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지 않는
어두운 밤마다
편지를 씁니다

하고 싶은 말 많아
꼭꼭 눌러 편지를 쓰고 또 써도
글씨는 보이지 않고
상처처럼 아픈 자욱만 남습니다

희망이라는 단어도
구석에 조그맣게 써두고 싶지만
내 마음의 편지엔 여백이 없습니다

이장에 못 쓰면 다음장에라도
행복 같은 어색한 단어도
몰래 써두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장은
내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내 맘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밤에 쓴 편지는
가슴에 숨겨 놓았다가 아침에 꺼내어
볕에 말려도
너무 깊이 젖어서
완전히 마르지가 않습니다

단 한마디 말로 온통 쓰인 편지지만
거기에 묻어 있는 절망이
묻을까봐
내 편지는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모드|진오비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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