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이라는 분이 쓴 "책읽는 책"의 내용 중에 새겨 들어 볼만한 부분을 중간 중간 발췌하여 올려 봅니다.)
책읽는 사람 책 읽지 않는 사람
<현대인에게 세계는 자신의 생각을 통해 받아 들여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온갖 미디어를 통해 씹혀진 채로 제공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삼키기만 하면 된다. 인간의 정신은 세계에 반응할 뿐 개입할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과 귀와 머리를 관능적인 미디어에 내 맡긴채 수동적으로 반응한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정신적 소외를 관능적인 과학. 기술 미디어에 맡기므로써 위로를 받으려 한다. 그러나 그것은 소외의 주범에게 다시 위로를 받으려 하는 꼴이다.
반명 책을 보는 사람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갖게 된다. 책을 일고 자신의 머리를 통해 걸러진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정신적 소외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본질에 대해 자문함으로써 자기로부터의 소외에서 벗어난다.>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크다. 책을 읽는 사람은 세계를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그를 통해 세계와 호흡한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세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며 세계속에 자신을 가둔다.>
요즘 무슨 책 읽어요 ?
읽은 책으로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 사귀는 친구로 그 품격을 알 수 있는 것처럼--새뮤얼 스마일스
<예전에 나는 지인들을 만나면 "요즘 무슨 책을 읽어요?" 하고 묻곤 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지인들도 내게 그렇게 곧잘 물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 라는 물음이 생활의 근황을 묻는 것이라면 "요즘 무슨 책 읽어요?"라는 질문은 상대방의 정신적 근황을 묻는 것이었다.
그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ㅇ르 가지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떤 삶의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한 대화는 매우 풍요로운 인간 관계를 만들어 내곤 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무료하지 않았다. 역사, 예술, 문학, 사회, 정치, 과학에 관한 화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화는 단조로운 일상이나 단편적인 생활 정보를 나누는 것으로 변해 버렸고, 지금은 누구도 무슨 책을 읽는 지 궁금해 하지 않게 되었다. 서로 상대방이 책을 읽지 않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만약 외적인 생활만 본다면 마르크스는 배불뚝이 알코올 중독자요, 발자크는 위선으로 얼룩진 낭비벽 심한 속물이었다. 반 고흐 역시 괴퍅하고 우울한 인간일 뿐이다. 지금 그들이 우리 곁에 살아 있다면 우리는 결코 그들을 쉽게 사랑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가 그들의 본질을 구성한다. 그것을 모르고서는 그를 안다고 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이미 독서법을 알고 있다.
<언젠가 불문학자 김화영이 들려주는 연애편지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쏟을 뻔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언급하자면 이렇다.
지금은 젊은 사람 중에 문맹자가 거의 없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문맹자들이 군에 입대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김화영은 당시 군복무를 하면서 공민교육대라는 군사학교에서 문맹자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임시교사 노릇을 했다.
글을 깨치는 것이 느린 피교육자들은 종종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서 온 편지를 읽어 달라고 부탁했다. 편지 속에는 부부사이의 내밀한 마음의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 부탁하는 피교육자나 부탁을 들어주는 교육자나 피차 쑥스러운 때가 많았다.
그날도 피교육생 하나가 몹시 부끄러워 하면서 편지를 읽어 달라고 통사정하는 바람에 김화영은 봉투 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편지에는 커다란 그림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그의 아내가 백지위에 손바닥을 댄 채 손가락의 윤곽을 따라 연필로 서투르게 줄을 그은 그림이었다.
그 아래에는 판독하기 어려운 서투른 글씨로 딱 한줄의 글이 쓰여 있었다.
"저의 손이어요. 만져 주어요."
그 피교육자는 나중에 스스로 이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아내의 편지를 손에 펴든 채 감격하여 큰 소리로 울었다고 한다.
김화영은 그것을 두고 '거룩한 독자의 대열 속으로 들어가는 입문의 통곡'이었노라고 했다.>
<이제 우리 사회에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글을 읽을 줄 알고 교육 수준도 높은데,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문맹은 없어졌으나 책맹은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장벽 못지 않게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장벽 역시 높다. 다만 그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곧잘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독서의 역사 그 및과 그늘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역시 "슬픈 연대"에서 글의 최초의 효용이 권력의 명령을 전달하는 것임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글을 알게 된 아마존 인디언이 맨 처음 한 일은 외부에서 오는 행정 명령을 독점하여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는 것이었다.
