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 합격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어느 대담 기사를 보니 의대를 지원하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친구들이 묻는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실제로 돈을 많이 버는 직업도 아닐 뿐 더러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택하는 직업도 아닌데 젊은 학생들이 그렇게 알고 있고 또 그런 이유로 의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은 현재 의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어디에 놓여 있나 하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어떠한가 하는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어둡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뇌라는 소설에서 인간으로 하여금 행동을 하게 하는 동기로 저자는 고통으로 부터 벗어 나고자 하는 욕구, 두려움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욕구, 식욕처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원초적인 욕구, 안락함과 같은 부차적인 욕구, 의무감, 분노, 성애, 마약과 같은 습관성 물질, 개인적인 열정, 종교, 모험, 최후의 비밀에 대한 약속 등 총 13 가지를 들었습니다.
마지막의 최후의 비밀에 대한 약속이야 저자가 소설의 모티브로 든 것이라 제외하더라도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동인에 의해 우리 인간의 행동이 이끌어 진다고 볼 때 그중 수단으로써 돈이라고 하는 것이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돈은 고통이나 두려움으로 부터 벗어 나게 해 주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고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안락함이나 모험 등 위에 열거한 동인들 중 매우 많은 부분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젊은 학생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돈을 추구해야 할 가치 또는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동인 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놓았다고 해서 마냥 비난만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 말고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다른 가치도 많은 데 사람들은 유독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너무 큰 비중을 두고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뇌를 쓴 저자는 모르고 있었는 지 아니면 소설의 전개상 별 의미가 없어서 였는 지 알 수 없지만 기술하지 않고 넘어간 인간 행동의 동인 중에는 양심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긍지라고 해야 하나 적당한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돈과 같은 물질적이고 육체적이고 말초적인 것 말고 보다 고차원적인 동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써 제가 제왕절개를 원하는 산모를 순산을 하도록 설득하는 힘 또 다른 많은 의사들이나 그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면서 수고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행동을 하게 하는 동인.
의무감이나 사명감과는 다소 다르고 막연히 개인적인 열정이라고 너무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는 좀더 무거운 의미.
저는 그것을 존재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표현하고자 합니다.
의미가 언뜻 와 닿지 않을런지도 모르겠으나 기는 벌레로 태어났으니 열심히 기어야 하고 뛰는 짐승으로 태어났으니 열심히 달려야 하고 나는 새로 태어났으니 열심히 하늘을 날아야 하는 것처럼 인간으로 태어 났으니 열심히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할 때의 그런 인간답게라는 단어가 풍겨 주는 의미로써 말입니다.

위에 든 동인들 중 많은 것은 인간이나 벌레나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힘이라고 할 때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는 종교도 그렇겠지만 인간이 벌레나 동물처럼 살지 않도록 하는 힘은 나는 인간이다라고 하는 저 밑바닥의 근원적인 자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정도가 얼마나 크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사는 모습도 다르기는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존재에 대한 자부심은 동물처럼 살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아주 조금은 가지고 있듯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인 데 세상이 돈에 의해 왜곡되면서 돈으로 살 수 있는 안락함이나 편안함보다도 못한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돈만 얻을 수 있다면 인간적인 자부심 약간 다른 의미지만 쉬운 말로 말해서 양심을 포기하면서 행동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는 최소한 이 사회를 짊어지고 갈 젊은 친구들은 그들의 행동을 지배하는 동인으로 돈보다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부심이 더 크게 작용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돈이 많다고 해서 인간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부심을 버리면서 돈을 추구할 필요는 없으며 자부심보다 돈을 더 높은 가치에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자신의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 들었을 때 나는 돈은 많이 벌었지만 인간답지 못하게 행동한 적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 보다는 돈은 못 벌어 풍족하고 안락하게 살지는 못했지만 인간답게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훨씬 더 멋있는 삶이 아닐까요 ?

젊은 학생들에게 던지는 사족 하나:
의사는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닙니다.
다만 인간답게 멋지게 살기에 즉 인간 존재의 자부심을 충실히 만족시켜주기에 더없이 좋은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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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맘 [2015-08-0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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