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강서구라 28주까지 집근처에 있는 병원에 다녔어요. 자연 출산에 대해 알게 되고 전원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도 한참 후에야 진오비에 간 건 남편과 함께 정기검진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 직장이 서교동에 있어서 병원을 옮기면 평일에 정기검진을 혼자 받게 될 것 같았거든요. 주말에는 아무래도 대기 시간이 길고, 그걸 남편이 지루해 하면 화가 날 것 같고, 차라리 속 편하게 평일 점심시간에 혼자 가자. 는 마음이 들 것 같아서요ㅋㅋㅋㅋㅋ 사실 그게 중요한 건 아닌데 말이죠.
제가 받은 심원장님에 대한 인상은 두 얼굴이었어요. 출산 전과 후로. 출산 전에는 엄격하다는 느낌이라 검진 받을 때마다 사실 좀 긴장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제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순산 체조는 잘 하고 있는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출산 관련 정보는 잘 숙지하고 있는지 검진 때마다 확인하셔서 틈나는 대로 걷고 체조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핑계지만 출간 일정 때문에도 그렇고 출산 후에 하루라도 더 아기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예정일을 일주일 남겨두고 휴가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홈페이지는 짬짬이 눈팅만 했어요ㅠㅠ) 또 검진 때마다 마지막에 질문 있냐고 물으셨는데 궁금한 게 많아서 네이버 지식인을 끼고 살면서도 이상하게 그때마다 얼음이 돼서 없다고 하게 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너무 쓸데없이 긴장을 했던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심원장님 말씀대로 애도 낳았으니 무서워진 게 없어진 건지 산후 진찰 받으러 갔을 때는 한없이 부드러워진 심원장님을 만나 뵐 수 있었어요. 저만 그렇게 느낀 걸까요?ㅎㅎㅎ


그럼 별 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또 더 잊기 전에 기억해 두고 싶은 마음으로 출산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예정일 일주일을 남겨 두고 출산휴가+육아휴직 6개월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소식이 없네 하면서 열무김치 담그고
오늘도 하면서 깍두기, 오늘도 하면서 백김치, 그러다 보니 예정일을 가뿐히 넘기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자 마음이 조급해 진다.
겨우 6개월인데 하루라도 빨리 나와 같이 있자고 두부에게 얘기했지만
폭풍 태동만 할 뿐 그 내려오는 느낌이라는 게 없다.
예정일에서 9일이 지난 후에 작정하고 쇼핑을 하러 갔다.
뭘 사려고 간 게 아니라 돌아다니려고.
집에 가려는데 두부가 내려오는 느낌이 든다.
반가운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이슬이 비쳤다. 이걸 왜 이슬이라고 할까. 갈색 냉 같은 것이었다.
먼저 출산한 친구가 힘쓰려면 3박 4일 고기 먹고 가라고 하기에 고기를 구웠다.
걸레질도 하고 짐볼도 타고 샤워도 했다.
오후 8시부터 진통이 시작되었다.
불규칙하게, 너무 잦고 짧게 찾아왔다.
친구와 사촌언니가 그건 가진통이라고 했다.
밤을 새워야 할지도 모르니 자두라고 했는데
신랑도 내가 덜 아파 보였는지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었다.
새벽 2시에 4-5분 간격으로 일정하게 진통이 와서 병원에 전화를 하고 달려갔다.
3-4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는데도 자궁은 3cm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진통 강도도 70~80찍더니 30~40으로 이상하게 더 줄어들었다.
그러는 동안 살풋 잠이 들기도 했지만 정말 몇 초였다.
비교적 옅었지만 진통은 지속되었다.
신랑은 졸다가 아얘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아침이 왔고, 아침상도 받았다.
정말 맛있는 소고기 미역국이었다.
배에 가스가 차고 속도 좋지 않았는데, 진통이 간 틈을 타 거의 다 먹었다.
전날도 그 전날도 소고기를 먹은 건 정말 멍청한 짓이었다.
혹시 다음이 있다면, 정말 당연히 그랬어야 했지만,
평소에 먹었을 때 속이 편한 음식을 먹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도움이 된다던 짐볼은 본격적으로 진통을 할 때는 내 경우에 별로 쓸모가 없었다.
무릎을 꿇고 앉아 의자에 기대어 있다가 진통이 오면 신랑이 등과 엉덩이를 쓸어 주었다.
나중에는 때리듯이 세게 쓸어달라고 했다. 그래야 조금 덜 아픈 것 같았다.
가족분만실로 옮겨가는데 걸어서 오라고 했다.
허리를 펼 수 없는데 기어가야 하나 했는데 신랑과 당직 선생님의 도움으로 걸을 수 있었다.
태동검사를 했던 곳이 가족분만실이었다.
조명도 온도도 따뜻했고 음악을 틀어 놨는데 들리지는 않았다.
힘을 주라고 하는데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몰라서 헤맸다.
어느 정도 힘을 주면 만화처럼 뿅! 하고 아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평소 한 힘 하는데도 그랬다.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회음부를 조금 절개하겠다고 하셨다.
마취를 한 건지 그건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내가 힘을 못 줘 아기가 골반에 걸려 못 나오고 있다고, 이러면 아기가 위험하다고,
내가 힘을 못 쓰면 흡입기를 써야 한다고 했다.
흡입기라는 건 처음 들어 본 거여서 겁이 났다.
다 내 잘못 같아서 무섭고 진짜 어떻게 더 힘을 줘야 애가 나오나 답답하고 눈물이 났다.
진통이 올 때 힘을 줘야 아기가 나올 수 있지만 내가 지쳐 보이니 조금 쉬었다 하자고 하셨다.
애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들은 이상 쉴 수가 없어서 계속 힘을 줬다.
간호사 선생님께서 배를 눌러주셔서 숨이 턱턱 막혔다.
몸이 터져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을 줬다.
미끄덩하고 아기가 나왔고 울음소리가 들렸다.
태반까지 나오고 나니 시원했다.
처음으로 내 몸 밖으로 나온 두부는 내게 안겨 울었다.
신랑은 아까부터 울고 있었고, 나도 그제야 소리내어 울었다.
고생시킨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럽고 고맙고 벅찼다.

