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테두리의 육중한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연경 점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더군요.
이제 오나 언제 오나 목 빼고 저를 기다린 것인지 목이 한자는 늘어나 보였습니다. ㅋㅋ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얼굴을 슬쩍 보니 생각 밖으로 꿀꿀한 상태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와플 아이스크림을 안 사왔어도 되는데 괜한 돈을 쓴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잠시 밀려 왔습니다.
그러나 점장님은 이미 제 손에 든 봉지를 날카로운 눈으로 스캔하였을 뿐 아니라 다시 들고 간다 해도 아이스크림이 녹아 버릴 것이라 쿨하게 미련은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점장님은 봉지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반갑게 나오면서 손이라도 덥석 잡을 기세이더군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제가 낯가림이 좀 심하여 그럴 틈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ㅋㅋ.
소위 똥꼬 치마(죄송)라고 하던가요? 매우 짧은 회색 스커트를 입고 계시더군요.
요즘 짧은 하의가 유행인가 봅니다. 원래 경기가 나쁘면 여자들 치마가 짧아진다고 했나요? 아님 그 반대인가?
짧은 치마 때문에 훤하게 드러난 허벅다리에 대하여는 개인적 프라이버시가 있어서 무어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ㅋㅋ
요즘 성희롱 교육 기간인가 본데 말 한마디 글 한줄도 조심해야 하니까요.
여튼 허리 춤에는 무슨 TV프로그램 녹화하는 게스트처럼 무전기 비스무리한 것도 달고 계시어 순간 웃음이 나올 뻔 했지만 그만큼 업무에 철저하게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웃음은 참았습니다.
전에 아르바이트 나갔던 망우리의 장O 병원은 하도 대기환자가 복작거려서 진료실에서 마이크로 다음 진찰 환자를 부르던 것이 생각나네요.
아래부터는 제 개인적 판단에 따른 왜곡을 피하고 최대한 사실 관계에만 입각하여 쓰기 위해 시나리오 작법으로 글을 써 봅니다.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괄호안에 지문을 중간중간 넣었는데 제 짐작이라 사실 여부를 굳이 따지지는 말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추측하기로는 실제와 많이 어긋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 "안녕하세요?"
점장: (반가운 마음을 너무 티내면 안 될 것 같아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면서) "어서 오세요."
나: (처음 온 사람처럼 최대한 사무적으로) "커트 하러 왔는데 되나요?"
점장: (역시 반가운 마음과 웃음이 나오려 하는 것을 최대한 억누르면서) "예 됩니다. 호호"
나: (목소리 깔면서) "오늘은 월요일이라 좀 한가한 날인가 보네요? 이거 오다가 샀는데 녹으면 안되는 거라 냉장고에 빨리 넣어 두세요."
그때 쿰 원장님이 밖에서 점장의 높은 톤 목소리에 삐꿈히 얼굴을 내밀면서 나온다.
점장: (봉투가 갈색의 싸구려 봉투라서인지 내용물은 보지도 않고 한손으로 받으면서) "아니 뭐 이런 걸.....(각주: 사실 이런 인사치레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인격을 존중해 주는 의미에서 삽입했습니다.)"
나: "오다가 샀습니다."
쿰원장: "안녕하세요?"
나: (점장님의 수다에 매몰될까 내심 걱정하던 차에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반갑게) "예. 안녕하세요. 머리가 너무 길어 답답해서 자르려구요."
점장: (별로 바쁘지는 않지만 바쁜 척 서둘러 준비실로 들어가면서) "여기 잠깐 앉아 계세요. 곧 준비해 드릴께요."
나: "예" (대답하고 잠시 의자에 앉아 책을 뒤적거린다.)
쿰원장: (메뉴 판을 내밀면서) "뭐로 드릴까요?"
나: (별 내용도 없는 것이라 관심도 없지만 짐짓 꼼꼼하게 훑어 보는 척하면서) "안 주셔도 되는데. 음...그럼 망고 주스로 주세요."
쿰원장이 준비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안에서 잽싸게 화장이라도 다시 만지고 나왔는지 점장이 내 옆으로 와서 바트게 붙어 앉는다.
나: (괜히 민망한 마음에 잡지로 부채질을 하면서) "날이 굉장히 덥네요."
점장: "정말 너무 덥죠?"
그러나 에어컨을 더 빵빵하게 틀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점장: " 나 출산할 때 있던 직원은 다 없나 봐요?"
나: "예 워낙 일이 힘드니까 다들 오래 일을 못하는 편이예요. 아마 오OO씨는 알지 않나요?"
점장: "예 알아요. 근데 사람 구하기가 힘든가 봐요?"
나: "아무래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다가 요즘은 의료 관련 직종에 대한 지원자가 별로 없어서 어렵습니다. 아직도 외래 직원을 충원을 못했어요. 있다해도 주 4일 근무에 200 이상 달라는 되도 않는 조건을 내거는 사람이나 있고...쉽지가 않네요. ㅠㅠ"
점장: (짐짓 남 이야기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어머 그런 사람이 있어요?"
나: (뭐 이런 오리발이 있나 하는 생각에 슬쩍 곁눈질로 보면서) " 예 그런 분이 있더군요. 허허"
이때 쿰원장이 망고 주스 들고 나타난다.
나: "감사합니다."
주스를 마시는 동안 다른 손님이 와서 점장은 매우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안내를 위해 자리를 뜬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쿰원장: "이쪽으로 오셔서 샴푸 먼저 하세요."
나: "예."
샴푸직원: (까칠한 산부인과 원장이라는 소문을 이미 들었는지 최대한 공손한 목소리로) "이쪽으로 누우세요."
나: (샴푸 담당 직원이 여자가 아닌 남자라는 사실에 조금 실망한 채 의자에 누으면서.) "예"
샴푸직원: (나긋나긋하게) "물 온도는 괜찮으세요?"
나: "예."
샴푸직원: (얼마간 머리를 감기고 나서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닦으면서) "근데 오늘 머리 미신다고 하셨죠?"
나: (옆에서 머리 감는 물 소리 때문에 잘못 알아 들은 표정으로) "예?"
샴푸직원: "오늘 머리 (빡빡으로) 미신다고 하셨죠?"
나: (이게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예? 머리를 어떻게 한다구요? 제가요?"
TBCOTE.
뱀발:
머리 자른 인증샷을 올려달라는 모 독자의 요구가 있으나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하여 머리 인증샷은 마지막 글에서 올릴 계획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