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때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의사가 되기는 했지만 나는 어릴때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아픈 사람을 보면서 동정하는 마음도, 치료를 해서 낳게 해주면 얼마나 보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그저 의사가 될 소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면 호기심이 많고 연구하고 따져보는 성격이 그나마 비슷하다고 해야 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과학자가 되었어야 충족될 소망이었습니다.

어릴적에 나는 궁금한 것이 많았습니다.
생콩과 삶은 콩은 무엇이 차이가 나서 하나는 싹이 나고 하나는 싹이 나지 않는지, 어느 수준으로 뜨겁게 열을 가하면 산 콩과 죽은 콩의 경계를 넘게 되는지, 인간에게만 영혼이 있다면 인간과 영혼이 없는 다른 동물이 교잡해서 생긴 후손에게는 영혼이라는 것이 있을지, 참 궁금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유전 공학이나 생명 공학이 이런 의문을 해결하는 데 가장 적절한 학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제가 공부하던 당시에는 없던 학문 분야이고 비슷한 것이 생물학이나 의학이었기 때문에 그중 의사를 평생의 업으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학 중에서는 그런 연구와 큰 관련이 없는 산부인과라는 임상 과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이런 것들이 궁금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너무 먼길을 돌아 왔기 때문에 아마도 다시는 그쪽 길로 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내게 지금 궁금한 것은 나는 의사로 적절한 사람인가 하는 것, 의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 그리고 현 상태에서 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과는 다르게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차이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보다는 철학적인 호기심이 더 커졌습니다.

과학과 철학의 경계가 정확하게 무언지 잘은 모릅니다.
다만 산다는 문제에 관해서 과학은 살아 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어떤 것인가 하는 이유인 why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철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방법인 how를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이고들 하죠
how에 관심이 많을수록 내가 지금 살아가는 모습, 살아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고민이 점점 커집니다.
그래서 지금은 철학자가 되어도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정확하고 모든 것에 일관하는 차이를 알기 어려운 것처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하는 데 있어서도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산다는 것은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답도 알지 못한채 어느 날 갑자기 떠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그 답을 얻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도 그렇게 되겠지요.
알고 싶은 것이 있고 알려고 하다가 갔다는 것이 그나마 무엇을 알고 싶은지 알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갔다는 것에 비하여 다소 나은 삶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답을 구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궁금해 하지도 말다가 가면 속이 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해득실과 관계없이 오늘도 내 머리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생각은 과연 산다는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문제입니다.
너무 무겁고 수학처럼 분명하고 쉽게 얻어지는 답이 아니기 때문에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증에 시달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시지프스의 숙명처럼 나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 그런 되풀이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되풀이가 삶의 원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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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아맘 [2019-12-14 16:51]  
#2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5-08 01:0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장님도 호기심이 많으신가봐요^^

댓글

그만 좀 궁금해서 덜 피곤하게 살라는... 신의 한수가 아닌 ..신의 선물이네요^^ 전 끊임없이 ????? 이렇게 생긴부호가 따라다녀서 귀찮아 죽겠거든요 ㅎㅎ 왜? 어떻게? 뭐 이런.....  등록시간 2014-05-08 01:13
옛날에는 많았는데 지금은 귀차니즘이 호기심을 이기고 있죠. ㅎㅎ  등록시간 2014-05-0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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