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7일 아름다운 아침에 아직 잠자리에 있지만 나의 갖가지 상념들은 당신을 향해 달려가오.
때로는 환희에 차서, 때로는 슬프게, 운명이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지를 상상하면서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잇소.
나는 당신과 함께라야 생을 이어갈 의미를 얻소. 그렇지 않다면 나는 생을 부지할 수 없을 것 같소.
나는 당신 영혼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굳게 결심했다오.
나의 천사여.
요즘은 우편마차가 매일 간다는 말을 들엇소.
당신이 나의 편지를 당장 받아 볼 수 있도록 편지를 부쳐야 겠소.
침착해져요.
우리 둘의 존재에 대해 침착히 숙고해야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 거요.
침착히 생각해요.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오.
오늘, 어제, 눈물로 에운 당신에 대한 갈망,
당신, 당신, 내 생명, 나의 모든 것, 안녕.
나를 계속 사랑해 주오.
당신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의 성실함을 행여 잘못 생각지 말아 주오.
영원히 당신의 사랑이 되고자 , 영원히 나의 사랑이 되고자, 영원히 서로의 사랑이 되고자 노력하겠소.
당신의 루드비히로부터"
이글은 음악가 베토벤이 지금도 누군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가 끔직히 사랑했던 불멸의 연인에게 보낸 편지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편지를 포함해서 많은 다른 편지들이 베토벤이 죽은 후 그의 소장품 중에서 발견되었는 데 모두 다 배달되지 않은 편지들입니다.
이처럼 베토벤은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괴로움으로 끊임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 와중에 나중에는 매독으로 청력도 상실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궁핍한 처지에 빠진 채 평생 독신으로 지내다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무렵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합창 교향곡이 만들어집니다.
이 곡은 여러가지로 매우 힘든 시절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에 대한 찬양과 숭배를 그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베토벤의 힘들었던 인생을 옅보면서 산다는 것과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예술 작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명작들은 화가나 음악가 등 그 자신이 가장 괴로운 고통의 순간에 도피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기 위해 토해내는 비명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순간이 아니라 가장 불행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즐거움이 아니라 가장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에 오래도록 인류에게 감동을 주는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비명 소리를 듣고 후세의 인간들이 위안을 받고 기쁨을 느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같습니다.
실상 작자는 그런 의도로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니었을테고 괴롭고 답답한 일상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강력한 희망의 한 표현일 뿐이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러니까 결국 삶은 각자에게 고통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고 그 고통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절실함의 차이가 있을 지는 모르겠는 데 여하튼 고통스러운 여정을 망각하기 위해 발버둥치면서 끊임없이 도망치려고 하는 과정 같은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교적 수월하게 잊어 가면서 사는 사람도 있고 힘들어 하면서 도망도 못가고 괴로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도 고통스러운 여정을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인생은 어쩔 수 없이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걸까요?
베토벤이 그랬던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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