때문에 직원들을 채용하는 것도 아주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러니 산부인과 의사가 인기가 없고 젊은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기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가 어렵다는 것은 결국은 이 땅의 산모가, 여성이 그만큼 대우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대우 받는 세상, 아름다운 외모를 꾸미기 위해 사회적으로 막대한 돈을 쓰는 사회에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인기가 좋고 대우를 받는 것도 반대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물론 가정적으로 임신 출산은 기쁜 일이고 대우 받는 일이겠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는 아주 작은 출산 장려금 외에는 아무런 혜택도 지원도 없습니다.
말로는 아기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거나 혹은 아이가 곧 국가의 미래다, 초저출산 사회는 재앙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임신이 곧 사회적 매장에 버금가는 사회, 육아에 따르는 막대한 희생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 얼마간의 출산비조차도 버거워 출산 비용이 적게 드는 병원을 사방으로 알아보고 다녀야 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입니다.
여하튼 산부인과 병원이 처한 이런 애로에 대하여 대응해 나가는 방법은 의사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1. 규모를 키워 덤핑을 해서라도 박리다매로 나가는 전략.
2. 비급여 진료나 불법 진료 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
3. 또는 많은 의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산부인과 분만 진료를 포기하고 성형이나 피부 영역으로 가는 전략등등.
물론 저희 진오비 산부인과는 망할 때 망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해 나갈 뿐입니다.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배 부른 사람이 상한 음식을 탐하지 않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 고픈 사람이 굶어 죽을망정 상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새삼 더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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