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아이온 산부인과로 운영시 썼던 글이며 당시 낙태 근절 운동을 전개하지는 않았고 때로 낙태 시술도 하던 때에 쓴 글입니다.)
소개 받고 왔는 데 빨리 보아 주지 않아서 20 분 정도 기다리다 그냥 가버리시면서 어떤 사이트에 올려서 원장이 모욕적일 정도로 무성의하다고 불평을 올리는 산모를 보면 슬퍼 집니다.
더군다나 그 산모가 간호사로 그래도 병원 경영상에 어려움이나 진료 시스템 상에 대기 시간 등이 다른 서비스 업종과 달리 생길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면서도 이해해 주지 못한다면 정말 슬퍼집니다.
임신 5개월되어 불룩해진 배를 안고 아기를 지워달라고 하는 산모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이미 다 큰 아기이기 때문에 수술을 할 수는 없으니 키우는 방향으로 하시라고 설득해서 돌려 보내면 "뭐 이런 병원이 다있어 고객이 지워 달라면 지워 주면 되지"하고 욕을 해대면서 나가는 산모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얼핏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어린 학생이 임신이 되어 중절 수술하러 병원에 오면 슬퍼집니다.
수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충치 하나 뽑는 것 보다 간단하게 돈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어린학생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원치 않는 아기여서 중절 수술을 위해 온 산모를 낳는 방향으로 하시라고 20 분씩 30 분씩 붙들고 설득을 하면 진료실을 나가면서 "수술도 할 줄 모르는 돌팔이 의사같으니"라고 욕을 하면서 나가는 산모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임신 6, 7 개월이 되어 딸이 둘이나 되니 성별을 알려달라고 애걸하는 산모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원하는 산모에게 성감별이라도 해주어 환자라도 많이 끌면 돈도 많이 벌수 있겠지만 성감별이 법으로 금지된 점과 왜 그렇게 금지되었는 지 취지를 말씀드리고 감별을 해드리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는 다 알으켜 주던 데 당신은 무어가 잘나서 안알려 주냐고 항의하는 산모와 보호자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자연 분만을 강력히 원하는 산모에게 제왕 절개를 하지 않고 자연 분만을 할 수 있도록 정말 힘들지만 온 힘을 쏟아서 살펴보고 순산을 도와 주었는데 출산하고 나서 죽도록 고생해서 몸만 망가지고 아기도 머리 모양이 엉망이 되어서 차라리 수술할 걸 그랬다고 불평하는 산모가 나를 슬프게 합니다.
만삭이 다 되도록 거꾸로 있는 아기를 제왕 절개로 분만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의사가 돈이나 벌자고 눈이 벌개져 있다고 욕을 하면서 여기저기 다른 곳을 찾아 진료를 받다가 어딘가 조산원에서 자연 분만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슬퍼집니다.
더군다나 그런 무리한 분만을 시도하다가 희생되는 아기들을 보면 정말 슬퍼집니다.
비싼 초음파 기계이지만 환자들에게 가는 부담을 줄이려고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를 하면 큰 병원에서 많은 돈을 내고 한 초음파 검사와 다른 검사라고 생각해서 대뜸 진료 의뢰서를 써달라고 하는 환자를 보면 슬퍼 집니다.
대학에서 원칙을 지키던 존경하던 선배가 개업하고 변했을 때 슬퍼집니다.
조그만 물혹을 수술 안해도 된다고 거품 물고 다른 의사 욕을 하던 선배가 개업해서는 같은 병을 수술을 하자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왜 그렇게 하시냐고 여쭈어 보면 개업하면 문을 안닫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수술할 필요도 없이 한두달만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는 조그만 혹을 사실대로 얘기해 드리면 못믿겠다고 큰 병원에 가서 간단하고 회복이 빠른 방법이 있으니 수술을 받으라고 해서 많은 비용을 내고 받았다고 하시는 분을 보면 슬퍼집니다.
병원이 잘되고 돈을 많이 벌고 큰 건물을 올리면 실력이 있는 의사로 경영을 잘해서 그런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력도 없고 비용 절감도 못하는 무능한 의사고 병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서 경쟁력이 없는 병원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관료 들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그 경쟁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양심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지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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