독서의 기원은 이청럼 권력 탄생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러한 기원은 독서가들을 슬프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자가 부정적인 역할만 했던 것은 아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인류의 활동은 두가지 발명에 의히여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공간적인 활동은 차륜을 따라 움직였고, 정신적인 활동은 문자에 의존했다." 고 말했다. 문자는 제지술과 인쇄술의 발명과 전파로 다시 한번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제지술과 인쇄술은 소수에 의해 독점되었던 문자와 책을 다수에게 해방시켰다.>
입시 교육이 독서를 막는다
<국민 교육은 문맹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지만, 책맹을 낮추는 데는 메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왔다.
공자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 락지자)라고 말했다. 책 읽기를 즐기게 될때, 진정한 독서가가 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즐거움이라는 것은 처음이 중요하다. 어렸을 적에 개에게 물려 본 사람이 평생 개를 싫어하게 되듯, 일찍이 책에 흥미를 갖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서도 책을 싫어하게 된다.>
<나는 가끔 ' 젊어서는 일이나 열심히 하고 늙어서 시간이 날때 책이나 읽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가당치 않은 이야기다. 서머싯 몸은 "독서하는 사람에게 독서가 가지는 특징은 그것이 노년에 가서도 즐길 수 있는 좋은 정신적 취미라는 점이다. 인생은 어느 고비를 지나면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할 때가 온다."라고 말했다. 몸의 말처럼 노년에 독서를 취미로 즐기기 위해서는 젊어서 독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늙으면 대체로 기력이 떨어지고 편하게 있는 걸 좋아하지,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는 돗서는 하지 않는다.젊어서 독서의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늙어서도 책을 읽을 수 없다.>
포스트 모던 시대의 책 읽기
<포스트 모던 시대에 책은 더 이상 절대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책은 정보 습득을 위한 여려 매체 중 하나로 인식될 뿐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듯이 책에서 정보를 찾는다.
인격 수양, 진리 탐구, 지혜 획득, 사회 변화 방편으로서의 책읽기는 퇴색되고 단지 직장 생활을 잘 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학점을 잘 따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독서 목적이 크게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지성인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근대 이전에는 문맹이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독서 환경이 장애물이었다면, 지금은 물질 만능의 가치 체계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그리고 사람들을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물이다.>
책이 가득한 방, 책이 없는 방
<중국의 작가 루쉰은 독서를 직업적 독서와 기호적 독서 두가지로 나누었다. 직업적 독서는 생계를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독서이다. 문학 평론가나 교수, 작가는 글을 쓰기 위해, 강의를 하기 위해 심지어 읽기 싫은 책도 읽지 않으면 안된다. 반면 기호적 독서는 그저 즐거움을 위해 읽는 독서이다. 기호적 독서는 순수한 지적 욕구에서 비롯된 자발적 독서이다.>
<지식을 버리려면 우선 지식을 쌓아야 한다. 기왕 버릴 지식을 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지식을 쌓지 않는 것과 쌓은 지식을 버리는 것은 같지 않다. 처음부터 지식을 쌓지 않은 사람은 많은 지식을 쌓았다가 버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통찰과 지혜를 결코 가질 수 없다.
아무런 철학적 기반이 없는 사람이 산을 산이라 하고 물을 물이라 부르는 것과 오랜 수양을 거쳐 인생의 말로에 성철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고 하는 것은 결코 같은 무게를 가지지 않는다. 책이 없는 방을 그리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책이 가득 찬 방에서 살지 않으면 안된다.>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어느 가난한 시인이 있었다.
시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 구걸하는 거지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한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였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거지에게 적선을 하고 싶었지만, 가진 것이 없어서 그냥 지나쳐야 했던 시인은 매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벗들과 더불어 술 한잔을 걸진 시인은 귀갓길에 그 거지를 보았다. 술도 한잔 걸쳤겠다, 마음이 들뜬 시인은 그날만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주머니를 뒤져 보았으나 역시 동전 한닢 없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몇푼도 모두 술값으로 써 버린 터였다.
거지에게 줄것을 찾던 시인은 가지고 있던 책 한권을 주었다. 자신이 읽고 있던 인생론이었다.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를 지나칠 때마다 늘 적선을 하고 싶었는 데 이 몸도 가진 것이 없어 줄 것이 없구료. 내 가진 것은 이것 밖에 없으니 이것이라고 받으시오."
