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설에는 상상 속의 동물이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하네요.
그 중 비목어(比目魚)라는 물고기와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고 합니다.
비목어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하나 밖에 없어서 항상 한쪽 면 밖에 볼 수 없어서 혼자서는 헤엄을 치면서 살 수 없다고 하며 비익조도 마찬가지로 날개가 하나 뿐이라서 혼자서는 날 수도 없다고 합니다.
사실 "비"라는 한자는 반쪽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나란히라는 의미인데 넙치와 같이 눈이 한쪽으로 나란히 있는 물고기를 보고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후대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쪽으로 나란히 있고 반대쪽에는 없다보니까 그런 상상의 동물을 생각한 것이겠지요.

그래서 비목어나 비익조는 서로의 처지와 같은 다른 상대를 만나서 꼭 붙어 다녀야 서로에게 부족했던 나머지 한쪽 눈이나 날개를 대신하게 되어 마치 두눈과 날개를 가진 것처럼 잘 살아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동물을 소재로 류시화 시인이 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도 있고 노연화 시인이 쓴 비익조라는 시도 있습니다.
물 속에는 비목어가 있고 하늘에는 비익조가 있는 데 땅에는 그런 것이 없을까요 ?
아마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아무래도 잘살지 못하고 절룩거리는 사람.
마음이 반쪽만 남아서 항상 나머지가 허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심인(比心人)이라고 제 맘대로 이름 붙여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을 잘 타고 항상 고독하고 우울하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같은 처지로 마음이 허전한 다른 짝을 만나서 서로 채워 주어야 허전해 하지 않고 잘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자신에게 맞는 나머지 반쪽인지를 알기가 참 어렵다는 것이죠.
눈이나 날개는 바깥에서 보이니까 쉽게 알 수 있지만 마음은 밖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특히 내가 왼쪽 반만 있는데 상대도 같은 쪽 반만 있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온전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나서 살면서 서로 보완 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아픔을 더 크게 만들게 되거나 아니면 아픔을 혼자서 더 많이 느끼게 됩니다.

방향이 같아서 둘다 같은 반쪽만 가지고 있는 사람과 평생을 살게 될 때는 누군가가 180 도 방향을 돌려야 겠지요 ?
온전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경우 반을 뚝 잘라서 없애면 되겠지요 ?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마음의 방향을 돌리는 방법을 모른다는 거고 또 그게 과연 돌려지는 것인지 혹은 마음이 반으로 뚝 잘라지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제일 좋은 것은 처음부터 나머지 반쪽을 잘 만나서 마음을 돌릴 필요도 마음을 반으로 자를 필요도 없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겠지요.
처음부터 자신의 나머지 반쪽을 잘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살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거지만.....

( 예전 저희 병원 산모 수첩의 빈 페이지에 몇편의 시가 적혀 있었는데 그중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라는 시에 어느 산모가 줄까지 치면서 읽은 흔적이 있길래 생각이 나서 써 봤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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