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없는 빈 도화지에  색연필이든 아니면 수채 물감이든 색깔이 있는 도구로 무언가를 그려 나가는 것이 그림이다.
처음에 흰 도화지이던 것이 계속 그려 나가면 점점 여백은 없어지고 나중에는 어떤 의미 있는 형체를 나타내 주기도 하고 아니면 마음에 안 드는 불편한 괘적들만 남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색깔을 더해 나가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색채 원리에 따라 나중에는 새까만 화면만 남을 것이다.

반면에 조각은 미켈란젤로가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 돌 조각 안에 숨어 있는, 신이 만들어 놓은 원래의 아름다운  형체가 드러나도록 나는 의미없는 것들을 덜어 낸 것 뿐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어떤 의미없는 덩어리에서 무엇인가를 덜어 내는 작업이다.
물론 끝도 없이 도려낸다면 나중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고 잘라져 나온 의미없는  조각들만 남게 될 것이다.

둘 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지만 이렇듯 그림과 조각은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가까운 것일까 아니면 조각을 하는 행위에 가까운 것일까?
삶이란 것이 원래부터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없이 순간 순간의 결정에 의해 불확실한 미지의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가깝다고 볼 것이고 삶이 당장 겉으로 드러난 최종 목적을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있는 어떤 목적을 띄고 그 목적지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조각에 가깝다고 말할 것이다.
아마 종교적 차원에서 본다면 "목적이 이끄는 삶"이라는 책을 쓴 어느 목사의 경우처럼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조각쪽에 가깝다고 생각할 것이고 종교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것이 삶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두 삶의 방식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더하는 방식과 덜어 내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삶의 방식으로는 조각적인 방법이 나은 것일까 아니면 회화적인 방식이 나은 것일까?
내 대답은 더 나은 방식은 없으며 중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즉 삶에  원초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든 없다고 생각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것이든 둘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방법으로 손색이 없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중요한 것은 노력과 정성이다.
다만 사람에 따라 어떤 방식이 자신의 삶에 더 어울릴지 하는 것은 있을 것이다.

목적이 이끄는 삶 즉 조각가적인 삶이 인생의 원래 모습이든, 아니면 아무런 목적이 없이 그저 실존 철학자들이 말하는 내던져진 존재 그래서 화가적인 삶을 사는 게  인생이든 최선을 다해 그리거나 다듬지 않으면 맨 마지막에 남게 되는 것은 검은 화면 뿐이거나 아니면 의미 없이 잘게 부숴진 조각들일 뿐이다.
결국 삶의 의미에 대하여 나는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종국에는 아름다움을 남기기 위하여 끊임없이 무엇을 더하거나 혹은 무엇을 빼는 행위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삶에서 무엇을 더할 지,
끝도 없는 고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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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산모 [2014-06-11 02:05]  
#2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6-11 02:0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그림을 완성하든 조각을 세기든... 그 과정이 곧 삶이란 생각도 드네요 ^^ 그러니, 당장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르지만 사과나무도 심고 아기도 갖고 뭔가 배우기도 하고 그러는 거겠죠?
약간의 도박도 삶의 요소라 생각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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