거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책을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먹지도 못하는 이 따위 책을 어디다 쓴 단 말인가.'
시인은 거지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책을 준뒤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한달 후, 늘 같은 자리에서 구걸하던 거지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책을 조금씩 읽어 나가던 거지가 새로운 삶의 용기를 얻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것이다. 거지가 구걸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몸의 장애 때문이라기 보다는 마음의 장애를 극복할 용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거기에는 개인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개인적인 이유를 살펴보자면 책은 개인이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지식과 지혜를 제공한다. 인간은 고작해야 평균 70여년을 산다. 인간의 경험이란 시간적으로 짧을 뿐 아니라 공간적으로도 매우 협소하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한계란 너무도 분명한 것이어서 의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대부분 스스로 체험한 인생의 경험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거기에서 지혜를 얻는다.
그러나 독서가는 책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와 무한대로 만난다. 니체는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를 다른 사람의 학문의 혼 속을 거닐게 한다."고 했다.>
<또한 책은 모든 영감과 상상력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영감과 상상력이 샘솟지 않는다. 설사 타고난 상상력이 뛰어나더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금세 바닥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신이 보고 듣는 것만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밖에 없는 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매달 일정액 만큼 책을 구입하라
<러시아의 아동 문학가 미하일 일리인이 쓴 '인간의 역사'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생물이 변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생물이 다르게 변하는 것은 먹이가 달라지고 집이 새로워 지기 때문이다."
생물이 진화하는 것은 자신이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라, 생물의 서식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독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변 환경이 독서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데 열심히 독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도 거의 없고 부모도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가정에서 훌륭한 독서가가 나오기란 어렵다. 독서 환경을 살펴 보고 개선하는 것은 훌륭한 독서가가 되는 첫걸음이자 지름길이다.>
<키케로는"방에 책이 없는 것은 몸에 정신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자신의 경제적 사정에 맞게 매달 책값으로 일정액을 정하라. 그리고 책을 구입하라. 대체로 책은 몸을 즐겁게 하는 어떠한 비용보다도 저렴하다. 책을 사는 것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자신을 가치있게 만드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사람은 무엇을 하기 위해 돈을 쓰기도 하지만, 때로는 돈을 쓴 것이 아까워 그것을 실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책읽는 습관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우선 매달 일정액을 정해 책을 사라. 그러면 그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책을 읽게 될 것이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도서관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이다. 책을 봄으로써 얻어지는 지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그 문화이다. 사람에게는 각기 자신의 고유한 문화가 있다. 그것은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느낌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된다. 책을 보고, 도서관에 다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독서의 의미를 지식 획득보다는 인격 수양에 두었던 것도 독서를 기능이 아니라 문화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종종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자. 견물 생심이라고 책을 접할 기회가 많을수록 책을 읽고 싶은 생각도 절로 생길 것이다.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자 하는 의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습관'이다. 책을 읽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으면 결코 독서가가 될 수 없다.
나는 최상의 주거 조건으로 시장과 공원 그리고 도서관, 이 세가지를 꼽는다. 단골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독서 환경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 이용이 불편한 곳에 산다면 아무래도 책을 덜 읽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이사할 때 주변에 도서관이 있는 지 살펴 보는 것은 어떤가?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도 카페같은 곳을 약속 장소로 정하지 말고 서점에서 만나기로 해 보라.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 책도 보고, 친구와도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하며 정신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소장하고 있는 책을 분야별로 분류해 보라
<나는 보이지 않는 지적 경계안에 갇혀 있는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의 하나로, 자신이 지금까지 읽어 온 책들을 분야별로 분류해 보기를 권한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보다 면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상세하게 분류해도 좋지만, 다음 4가지로 간단히 분류해 보면 자신의 독서 경향을 판단하는 데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1. 인문. 사회 서적
2. 경제. 경영 서적
3. 과학 서적
4. 문학. 예술 서적>
<예를 들어 의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인간의 몸에 대해 공부하면서 생물, 환경, 종교, 사회 분야로 그 독서 영역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몸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인간의 몸 역시 여러 생물의 진화와 그들의 상호 관계에서 파생된 것임을 인식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 있다. 생물학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탄생과 진화는 지구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신체 변화가 심리 변화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그 연관성에 대해 더 공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심리의 한가지 양태로서 종교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종교의 탄생과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으로 관심이 확대될 수도 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되는 지 보라
<지적으로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책장에서 재독하고 싶은 책이 얼마나 되는가 세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재독하고 싶은 책이 전체에서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 지 알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그것이 자신의 독서 수준을 점검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재독하고 싶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은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수준 높은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책이 드물다면 독서 경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반드시 고전을 읽으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양서'를 얼마나 읽어 왔는 지 스스로 평가해 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다음에 책을 살때는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길 바란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인가 ?' 라고 자문하고 책을 고른다면 한층 높은 안목으로 후회없는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라
<책을 읽고 싶다고 하면서도 왜 못 읽느냐고 물으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바빠서 혹은 시간이 없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 현대인은 시간이 없다.
