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D에게 보낸 편지" 부제: 어느 사랑의 역사
지은이: 앙드레 고르
지은이 소개: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 1923년 빈에서 태어났고 1949년에 도린과 결혼했으나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년간 간호하다가 2007년 9월 22일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함. 대표작 "배반자"
책소개: 노동 이론가이자 생태주의를 정립한 사상가인 앙드레 고르가 26살에 결혼해서 84세로 죽을 때까지 함께 살던 아내를 추억하며 아내와 동반 자살하기 1년전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쓴 고백록 성격의 책으로 90 페이지 분량의 짧은 책입니다.
"당신은 빼어나게 아름다웠고, 마땅한 말이 없으니 영어를 그대로 쓰자면 위트가 있었으며, 꿈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우리 둘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을 때, 난 생각했지요. '내가 넘볼 수 없는 여자군'"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지요.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 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 난 살아 있는 밀로의 비너스 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가슴의 진줏빛 광채가 당신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나는 오래오래 아무 말 없이, 부드러움과 힘을 지닌 기적 같은 당신 몸을 응시했습니다. 쾌락이라는 건 상대에게서 가져 오거나 상대에게 건네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 덕에 알았습니다. 쾌락은 자신을 내어 주면서 또 상대가 자신을 내어 주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 주었습니다."
"내게는 사랑의 문제가 특히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왜 사랑을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지, 왜 다른 사람은 안되는지 그것을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게 분명히 말했지요. '우리가 그저 한순간만 함께 있는 거라면, 당신은 흠 없는 우리 사랑의 추억을 간직한 채 지금 당장 떠나는 게 나아요.'"
"당신은 내게 삶의 풍부함을 알게 해 주었고, 나는 당신을 통해 삶을 사랑했습니다. 아니, 삶을 통해 당신을 사랑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 인생을 직접 산게 아니라 멀리서 관찰해 온 것 같았습니다. 자신의 한쪽 면만 발달시켰고 인간으로서 무척 빈곤한 존재인 것 같았지요. 당신은 늘 나보다 풍부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차원에서 활짝 피어난 사람입니다. 언제나 삶을 정면 돌파했지요. 반면에 나는 우리 진짜 인생이 시작되려면 멀었다는 듯 언제나 다음 일로 넘어가기 바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나는 내 앞에 있는 당신에게 온 주의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걸 당신이 느끼게 해 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내게 당신의 삶 전부와 당신의 전부를 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 동안 나도 당신에게 내 전부를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 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관속에 누워 떠나는 것은 당신입니다. 당신을 화장하는 곳에 나는 가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의 재가 든 납골함을 받아들지 않을 겁니다. 캐슬린 페리어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세상은 텅 비었고, 나는 더 살지 않으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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