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과 의원의 유혜영원장 님께서 쓰신 핀잔쟁이 환자라는 글 입니다. 외래에 앉아있으면서 틈틈히 짧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에 글을 읽으면서는 아 내가 칭찬받으면 더 잘 할 수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 유원장님께서 마무리지으신 글을 보면서 나도 칭찬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었어요~! 오늘 당장부터 옆에있는 선생님들을 칭찬해야겠어요 !^^
유진쌤~오늘따라 아름다워보이세요 호호홍 *>0<*

핀잔쟁이 환자

유혜영
유안과의원 원장

우리병원 건물 8층에 73세의 남자분이 있다. 약간 마른듯한 홀쭉한 체구에 이마는 머리가 훌렁 벗겨져 위로 올라가 있고, 움푹 들어간 뺨에서는 깐깐한 성격이 엿보이는 분이다.그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또 왔으니 한번 봐 주쇼!” 하고 눈을 깜빡인다.
“어떠신데요?”
“맨날 똑같지뭐 눈이 뻑뻑해.
“연세가 있으시니까 눈이 메마르기도 하시겠네요.
“내 나이가 어때서?
정색을 하면서 눈을 흘기는 바람에 민망하여 말을 잇지 못하겠다.
지난번에도 “많이 좋아 지셨습니다. 하자 “그럼, 치료다니는데 좋아지는게 당연하지!”하여 날 어이없게 만들더니 오늘 또 나를 당혹하게 만들고 간다. 이 환자가 오면 매번 꼬투리를 잡힐까 신경이 쓰여 말조심하지만 그래도 그때마다 무안당하기 일쑤인데, 한달이면 한두 번씩은 찾아오니 난감하기 짝이 다. 그가 다녀간 날은 한참동안 우울해진다.
10년이 훨씬넘게 단골인 중년의 환자는 가만히 있으면 멀쩡한데 눈을 비비거나 만지면 찌를 듯이 아프단다. 윗눈커풀에 염증이 심해 피부가 갈라져있었다. 이렇게 염증이 심한데 살이 갈라지도록 내버려두시면 어떡하느냐고 무안을 주고 보낸 다음 날, 환자는 환하게 웃으며, “많이 좋아졌어요. 선생님은 마술사 같습니다. 어이우, 이런! 술을 감히 마술이라해 죄송합니다” 한다. 이런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다. 이렇게 환자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나는 의사로서 자질이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몸 편한 환자들이 어떤투정을 부려도 감싸안고 보듬으며 마음을 달래줘야할 텐데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으니 도를 더 닦아야겠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시프로스 섬에 조각을 잘하는 피그말리온 왕이 있었다. 그는 아름다운 여인상을 만든 후 그 조각상에 반해 진심으로 그것을 사랑하게 되다. 끊임없이 조각상을 아끼고 만지던 어느날 그가 조각상에 키스하자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며 조각상은 생명을 얻게 되었다. 그의 사랑에 감동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이를 ‘피그말리온 효과’ 라 하며, 이는 타인이 기대하거나 관심을 가지면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어 좋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심리학 용어이다.
1960년대에 히트한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는 그리스 시노하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바탕으로 한 버나드 쇼의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런던에서 한 음성학 교수가 천한방언을 쓰는, 꽃파는 아가씨를 데려다 교육하여 세련된 숙녀로 변화시키면서 그녀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힘들어 못하겠다는 시골 아가씨를 그는 사랑과 배려로 이끌어 어려움을 이겨대게 하였다. 만일 그때 그 교수가 엄하기만 한 주입식교육을 했다면 그녀는 도망가고 말았을 것이다.
실제로 1968년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로버트 토젠탈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능검사를 한 후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20퍼센트의 학생을 뽑아 그 명단을 교사들에게 주며 지적능력이나 학업 성취력이 좋은 학생들이라고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지능검사를 다시 한 결과 명단의 학생들이 일반 학생들 보다 평균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학교 성적도 높게 나왔다. 교사들의 기대와 관심으로 학생들의 학습결과가 좋아진 것이다. 이를 ‘로젠탈 효과’라 하며,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교육계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칭찬을 받으면 누구나 좋아한다. 의사는 환자의 칭찬 한마디에 보람을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실을 지키게 된다. 마술사라는 말 한마디에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좋으라고 한말인 줄 알면서도 그 환자가 오면 항상 마술사가 생각나 그 기대에 부응하기위해 어떤 환자에게보다도 더 최선을 다하게 될 것만 같다.
말은 상대적이다. 서로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하게 된다. 칭찬을 받거나 존중을 받으려면 내가 먼저 그런 행동을 해야 한다. 남이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먼저 남을 칭찬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한다. 내가 먼저 환자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뭔가 못마땅해 하는 환자들이 기분 나쁘게 말할 수도 있는데 그런 말에는 너무 상처받지 말고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면 된다.
환자에게서 피그말리온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 따 생각해 보았다. 아파하는 환자와는 처음 애기를 나눌 때 부터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러시군요, 아프셨겠습니다!”라고 맞장구 치면서 마음을 풀어줬고, 환자가 힘들어하는 검사를 할 때는 조금만 참으세요. 지금 잘하고 계십니다. 잘 하셨어요!“하며 환자를 격려해 보았다. 잘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아파도 더 잘 참으려고 하지 않을까? 그냥 참으라고 하는 것 보다 잘 하고 있다고 말 한마디 하는 것의 효과를 기대해 본 것이다. 얼마 전 30대 환자를 수술하고 나서 ‘잘 참으셨습니다. 아주 잘 하셨어요” 했더니 “어머니 같으셔서 편안했어요” 했다. 그때 이후부터는 젊은 환자들을 내 자식처럼 대해 보니 나도 편하고 환자들도 훨씬 좋아하는 느낌이다. 어머니 같다는 말 한마디가 역으로 나 자신을 어머니 답게 만드는 효과를 본 것이다.
눈꺼풀에 국소 마취를 할 때 “마취약이 들어갈 때 따끔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 따끔! 따끔! 아주 잘 하셨어요!” 하면서 환자를 안심시키며 할 때와 바쁘다고 그냥 주사기를 쑥 꽂을 때 환자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나 반성하며 이제는 내가 먼저 칭찬의 말을 자주 한다. 그때마다 나도 기분이 같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심지어 식물도 더 잘 자라게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올 때마다 내게 핀잔을 주는 8층 환자에게는 어떤 칭찬을 할까 고민중이다.