그러나 정신없이 바쁜 사람일수록 책을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독서는 어떤 의미에서 '정신없이 살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자신의 행위에 대해 끊임없이 그 의미를 질문하게 되어 누구보다 각성한 채로 인생을 살아 갈 수 있다.>
<첫째, 일정한 시간을 정해 독서하는 것을 계획해 볼 수 있다. 날마다 잠자리에 들기전 30분간 혹은 30분 일찍 일어나 책을 읽는 것이다. 실천할 수만 있다면 이러한 방법은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아주 유용한 방법이다.>
<둘째, 쓸데없이 바쁜 생활을 정리하는 것이다. 개인차가 있어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불필요하거나 과도하게 쓰는 시간이 없는 지 점검해 보면 그런 시간을 찾기는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불필요하게 텔레비전을 많이 보거나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독서를 하기 위해 자가용 역시 멀리 하는 것이 좋다. 자가용 대신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줄퇴근 시간을 온전히 독서 시간으로 만들수 있다.>
<넷째, 자투리 시간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자투리 시간은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그런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읽어야 할 책을 집안 여기저기 놔두는 것도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좋은 방법이다. 화장실에서 보는 책, 거실에서 커피 마실 때 보는 책, 침대에서 자기전에 보는 책을 정해서 놔두는 것이다. 주변에 항상 읽을 책을 둔다면 독서 습관의 절반은 이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벗을 만들어라
<독서를 해 나가는 데도 벗은 많은 도움이 된다. 곁에 책을 좋아하고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이미 절반은 독서가가 되었다고 보아도 좋다. 서로 지적 자극을 많이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학식이 뛰어난 친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책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자체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친구가 주변에 없다면, 자신에게 알맞은 독서 모임을 찾아 동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다.>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것과 읽고 난 후 내 생각을 말하는 독서 토론 과정은 좋은 지적 자극이 되었다. 말하기 위해서는 읽은 내용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었고, 말하는 동안에도 나의 생각과 말하는 내용이 옳은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자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옛 사람들은 이 과정을 이미 잘 알고 잇었다.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교학상장(敎學相長)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서로를 성장시킨다는 뜻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이나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만 이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보다 가르치는 사람의 지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책과 호흡하는 문화 생활을 하라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은 독서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억지로 책을 보려고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럴때는 잠시 책을 놓고, 새로운 지적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연극이나 미술 전시회나 영화를 본다면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책과 다른 장르의 예술 작품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 긴밀한 네트웨크를 형성하고 있다. 훌륭한 독서가는 그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훌륭한 독서가는 그 긴밀한 네크워크의 내역을 섬세하게 파악한다. 그 때문에 독서가는 같은 예술 작품이라도 높은 안목에서 보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이 읽은 책과 관련이 있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인상 깊게 본 문화 공연이 있으면 그것을 다시 독서로 연결시켜라. 책과 문화가 서로 대화하게 하라. 그러면 독서의 즐거움 뿐만 아니라 더불어 다른 예술 작품을 향유하는 능력도 성장할 것이다.>
삶의 문제를 책으로 해결하는 버릇을 가져라
<젊은 시절 깊은 실연의 상처를 입었을 때 내가 찾은 것은 프로이트였다. 도저히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그녀는 가해자이고 나는 피해자라는 단순한 생각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프로이트를 읽으면서 그녀와 나 사이의 관계와 갈등을 좀더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음은 여전히 아팠지만, 지적인 이해가 수반되자 극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었다.>
<나는 한동안 불면증에 시달려 고통받은 적도 있었다. 그까짓 불면증이야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3일, 4일, 일주일을 거의 한숨도 못 잔다고 생각해 보라.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며칠을 신경 정신과 의사가 처방해준 수면제에 의지하던 나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라고 판단했다. 의사들과의 짧은 대화는 언제나 갈증을 불러 일으켰고, 문제의 본질을 깊이 인식시켜 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아 불면증에 관한 책을 읽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불면증 역시 마음의 질병이고, 마음을 고쳐 먹으면 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음 혹은 정신과 육체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를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그것을 알게 되자, 불면증은 바로 그날부터 호전되기 시작했다.>
독서하기 좋은 환경으로 방을 꾸며라
<나는 지적 슬럼프에 빠질 때면 책장을 정리하곤 한다. 먼지가 부옇게 쌓인 책은 먼지를 털고, 책과 책장을 다시 배열하면서 버릴 책은 버린다.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머릿속까지 정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이 지적 슬럼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 지 떠오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것은 내가 지적 슬럼프를 헤쳐 나가는 하나의 노하우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길만한 문구가 있으면 붓글씨로 옮겨서 벽에 붙여 놓는다. 현재 내 방에 붙여져 있는 글귀는 "오직 제 날개의 무게로만 날아가는 새처럼 가라."이다.