그와중에 후처치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남편이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가 두부를 씻겨 데려왔다.
양수에 퉁퉁 불어서 그런지 누굴 닮았는지도 모르겠고 낯설었다.
젖을 물렸는데 잘 빨지는 못했다.


안정을 취한 뒤에 병실로 옮겨가자고 했다.
당장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한 시간 정도 누워 있다가 일어났는데도
어지러워서 혼자서는 설 수가 없었다.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대서 열심히 걸었다.
출산 직후 체중이 궁금해서 체중도 재보고 물도 내가 떠다 먹었다.
당직 선생님께서 내가 제일 가벼워 보인다고 했다.
두부는 잠만 잤다. 깨어 있는 동안에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았다.
모자동실이 힘들다고 하는 후기도 본적이 있었는데 남의 일이었다.
자나 깨나 젖을 빠는 시늉을 해서 배가 고플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 것도 먹이지 않고 열심히 젖을 물렸다.
두부를 낳기 전에 먹은 미역국도 그랬듯 병원 밥이 정말 맛있었다.
병원 밥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고 보호자 식사는 신청하지 않았는데 신랑이 먹어보고 아쉬워했을 정도다.
집조리를 해서 산후관리사가 해 주는 밥을 먹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이유식 해 먹일 시간은 있어도 반찬 할 시간이 없어 김 싸 먹으면서 종종 생각나는 게 그 병원 밥이다.
2박 3일은 너무 짧았다. 많은 분들께 신세를 지고 제대로 인사도 못 한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마지막 산후진찰 때는 신랑이 중국으로 출장을 가 있던 터라 두부랑 둘이서 갔는데 선생님들이 두부를 돌봐 주셔서 편하게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어디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오지 않아도 된다는 심원장님 말씀에 괜히 서운하고 미안했다.


좀 일찍 써 두었어야 했는데, 역시 오래돼서 디테일이 부족하네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무통, 촉진제 없이(물론 선생님들 도움 없이는 안 됐겠지만) 제 힘으로 아기를 낳았다는 게 제게 자신감을 줘 아기를 키우는 데도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순산하고 순육할 수 있는 게 다 진오비 덕분인 것 같아 정말 순간순간 고마운 마음이 든답니다. 복직하고 나면 병원이 회사에서 가까우니 한번 들러야지 했는데 출근하자마자 두부가 아프더라고요. 감기에 설사, 중이염, 젖병으로는 잘 먹지 않으려고 해서 스푼 수유기로 겨우 조금씩 먹고 이유식으로 버티며 저를 기다리다가 탈수까지 와버렸어요. 게다가 나중에는 이유 없이 열이 일주일을 가더라고요. 돌발진이었다고 해요. 두부의 아픔 릴레이에 계속 조퇴에 휴가를 쓰다가 결국 22일 만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지금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자라고 있습니다. 저도 분명 행복하고 즐겁고 엄청 많이 먹는데 살은 왜 자꾸 빠지는지 모르겠어요ㅎㅎㅎㅎㅎ 출산 전 보다 5키로나 빠졌는데, 수유 끝나면 다시 좀 찔까요?ㅠㅠ
거리상으로는 김포공항 쪽이나 가양 쪽이 가까운데 저는 뚜벅이라서 대중교통으로 한번에 가고 시간도 비슷하게 걸리는 것 같아 문화센터를 합정으로 다니고 있어요. 핑계김에 한번 선생님들 뵈러 갈게요. 그 전에 머리가 어서 자라 주었으면 좋겠네요^^