유안과의원 원장 /전 대한 안과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재무이사/ [한국신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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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덕 [2014-06-09 17:22]  
#2 심상덕 등록시간 2014-06-09 17:2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올리느라 수고했어요.
그리고 물바가지에 이파리 하나 띄운 것처럼 급하게 읽지 않고 멈칫하고 한 템포 쉴 수 있게 중간 중간 오자도 넣어주어 고마워요.
또 무슨 글이든 퍼와서 올릴 때는 출처를 반드시 밝히고 올려야 되는데 생략함으로써 내가 이거 저작권 침해로 소송당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긴장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서 등줄기가 시원해지니 더운 여름날 이렇게  고마울데가 없어요.
생뚱맞게 갑자기 유진쌤 아름답다고 하여  유진샘한테는 칭찬이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도매금으로 까 주므로서 다른 직원들이 외모를 단정하게 하는데 일조할 것 같아 원장이 할일을 대신 해 주니 그 또한 고맙고.
여하튼 여러가지로 고마워요~~ 혜민씨.

참고로 이글은 계간지 DAVINCI 봄호에 있는 글이예요.
긴장감이 고맙긴 한데 그래도 저착권 침해로 감옥에 붙들려 가는 건 피해야 겠지? ㅎㅎ

뱀발:
뽀샵 아바타 사진은 충분히 보여 주었으니 이제 실물에 가까운 사진으로 바꾸어야 할 때 되지 않았나?

댓글

심장님 답글에 귀여벙 샘에 대한 무한 귀여벙(마치 손자 대하듯 ..)과 무료한 저녁시간에 대한 무한 심심함이 묻어납니다 ^^ 어쩜 그리 한글자 한글자에 진심어린 딴지를 거실 수 있는지... 심장님 쵝오!  등록시간 2014-06-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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