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하는 화가는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에 많은 여성들이 샤갈이라고 대답한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 대하여 명확히 조사된 것이 있다고 들어 보지는 못했지만 제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남성이 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형태적인 것에 좀더 강하다면 여성은 감성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좀더 강하다는 사실에 비추어 샤갈이라고 하는 화가의 작품 세계가 풍기는 이미지가 젊은 여성의 취향에 맞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왜 소의 머리가 사람하고 같은 크기로 그려졌는 지, 왜 집들이 거꾸로 서있고 사람의 얼굴색이 초록색인지 또는 손가락이 왜 7개인지 궁금해 하지 말아야 합니다. 궁금하기 시작하면 그의 작품집을 손에서 내려 놓아야 합니다. 화가가 전달하고자 한 의미가 꼭 무엇이라고 지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런 시각으로 바라 본다면 샤갈의 그림을 통하여 동심이라든가 순수라든가 또는 열정이나 향수라고 하는 고급스러운 감흥은 얻기 어려울 테니까요.
그러나 샤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샤갈의 그림을 얼마나 많이 보았고 또 그 의미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화가를 물었지 잘 알고 있는 화가를 물은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경우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데 그것은 잘 아는 것이 좋아하는 데 있어서 전제 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하튼 화가 중에서 그런 괴리가 가장 심한 대표적인 인물이 샤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합니다. 고흐에 대해서 아는 작품의 이름을 들라면 "자화상"이라거나 "해바라기"라거나 밀레의 경우 "만종"과 같은 이름을 대는 데 익숙한 사람도 샤갈에 대하여 그의 대표작은 무엇인지 또 그의 그림 중 좋아 하는 그림의 제목이 무엇인지 대답하라고 하면 머뭇거리기 십상입니다. 혹시 "눈 내리는 마을"이라고 대답하지 않는다면 다행입니다. 왜나하면 샤갈의 작품에는 그런 제목의 작품은 없으니까요. "꽃" 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이 예전에 발표한 시 중 "샤갈의 마을에는 3월의 눈이 온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이라는 시가 있었고 그 이후로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카페가 많이 생겨서 간혹 샤갈의 작품 중에 그런 작품이 있나 보다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샤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분 중에는 그런 정도로 샤갈에 대하여 무지한 사람은 없으리라고 보지만 설사 그렇게 무지하더라도 샤갈을 좋아하는데 지장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저는 샤갈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그의 상상력과 자유 분방함으로 샤갈이라는 인간 자체는 좋아하지만 샤갈의 그림이 풍기는 어색함 때문에 그의 그림은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지금은 비교적 나아지기는 했지만 저는 그가 즐겨 사용한 푸른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다가 그의 그림에는 검정색과 흰색의 색조로 인한 것이겠지만 어딘지 우울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갈 수 없는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절망감이나 형태나 원근감의 파괴로 인하여 초래된 괴물스러운 느낌도 즐겁지는 않습니다. 또한 아주 유치하지는 않지만 과도하게 사용한 원색과 그의 작품의 특징 중의 하나인 선의 도드라진 강조 때문에 속이 좀 거북한 증상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즐겨 찾지는 않습니다.
샤갈의 그림을 보고 희망과 향수 또는 순수한 열정을 느끼던 아니면 저처럼 기괴함과 쓸쓸함을 느끼던 그것은 보는 이의 자유입니다. 샤갈을 초현실주의자라고 하거나 표현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그림의 한쪽 면만을 살펴 본 것입니다. 그가 형태나 색깔의 무시등 기존의 질서와 원칙을 파괴하면서 추구했던 바는 이렇게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하게 비춰지면서 어느 한가지 관점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하게 받아 들여지고자 한 것일 지도 모릅니다.
오늘 감상할 작품은 자유주의자인 샤갈의 작품 중 바이올린 연주자와 함께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며 그가 가장 좋아했다는 작품으로 "러시아에게, 당나귀에게, 그리고 타인들에게"라는 작품을 포함하여 그가 그린 자화상들입니다. 맨 위의 그림이 "손가락이 7개인 자화상"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그의 대표적 자화상입니다. 작품의 크기는 세로 126cm, 가로 107cm이며 1913년 작품으로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팔레트를 쥐고 있는 오른손 손가락은 5개인데 비하여 왼쪽 손가락이 7개인 이유는 무지개를 뜻하며 여러가지 색깔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신의 능력과 자유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우측 위에 있는 구름 속에는 그가 평생 그리워한 러시아의 고향마을 비테프스크의 풍경이 그려져 있고 좌측에는 현재 살고 있는 파리의 에펠탑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의 의미는 그 사이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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