불교 서적을 읽으면서 발견한 글귀로, 지금의 나에게 여러모로 필요한 문구라 여겨 붙여 놓은 것이다. 이렇게 책에서 읽은 글귀를 붙여 놓으면 훌륭한 자기 암시와 지적 자극이 된다.>
나만의 도서 목록을 작성하라
<내가 구체적으로 독서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였다. 나는 읽어야 할 책의 목록을 눈에 띄는 대로 노트에 정리했다.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목록에 오른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책은 목록에 올랐다가 폐기된 것도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나만의 리스트'는 좀더 세분화되어 '읽을 책'과 '보류된 책' 그리고 '읽은 책'으로 나누어졌다. 처음에는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읽을 책' 목록에 올려 놓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읽을만한 가치와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 것은 '보류된 책'으로 분류되었다가 정기적으로 폐기되었다.
이렇게 리스트를 가지고 있으니 책을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읽는 일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읽어야 할 책들이 분명해지게 되었고, 읽어야 할 책들 중에서도 우선 순위를 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독서 체계가 잡혀가자 독서에 대한 열정이 보다 지속적으로 유지되었다. '이러저러한 책들을 언제까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고, 그런 생각을 갖게 되자 독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밑그림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읽게 되었을 뿐 아니라 독서에 게으르지 않게 되었다.>
<헝가리의 문학 이론가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 주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라고 말했다.
그것은 독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아는 독서는 효과적일 뿐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라
<독서를 열심히 하려면 궁금한 것이 있어야 한다. 궁금한 것이 없는 사람이 열심히 독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생기려면 인간과 세계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자신에 대한 보다 진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와 세계로 관심이 확장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해 놓고 다시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니 무슨 말인가?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지적 세계로 입문하는 과정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융은 어린 시절 병약한 어머니와 떨어져 지냈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융은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탓고, 간질과 비슷한 발작 증세가 자주 나타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증세 때문에 체육 수업에는 늘 빠져야 했고 나중에는 학교도 그만 두어야 했다. 융은 요양하면서 지낸 반년 동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살았다.
그러던 어느날 유은 아버지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다. 아버즈는 융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 재산을 다 날리게 되었다며 신세 타령과 함께 융의 장래에 대해 매우 걱정하였다. 그 말을 들은 융은 자신 때문에 집안이 몰락할 위험에 처했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병이 괴롭기는 하지만 체육 수업에 빠지는 것이나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한편으로는 좋아했던 그였다. 융은 앞으로는 다시는 발작을 일으키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그의 처절한 고투가 시작되었다. 융은 라틴어 문법책을 꺼내 외우기 시작했다. 십분, 십오분, 한시간 간격으로 세 차례나 발작이 일어났지만 융은 쓰러졌다 일어서고 또 다시 쓰러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그 후로 융의 발작 증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융의 병은 육체 질환이 아니라 정신 질환이었던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정신병에 관심을 갖게 된 융은 가끔 정신 의학서를 들여다 보곤 했디.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날 융은 정신 의학서를 읽다가 눈앞이 번쩍하며 심장이 고통 치는 것을 느꼈다. 정신병을 인격의 질병이라고 규정한 것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그날 융의 진로는 결정되었다.>
자신의 지적 욕구에 충실하라
<나는 지인들이 읽을만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내가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읓 추천해 주었지만 그 책을 잘 읽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누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나는 오히려 "당신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고 되묻는다. 그렇게 물어서 그 사람의 관심사 범주 안에서 추천해 줄 만한 책이 있으면 추천해주고 없으면 만다.>
<책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질문해 알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을 모르겠거든 도서관이나 서점에 나가 책을 구경해 보라. 책을 구경하다 보면 자신이 가장 읽고 싶어 하는 책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을 골라라
<통계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간되어 유통되는 단행본은 연간 약 3만 5천종이다. 한달에 3천여종, 하루에만 1백여종의 단행본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셈이다. 이렇게 날마다 쏟아지는 책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결국 우리는 전략적으로 선택해야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책을 선택하는 가장 좋은 전략 중의 하나는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을 고르는 것이다. 시간의 도움을 받으면 아무리 많은 신간들이 쏟아져 나온다고 해도 걱정할 것이 없다. 출간된 후 1 년 뒤에도 잘 팔리는 책은 그 절반이요, 2년 뒤에도 팔리는 책은 또 그것의 절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읽히는 책은 한해 동안 발간된 책 중에서 겨우 10여종이 안 될 것이다. 이렇게 시간은 양질의 책이 아니면 과감히 도태시켜 독자들의 선택의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쉽고 재미있는 책만 읽으려 하지 말라
