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름: "어제 쓴 글이 부끄러워 오늘도 쓴다"
지은이: 최준영
지은이 소개: "거리의 인문학자" "거지 교수"로 불리우는 자칭 인문학 실천가. 대중 강연가. 페이스북에 올린 420자 칼럼으로 유명해짐
책 소개: 지은이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300여편의 글 중 100여편을 추려서 책으로 묶은 것입니다. 책의 제목은 지은이가 서문에서도 소개했지만 "글을 별로 잘 쓰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매일 글을 올리세요"라는 어느 후배의 질문에 지은이가 "올릴 땐 매양 잘썼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다음날 보면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워 그 부끄러운 글을 밑으로 내리기 위해서는 새 글을 써서 올려야 했기 때문에 계속 글을 썼다"고 하는 말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질문하길 좋아했습니다. 그날도 아버지는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불현듯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아들아 저 새의 이름이 뭐다냐?"
"아버지, 저 새는 기러기예요."
잠시후 아버지는 아들에게 또 물었습니다.
"아들아, 저 새의 이름이 뭐니?"
"기러기라니까요."
다시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얘야, 저 새 이름이 무엇이냐?"
아들은 짜증섞인 말투로 귀찮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아버지, 기러기라고 가르쳐 드렸잖아요. 왜 자꾸 같은 질문을 하시는 거예요?"
옆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너 어렸을 때 아버지는 네가 같은 질문을 수십 번 해도 짜증내지 않고 가르쳐 주셨단다."
"문학"
내게 문학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날 수 있게는 해 주었지만 돌아오는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그렇게 많은 작가의 그토록 절절한 이야기들이 고작 목포행 편도기차라니요.
그때 알아버렸습니다. 문학은 떠나는 데는 유용하지만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 주진 못한다는 것을.
"책의 향기, 서점의 추억"
나는 책은 정가에 사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사람이다.직접 서점에 나가서 책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터넷 서점에선 서점의 향기, 책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서점에선 독특한 책의 냄새에 취하거나 황홀경에 빠질 수도 있지만 인터넷 서점에선 그걸 느낄 수 없다. 작은 화면 속에서 아무리 많은 책을 소개한다 한들 책의 향기까지 맡을 수 없는거다.
"문득, 사랑"
인간의 한평생은 거대하고 영원한 사랑의 과정이다.--줄리아 크리스테바 <사랑의 역사>중에서
삶은 곧 사랑의 연속이며, 사랑은 또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사랑이란 세상의 무수한 사람 중에서 어떤 한 사람을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 즉, '대상선택'에서 출발하지요.
대상선택에는 '의존적 대상 선택'과 '자기애적 대상 선택'의 두가지가 있는데, 앞 못 보는 남편과 걷지 못하는 아내가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의존적 대상 선택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고, 흔히 여성들의 신데렐라 콤플렉스 또한 의존적 대상 선택의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자기애적 대상 선택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대상으로부터 뭔가를 얻기보다는 자기 이미지와 닮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이지요. 흔히 사랑과 이기심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타인을 사랑할 때, 그 대상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대상에 비친 자기 이미지를 사랑하기 때문이지요. 자기애가 불행한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공감, 배려가 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
"아름다움이란 여인의 얼굴이나 신체와 같은 감각적 대상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단지 매개체일 뿐이며, 아름다움은 오직 우리가 감각적 대상을 통해 상기하게 되는 지고적 신적 형상의 아름다움, 곧 '이데아의 미'에서 나온다. 그것이 이른바 영혼의 상승을 이끄는 '에로스의 날개'다."---김용규 <서양 문명을 읽는 코드ㅡ 신>
인터넷에서 글을 쓰다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위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글쓰기와 책읽기 였다고 말할 것입니다. 삶이 고달플 때, 하던 일이 꼬여서 괴로울 때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