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에 하나씩 이번 주의 그림이라는 타이틀로 잘 알려진 그림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제 소감을 써 볼 계획입니다.
목표는 1년 52주 그러니까 총 52개의 그림에 대하여 쓰는 것입니다.
물론 제 목표가 달성될 지 아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제 성격상 중도에 포기할 지는 모릅니다.
그렇다고 글 말미에 TBCOTE로 협박하지는 않겠습니다. 일단 의지를 가지고 완수해 보려고 생각 중이니까요. ㅎㅎ
참고로 여기서 "티비코테"가 무슨 뜻인가 하고 묻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 분은 제가 가슴의 피를 토하듯이(??) 쓴 글--팔랑심의 고백록조차도 제대로 안 읽어 보셨다는 말에 다름이 아니니까요. ㅋㅋ
여하튼 그럼 첫번째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 고흐의 그림 중 하나입니다.
이제 며칠 후면 여름의 한 가운데인 7월이 되는 군요.
1890년 정신병이 악화된 고흐가 권총으로 자살을 한 때도 7월입니다.
해바라기가 한창 자태를 뽑내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주의 그림으로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선택했습니다.
많은 화가 지망생들이 모사하고 저도 한때 모사해보기도 했던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뮌헨의 노이에 피나텍 미술관에 있다고 하며 크기가 91*72cm로 그리 크지는 않은 아담한 크기입니다.
물감이 모자랐던 그에게는 큰 대작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겠지요.
그가 죽기 2년전인 40세때 완성한 그림인데 고흐는 노란색을 좋아하여 "별이 빛나는 밤"도 그렇고 그가 죽던 해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까마귀 나는 밀밭"도 그렇고 자신의 자화상도 그렇고 노란색을 쓴 그림들이 유독 많습니다.
특히 노란색이 많은 해바라기를 좋아해서 여러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는데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해바라기는 빨리 시들어버리기 때문에 나는 매일 아침 일찍부터 황혼이 올 무렵까지 해바라기를 그린다"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고흐는 총 11점의 해바라기 작품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887년에 4작품, 1888년에 5작품, 그리고 죽기 바로 전해인 1889년에 2작품을 그려서 아마도 자화상 다음으로 그가 많이 그린 대상이 해바라기일 겁니다.
그래서 그를 "해바라기의 화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그림은 임파스토(impasto: 유화물감을 두껍게 칠하여 그림을 그리는 것)기법으로 생생한 질감을 부여한 그림입니다.
가난한 덕분에 물감을 살돈도 충분치 않았던 고흐가 물감을 두텁게 칠하는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은 그가 해바라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쏫아 붓게 마련이니까요.
이 그림에 있는 해바라기는 크기나 색깔, 혹은 꽃이 바라보는 방향조차 모두가 제각각으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막 피기 시작한 해바라기부터 시들어 가는 해바라기까지 한 화병에 여러 단계의 해바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흡사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담은 것처럼 해바라기의 일생을 담은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사실 해바라기는 줄기에 비하여 꽃이 비정상이라 할 정도로 큰 꽃입니다.
그래서 다 자란 해바라기는 꽃대가 휘어질 정도로 무겁습니다.
그런 해바라기 12송이를 조그만 화병에 배치한 것도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비록 짙은 갈색으로 무게감을 주기는 했지만 화병의 크기는 장미꽃과 같은 크지 않은 꽃들이나 담음직한 작은 화병이라 여러 송이의 해바라기를 담고 있는 것이 버거워 보입니다.
고흐가 그런 것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바라기는 자신의 모습이고 화병은 그가 사는 세상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그림을 볼 때면 저는 좁은 세상에 갇혀 몸부림치는 듯한 고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렇게 까지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겠지만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 터져 버릴 것 같은 질량감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주체하기 어려운 내적 에너지와 갈등을 토해내는데 있어 오직 그림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그의 고통이 느껴집니다.
권총으로 가슴을 쏘고 나서 간신히 집에 돌아와 죽으면서 고흐가 마지막으로 동생 테오에게 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고 합니다.
“슬픔은 영원히 계속된다 (the sadness will last forever)"
그림조차도 그의 슬픔을 덜어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뜨겁게 이글거리는 7월의 태양을 가슴 가득히 품고 간 고흐를, 그리고 그의 해바라기를 생각해 보는 하루입니다.
그리고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해바라기가 있을 것입니다.
뜨거운 가슴을 달래주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해 주는......
당신의 해바라기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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