<쉬운 책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쉬운 책부터 읽어야 하고, 무리해서 어려운 책을 읽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독서 습관도 생기고 지적 토대가 마련되었는 데도 계속 쉬운 책만 읽는 사람은 결코 고급 독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독서에 대한 열정도 유지할 수가 없다. 그것은 힘들이지 않은 맨손 체조 만해서는 좀처럼 근력이 붙지 않는 것과 같다.
내 경험에 따르면 독서의 수준은 조금씩 향상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도약하기도 한다. 그런 도약은 자신의 힘에 부치는 책을 뚝심있게 읽어 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ㄷ가. 아마 열정적인 독서가라면 그런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눈높이에 맞는 책을 읽되, 끊임없이 보다 어려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양과 인격 형성에 기여하는 책을 선택하라
<흔히 독서의 목적은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 재미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둘째,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셋째, 교양과 인격 형성을 위해서 독서한다. 그러나 이 세가지는 독서 과정에서 따로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있다. 책에 따라 그 비중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재미와 즐거움, 지식과 정보, 교양과 인격을 동시에 얻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례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읽으면서 재미와 즐거움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 책을 통해 당대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음과 동시에 인간의 도덕과 모순에 대해 깊이 생각함으로써 교양과 인격을 함양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세가지 효용을 두루 갖춘 책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유행에 너무 이끌리지 말라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모르는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주로 가만히 있어도 자신에게 노출되는 정보를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각종 미디어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광고나 이슈가 되는 책의 정보를 이용하게 된다. 한마디로 책을 수동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선택하게 될 때는 유행에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필요를 고려해야 한다. 외부가 아니라 자기 내적 기준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수준과 관심사, 욕구, 동기에 충실하게 귀를 기울여 책을 고르되, 물고기를 입에 물려 주기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을 골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고, 좀더 근본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고급 독자는 인문.사회과학서를 읽는다
<책은 언어의 집이다. 책은 언어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언어를 사유의 도구라고 말하지만, 언어는 단지 도구만이 아니다. 언어는 사유 그 자체이다. 언어가 없는 사유는 표현될 수 없으며,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사유는 그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언어에 대한 감각이 세밀해지며, 세밀한 언어 감각을 가질수록 사유는 치밀해진다.>
<실용서는 씹기 좋게 잘 갈아진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는 책이라면, 인문 사회 과학서는 음식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실용서는 분명 친절하고 편리하지만, 실용서만으로 스스로 사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가해서는 안된다. 실용서는 친절한 만큼 독자의 두뇌가 개입할 여백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서를 주로 읽는 독자는 수동적인 독서에 길들여지기 쉽다.>
좋은 번역서 선택의 중요성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출판 대국이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많은 부분을 번역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출판물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9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참고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은 10퍼센트, 일본은 5퍼센트, 미국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간혹 이러한 수치를 지적 영역에서의 높은 해외 의존도의 근거로 내세우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는 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로 흘러 나가는 저작권료를 언급하며 부정적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세셰 10위에 걸맞는 콘텐츠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양질의 번역서들이 많이 수입될 필요가 있다. 번역서들이 담고 있는 많은 지적 재부들은 국내의 지적 토양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면 되었지 그 반대는 아닐 것이다.
일본이 근대화 되는 데 있어서 번역이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참고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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