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봄산부인과 운영할 때 썼던 글로 아마 10년전쯤의 글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섭섭하고 답답한 경우의 어느 산모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물론 좋은 이야기가 더 많고 제게 고맙게 대해 주시는 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따스한 한마디 격려의 말씀과 글, 제 딸내미의 책을 사주시는 분하며 심지어는 막내 딸의 옷을 사주시는 분, 꽃 바구니 선물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의 알게 모르게 해주시는 격려 덕분에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며 의사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물다 하더라도 가끔씩 아주 섭섭한 소식을 들으면 힘이 빠집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것은 제가 힘이 빠졌다는 하소연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산모들의 일방적 이야기로 피해를 입는 의사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항상 한 쪽으로 기울어진 판단을 하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요즘의 일방적인 의료인 매도도 사실 일부의 나쁜 의사들을 의도적으로 부각하여 쟁점화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어느 한쪽의 주장만 들어서는 곤란하다는 겁니다.
얼마전에 저희 병원을 한번 방문하여 진료 받으신 분 중에 한 분이 저희 병원을 헐뜯으면서 심하게 험담한다는 이야기를 주변 약사한테서 들었습니다.
그 산모는 저희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의사인 제가 멀쩡한 아기를 거꾸로 있다고 하여 수술하자고 하였으나 얼마후 다른 병원에서 다시 진찰을 받고 아기가 정상적인 자세로 있으므로 자연 분만이 가능하다고 하여 그곳에서 자연 분만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 분 주장으로는 저희 병원은 정상으로 있는 아기를 거짓으로 역아로 있다고 하여 수술이나 하자고 하는 나쁜 곳이므로 절대 봄산부인과는 가면 안된다고 저희 병원 6 층에 있는 산후 조리원에 계시면서 주변 사람에게 말씀하신다고 하더군요.

어찌된 영문인가 하여 그 분의 진료 기록을 살펴 보았더니 그분은 다른 병원을 다니시다가 임신 9개월에 저희 병원을 한번 방문하여 진료를 받았었고 그때 제가 초음파로 살펴 보니 아기가 둔위(역아)로 있어서 계속 그런 상태로 있으면 제왕 절개 수술을 하여 출산해야 하므로 아기 자세가 정상으로 돌아 오는 체조를 열심히 하시고 다음번에 1 주일 후에 다시 진찰해 보자고 하였습니다.
물론 돌아 오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으므로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후 다시는 진료 받은 기록이 없어서 잊어 버리고 있었던 산모였습니다.
아마 그뒤 아기가 크지 않고 하여 정상 위치로 돌아 왔고 두번째 아기였으므로 순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한 것은 아니지만 막달에도 역아로 있는 아기가 돌아 오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경우라면 당연히 자연 분만을 시도 하여야 하겠지요.
얼마전에도 비슷한 케이스로 37 주나 되어서도 역아로 있던 아기가 돌아온 산모가 있었으니까 그런 경우가 아주 드물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처음부터 정상으로 있는 아기를 거꾸로 있다고 속이고 수술이나 하는 의사처럼 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아주 놀래었습니다.
금방 거짓이 들통날 이야기나 하는 사람처럼 제가 보였었나 도저히 이해가 가지를 않았었으니까요.
알고 보니 딱 한번 진료 받은 기록 밖에 없어서 저라는 의사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랬었구나 생각을 해보지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 이야기하고 다닌다니 답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다른 산모들은 아마도 그 산모의 말을 믿을 테니까 저로써는 괜한 오해를 받게 되는 것이지요.
저도 그래 본적이 없지만 아마도 다른 어떤 산부인과 의사도 정상으로 있는 아기를 거꾸로 있다고 속이고 수술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저희 병원에서는 초음파 화면을 직접 보여 주기까지 하는 데 그렇게 주장하고 다니신다니 답답한 생각입니다.

비단 이런 일이 저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편견을 가진 환자나 산모의 일방적 견해가 반드시 옳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일례로 이 사례를 들어 보았는 데 모쪼록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다른 산모들께서도 다니시는 병원에서 다소 섭섭하고 이해가 안가시는 일을 겪게 되시면 뒤에서 추측으로 험담을 하시기 전에 사실을 의사에게 먼저 물어 보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항의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리려는 이야기는 이런 일처럼 의료에 관련하여서는 무조건 본인이 생각하고 싶은 데로 특히 나쁜 방향으로 함부로 판단을 내리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파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결국 사실이 아닌 일을 퍼트리는 나쁜 행위이고 결국 피해는 저만 입는 것이 아니라 저희 병원을 선택하려고 했던 다른 산모의 올바른 선택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나아가 선량한 많은 의사들을 나쁜 사람으로 오해 받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이런 행태들은 제발 없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런 오해를 받지 않고 필요없는 제왕 절개 수술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실 수 있도록 저희 병원의 분만 통계를 홈페이지에 싣는 것입니다.
정말 필요없는 제왕 절개를 하지 않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는 지 또 필요없는 유도분만을 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지 보여 주기 위해 제왕 절개율 통계나 출산 시간 통계를 올려 놓은 것입니다.
위에 말한 그런 산모의 경우 이런 제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일인 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조금이라도 가슴으로 느낀다면 감히 그런 소리를 하지는 못했을 텐데 말입니다.

다시한번 부탁드리거니와 의사들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의사는 아픈 사람을 돕기 위해 신이 대신 파견 보낸 천사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그렇거나 또는 모든 의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의사는 얼마만큼이던 간에 반드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만나는 의사에게서 그런 천사 같은 모습을 얼마나 많이 발견하느냐 하는 것도 그 사람의 능력이고 복이겠지요.
어떠세요? 당신은 그런 복받은 사람이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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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 [2014-06-13 11:17]  
#2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6-12 07:0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전.. 부모란  아기천사를 대신 돌보라고 하늘을 대신해 파견된 보모라고 생각하는데..
의사의 의미도 귀감이 가네요^^

댓글

원래는 부모가 신이 자신이 모든 사람에게 갈 수 없어 대신 보낸 천사라고 하죠. ^^  등록시간 2014-06-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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