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아이온 산부인과로 운영 당시 썼던 칼럼입니다.)

쌍둥이에 임신 중독증(임신 중에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는 병, 임신성 고혈압)이 심한 산모가 어느 개인 병원에서 제왕 절개 수술을 받고 수술 후 하루 반 정도 지난 후 산모가 자간증(임신 중독증이 심할 때 발작이 일어나는 상태)으로 진행되어 발작이 일어나고 발작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하였으나 소용이 없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담당의사는 누가하던 즉시 수술을 해서 도와 주어야 하는 상태에서 최선을 다 했으므로 과실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간 소송을 거친 후에 의사의 과실이 없이 마무리 되었고 그 과정에 의사가 많이 시달리게 되어 무지한 환자들로부터 고통을 받았던 사례로 쓴 것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 글을 읽고 요즘 권력의 시녀로 추락한 검찰에 대해서 드는 심정과 마찬가지로 의료계도 많은 자기 성찰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도적인 미비, 일반인이나 언론계의 의료인에 대한 그릇된 편견도 못지 않게 중요하지만 가장 문제는 역시 의료인이라는 생각입니다.
위의 사건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자세한 경위는 모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사실 여러군데에서 의사의 과실이 짐작됩니다.

우선은 얼마나 중증의 환자인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의사가 판단을 제대로 못한 잘못이 있습니다.
쌍둥이나 중등도 이상의 임신 중독증(위의 산모는 심하게 몸이 부었다고 하고 나중에 자간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아 중증의 임신 중독증으로 짐작됨)은 모두 고위험군이라고 해서 산모나 아기 모두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산과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산부인과 의사와 내과 의사, 소아과 의사, 마취과 의사 등 여러 분야 의사의 상호 협조가 필요하고 시설도 대학 병원급의 최고급의 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집중적인 관리를 받아도 산모나 아기가 사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질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이나 인력이 미흡한 개인 의원에서 조치를 한 잘못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의사의 최선이라는 것은 본인 혼자 만의 능력으로 판단 할 수 없으며 주변 여건, 시설 등 총체적인 능력을 따져야 하는 데 그런 점에서 그 의사 선생님은 그 산모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즉 최고의 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둘째는 임신 중독증이라고 하는 병은 아주 경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간증으로 진행되서 발작하고 사망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을 즉시 써야 합니다.
이 약물은 아주 위험한 약이라서 개인 병원에서 다루기에는 너무 위험한 약인데다가 그나마도 즉시 사용하지 않고 분만 후 하루 반이나 지나서 이미 발작이 발생한 후에 약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데 그랬다면 잘못입니다.
그 약물은 즉시 사용해서 분만 후 최소 24 시간 까지는 환자의 경과를 보면서 면밀히 살펴 보면서 약의 용량을 조절해 가며 계속 사용해야 하는 데 그런 사실은 일반적인 평범한 산부인과 의사들도 알고 있는 내용으로 평균적 수준 이하의 조치를 한 것이 되므로 과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의 내용은 그 당시의 상황을 제가 정확히 알고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소간 틀린 점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다 알고 있다시피 여태까지 너무 많은 일들이 의사의 관점에서 유리하게 해석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의료인과 일반인간에 심한 괴리가 발생했고 이제는 제대로 처치된 것까지 의심을 받아서 모든 의료 사고는 소송으로 연결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시금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방법은 의료인들 스스로 과실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속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차원에서 양식있는 의사로 구성된 판정 위원회 같은 것이라도 두어서 정말 공정한 판단을 하고 모든 결정을 위임을 하는 기관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의료 분쟁 조정 위원회 같은 유명 무실하고 허울 뿐이며 아무런 권한이나 양식도 없는 집단 말고)
물론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의료인들이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고 부끄러움이 없이 떳떳이 행동하고 잘못이 있으면 죄에 마땅한 벌을 스스로 받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지요.
나 자신부터 좀 더 그런 의사가 되기를 노력하고 다른 의사들도 동참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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