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이맘때 쯤에는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으로는 컵라면만 먹다 보니 먹고 남은 뚜껑이 아까와서 뭔가 글을 끼적거려 봤었습니다.
화가 이중섭이 살아있었다면 담배 은박지보다 훨씬 좋은 재질의 뚜껑에 멋진 작품을 남겼겠지만 저는 이중섭이 아니므로 그냥 제 개똥철학을 담았습니다. ㅋㅋ


"찢어진 컵뚜껑에 쓴 글이 다르지 않듯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다"

겉모습이 설사 조금 다르더라도 그 안에 든 글이 다르지 않듯 장애를 가진 사람이나 상처 받은 사람이나 똑같은 인격과 영혼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는 장애나 그외 여러 외형적 조건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따라서 외부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가르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삶이란 컵라면 뚜껑에 쓴 글처럼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것"

왼쪽으로 보면 이 글씨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보면 저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삶은 보는 자세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이던 모두 다 삶의 모습의 하나이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며 그 선택에 따라 인생의 궤적이 달라집니다.
가능하면 모든 글씨를 혹은 모든 모습을 다 보면 좋겠지만 이것을 선택하면 저것을 볼 수 없고 이쪽 길로 가면 저쪽 길은 가볼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뚜껑을 보면 컵라면 크기를 알 수 있듯이 사람도 겉모습이 내용물을 반영한다"

뚜껑이 크지만 내용물이 별 것이 없는 것도 있고 그 반대로 뚜껑이 작아도 내용물이 알찬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많은 내용물을 담으려면 그릇이 커야 하듯
사람도 인품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겉모습에서도 그런 점을 알기 어렵지 않습니다.


"작은 뚜껑에는 많이 쓸 수 없다"

바탕이 좁으면 많은 글을 쓸 수 없듯 인생의 시간 길이가 너무 짧거나 경험의 폭이 깊지 않으면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다만 시간의 길이는 다소 짧아도 깊은 깊이로 큰 영향을 남기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이 길다해도 깊이가 없는 삶은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기 어려울 것입니다.


"뚜껑이 컵을 덮는데 꼭 필요하듯 사람도 저마다 필요한 곳이 있다"

비록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찾아보면 누군가 혹은 어느 곳엔가 필요가 있고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재능이나 쓸모 있는 곳을 찾기까지 사람에 따라 많은 시간이 걸리거나 시행 착오를 겪을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는 불행하게도 평생 못찾고 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자신의 쓸모를 찾는 것은 남이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것이며 어쩌면 그런 찾는 과정 자체가 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컵라면 뚜껑을 뜯지 않은 컵라면도 컵라면인 것처럼 아직 출산되지 않은 태아도 인간이다"

컵라면의 뚜껑을 열어야 그 컵라면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고 태아도 출산되고부터 인간으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아직 뜯지 않고 아직 태어나지 않았다해도 그 가치나 본질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컵라면과 인생의 공통점–조리 방법을 알아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컵라면마다 끓이는 시간이나 수프를 넣는 순서, 물의 양이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조리 방법을 잘 알아야 컵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인생을 맛있게 혹은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는 한가지 방법만 있는게 아니라서 어떤 사람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또 사람마다 주장이 다 다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일관된 몇가지 조리법은 1. 진실되게 살 것  2.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 3. 최선을 다할 것 등입니다.
실천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컵라면의 가치는 배고픈 이의 허기를 채우는데 있고 인생의 가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데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다 나름의 가치가 있는데 그 가치는 제대로 발휘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컵라면이 배고픈 이의 허기를 채우는데 유용하게 쓰일지 아니면 그저 음식물 쓰레기의 하나가 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인생의 가치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에 있지만 그 가치의 발현은 전적으로 자신의 노력에 달린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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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611 [2014-06-29 13:01]  urius1004 [2014-06-26 17:56]  dyoon [2014-06-26 16:08]  
#2 dyoon 등록시간 2014-06-26 16:0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필기도구는 어떤것으로 쓰셨나요?
흰 바탕의 적당한 액자에 저것들을 순서대로 붙여놓고,
심상덕 작, (연필?)로 쓰다.  뭐 이런 설명 붙여놓고 싶네요

댓글

언어의 마술사라는 말을 하신분이 마술사같은데요? ㅎㅎㅎ 가당치도 않지만, 백번 양보해서 제가 언어의 마술사라면 심장님은 언어의 창시자쯤 되는거죠? 세종 심~  등록시간 2014-06-26 22:05
끝이 뾰족한 수성펜으로 썼습니다. 알루미늄 호일 종류라 글씨가 써지는 않고 자욱만 남더군요. 그 컵라면 뚜껑은 이미 버렸고 사진만 남겨 두었습니다. ㅎㅎ. dyoon님도 언어의 마술사라 일컬어지시니 컵라면 뚜껑이든 아님 다른 것에든 한번 시도해 보심이 어떨지..ㅎㅎ  등록시간 2014-06-26 18:08
#3 bella 등록시간 2014-06-26 17:2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다양한 종류의 다이어트방법을 봤지만 라면 다이어트는 첨 들어봅니다. ㅋ 성공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괜찮으면 저도 한번 해볼렵니다~

댓글

글쎄 컵라면 다이어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라면 양이 작아서 다이어트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여하튼 저는 당시 얼마간 체중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 부작용으로 영양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ㅠㅠ.  등록시간 2014-06-2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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