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로지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유명한 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이라는 시를 쓴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은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싸움을 시작한 사람만이 가치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무엇 때문에 마음 속에서 싸움을 시작했는 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보다 여섯살 연상인 마흔 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 시인 엘리자베스 베릿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하는 2 년 동안의 마음 속 싸움이었을까요 ?
그의 말대로 마음 속 싸움이 다 가치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이 마음과 저 마음이 싸우고 있는 사람은 그 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것을 먹을까 저것을 먹을까 ?
이것이 좋을까 저것이 좋을까 ?
이리 갈까 저리 갈까 ?
이런 것들을 마음의 싸움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 것은 그냥 고민이라고 하면 됩니다.
싸움이란 양편이 온 힘을 다해 서로를 해쳐서 머리 카락이 뜯겨 나가고  주먹다짐에 눈에는 피멍이 들고 입술은 터지고 코에서는 피가 흐르고 고통으로 인상이 우그러 지는 것입니다.
사생  결단으로 물불 안 가리고 상대를 그예 잡아 먹고야 말듯이 짓누르는 것입니다.
싸움이란 그런 것이겠지요.

그러나 다른 이와의 싸움과 다르게 자신의 마음 속에서의 싸움은 어느 한쪽이 쉽사리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머리가 뽑히는 대신  아침마다 머리를 감을  때 한웅큼의 머리가 빠져 나갑니다.
눈에 피멍이 드는 대신 눈주위가 검게 변해 블랙 서클로 나타납니다.
입술이 터지는 대신 입술이 부르틉니다.
코피가 흐르지는  않지만 고통으로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집니다.

마음 속 싸움의 적수들은 둘 다 막강하고 강렬해서 매일 어느 한쪽이 크게 상처를 입고 쓰러져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이긴 상대도 기운이 펄펄 넘치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이쪽이 이겼다면 내일은 저쪽이 이길 지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서 누가 이기든 그들이 싸우는 마음터는 매일 치열한 전투로 이곳 저곳이 움푹 움푹 패입니다.

그리고 마음터에서 뿌리 내린 고통의 나무가 커지고 희망의 나무가 여위었다가 다시 희망이 커지면 고통의 나무가 여윕니다.
내 마음 속에서 싸움을 일으킨 초대하지 않은 자들은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언제 들어와서는 주인 행세를 하며 내쫒으려 해도 쫒아지지가 않습니다.
마음 속 싸움은 가치있는 일인지 모르겠으나 누구에게나 너무도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힘들지만 그런 싸움조차가 내 인생이라는 것을 압니다.
싸우는 동안 내  생명의 샘에서 물이 샘솟아 올라온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샘물로 하여 결국 인생이 풍요롭게 살찌워진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결국 싸움이 있다는 것은 내가 죽은자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마음터에 이는 싸움의 먼지는 눈을 따갑게 하고 숨쉬기 힘들게 하지만 내 인생의 소중한 알갱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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