이건 며칠 전의 두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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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2014-07-18 02:33]  dyoon [2014-07-17 20:52]  심상덕 [2014-07-17 17:34]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4-07-17 18:1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이 나는군요.
몸도 사실 약해 보여 순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었죠.
여튼 돌이 다 되어 가는 시기에 올린 출산 후기는 좀체 못 본 것 같습니다. ㅎㅎ
그 정도 기간이면 다 잊어 버려서 생각도 안 날 것 같은데 어디엔가 기록을 남겨 두셨나 보네요?
내용을 보니 시간 순서대로 굉장히 꼼꼼하게 기록하여 주셨네요.
그리고 두얼굴의 저를 보셨다니 핵심을 꿰뚫으셨습니다.
사실 저는 3 얼굴이 있기는 합니다만. ㅋㅋ
진료실에서 보시는 제 얼굴, 출산하고 나서 병실에서 보시는 얼굴, 그리고 홈피상의 얼굴이 있습니다.
그 중 홈피상의 얼굴이 제 실제와 가장 다르고 사기성 짙은 얼굴입니다. ㅋㅋ

순산도 하시고 순육도 하시고 계시다니 축하드립니다.
스스로의 힘과 노력만으로 출산을 했다는 자긍심을 심어드리려고 저희는 가급적 의학적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는데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 원하는 대로 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이쁘고 건강하게 잘 키워서 두부(태명도 특이하군요. ㅎㅎ)가 나라의 동량이 되길 바랍니다.

늦게나마 후기 감사드리며 출산 후기 적어 주신 분께 드리는 작은 선물로 돌도장과 몰스킨 노트 보내드리겠습니다.
아기 실명을 알려 주시면 기념 돌도장을 만들어 드리는데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몰스킨 노트는 저희 병원에 기록된 주소로 바로 내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몰스킨 노트 선물해 드릴 분이 없어 사둔지 오래인 채 서랍에서 묶고 있었는데....
주소는 병원에 적어 놓으신 주소 화곡동 그 주소가 맞는지 모르겠군요.

항상 즐겁고 행복한 가정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3 numino4e 등록시간 2014-07-17 18:4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 2014-07-17 18:10
안녕하세요.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이 나는군요.
몸도 사실 약해 보여 순산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

홈피상의 얼굴이 있어서 검진 때 긴장이 덜했던 것 같아요.
눈팅하며 혼자 빵 터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요.ㅎㅎ

제가 그렇지 못해 아기는 담백하고 부드럽고 영양가 많은 사람이 되라고 태명이 두부였답니다.
거기에 남편과 제가 까만 피부가 콤플렉스라 하얀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쓰면 좋겠다는 남편의 바람도 있었고요ㅎㅎ
아, 돌도장을 선물해 주시나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두부의 실명은 손이현이고 주소는 그대로입니다.
고맙습니다.
꼭 한번 찾아 뵐게요.

댓글

홈피로 인해 부담이 덜어졌다니 다행이네요. 그리고 두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언젠가 제가 물어서 들었던 대답인 것 같네요. 제가 기억력이 나빠 아마 잊어 버리고 있었던 듯..ㅠㅠ.  등록시간 2014-07-17 19:21
알겠습니다. 노트는 모래쯤 도착할 것이고 돌도장은 한 1주일후나 10일후 쯤 들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시간 2014-07-17 19:09
#4 오현경 등록시간 2014-07-18 02:3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두부야, 안녕?!
아빠를 많이 닮은것 같은데, 아닌가요? ㅎㅎㅎ

303호 입원실에서 첫째 같지않은 여유로움으로 아주아주 가볍게 날라다니셔서 놀랐었지요.
아마도 제가 밤근무할때였는데, 복도에서 입원실에서 잠시 마주칠때마다 놀라움의 표시가
기억에 남으셨나봐요.

엄마가 임신 중 부지런하게 이것저것 하신분들은 확실히 남다름을 요즘 더 느낍니다.

합정동 문화센터를 다니신다면, 지나다니면서 들러주세요.
두부 보고싶어요 :)

그나저나 두부 목에 끼어져있는건 머리끈처럼 보이는데. 하하~ 개구쟁이로 보여요 :lol
5# numino4e 등록시간 2014-07-18 13:4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오현경 2014-07-18 02:37
두부야, 안녕?!
아빠를 많이 닮은것 같은데, 아닌가요? ㅎㅎㅎ


옆집 아줌마랑 제 친구 몇몇 빼고는 다들 아빠 닮았다고 하더라구요ㅎㅎㅎ 선생님께서는 두부 처음 보셨을 때 눈 위로는 절 닮고 밑으로는 아빠를 닮았다고 하셨었어요~ 목에 건 것은 잠투정 목걸이인데 자꾸 안으로 말려들어가서 하루만에 뺐어요. 저것 하니까 잠투정 더 한 것 같더라구요. 잠투정이 더 생겨서 잠투정 목걸이였나 봐요;; 두부는 조용한 개구장이랍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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