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예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실주의(리얼리즘)에 대한 반항 운동으로 모더니즘이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모더니즘은 기존의 전통에 대한 반항과 과학적 합리성에 대한 중시를 그 근본 바탕으로 제1차 세계 대전을 전후하여 일어난 예술 사조입니다.
미술에서 모더니즘은 흔히 추상주의, 표현주의, 미래주의, 형식주의, 다다이즘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 몇갈래로 갈라진다고 이론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더니즘의 중심, 특히 초현실주의 유파를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하나로 호앙 미로가 있습니다.
그러나 호앙 미로는 그의 자유 분방한 화풍을 고려할 적에 고정적인 유파에 속했다고 보지 않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호앙 미로는 1893 년에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20 세기 후반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화가입니다.
대개의 화가들이 그렇지만 그의 그림도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특이한 화풍을 가진 화가입니다.
그도 초기에는 야수파나 인상주의 화풍을 흉내내었지만 나중에는 선과 면을 사용한 그만의 특징적인 작품 경향을 보였습니다.
중국의 상형 문자와 같다고도 하고 혹은 다이어그램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관되게 관통하는 것은 환상과 동심입니다.
미로는 7세부터 13세까지 매일 같이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던 점도 아마 그의 그림이 동심의 세계에 대한 상상을 전달 해주는 동인이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다양한 초현실주의 기법들을 동원하면서 캔바스의 일부분을 태운다든가 나무나 조개 껍질 같은 재료를 사용한다거나 샌드페이퍼에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등의 기법들을 사용하였는데 이는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에 다름이 아닙니다.
따라서 미로가 택한 초현실주의란 어린 아이로 돌아가서 그 순수한 동심으로 영혼을 순화하자는 호소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아래에 몇가지 초현실주의의 표현 기법들을 적어 놓겠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어릴 때 무심히 흉내 냈던 것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속설처럼 예술적인 열정도 나이가 들면 오히려 원시 혹은 동심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어린아이들의 그림처럼 순수하고 꿈의 세계를 상상하는 즐거움을 주며 생소한 표현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감을 줍니다.
이 점이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다른 화가들과 달리 내가 미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호앙 미로는 자화상이 매우 드문 화가이기도 합니다.
입체파를 흉내내던 시절에 그리던 것 하나하고 나중에 그만의 특징적인 화풍을 추구하던 시절에 그린 몇점 밖에는 보지를 못하였습니다.
예술적 표현의 대상이 주로 자기 자신 혹은 인간의 내면의 고통이었던 고호나 렘브란트와는 다르게 그의 관심은 자신의 내부보다는 외부의 세계를 향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로는 외부의 세계로 눈을 돌렸고 따라서 그 당시 스페인의 대부분의 화가들이 인간의 고뇌와 비극을 주로 다룬 데 반하여 미로는 유일하게 인생을 즐겁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버트란트 러셀이 그의 행복론에 말한 대로 자신의 내부에 침잠하기 보다는 외부의 대상으로 관심을 돌리고 우호적 반응 즉 애정을 가지면 쉽게 불행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아이들에게 친근한 자연주의적인 소재를 아이의 감성과 시각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해도 그리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인간이 끊임없이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상향 중의 하나입니다.
참고로 아래에 몇가지 초현실 주의 표현 기법들을 적어 보는데 이름은 생소하겠지만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보던 방식들입니다.
1. 자동주의(automatisme)
무의식의 세계를 작품에 투영하려는 것으로 의식하지 않고 손에서 자발적으로 흘러나오는 움직임과 형태를 나타내는 방식.
2. 프로타주(frottage)
나무 파편이나 나뭇잎 위에 종이를 대고 연필을 문질러 그림이 나타나게 하는 수법.
3. 데칼코마니(decalcomanie)
종이에 물감을 칠하고 그것을 접었다가 다시 피거나 할 때 나타나는 효과 또는 다른 종이를 그 위에 대고 눌렀다가 뗄 때 생기는 우연한 효과.
4. 데페이즈망(depaysement)
낯익은 물체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 놓으므로써 심리적 충격을 주는 것.
5. 레이요그램(rayogram)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감광 재료 위에 물체를 얹어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명암 속에서 추상적 사진을 찍는 방식.
6. 꼴라주(collage)
인쇄물, 천, 쇠붙이, 나무조각, 모래, 나뭇잎 등 여러 가지 물질을 붙여 구성하는 기법.
7. 오브제(object)
예술과 관련없는 물건, 또는 그 부분을 본래의 일상적 용도에서 떼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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