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태명 :소중이
예정일 : 2014.11.01
출산일 : 2014.10.24 18:03
성별/몸무게: (남) 3.4kg
초산모 회음부 절개 O 관장X 무통X 촉진제O
결혼후 신혼의 단꿈에 젖어 매일 홍대과 연남동 거리를 만끽하고 다니길 한달.
준비되어있지 않았던 임신이 찾아옴에 따라 알콜과 카페인을 등져야만 했죠. (ㅠ.ㅠ) 홍대에 사는 의미가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어찌됐든 순간의 당혹감과 기쁨이 교차되면서 예전에 보았던 자연주의 출산 다큐를 생각했죠.
다큐를 보면서 나도 꼭 자연출산해야지 라고 마음 먹었거든요.
여기저기 자연출산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던 중 딱 우리동네에 진오비 산부인과가 있다는걸 알게되었습니다.
원장님과의 첫 대면은 굉장히 유쾌했습니다.
6주차 5일, 초음파상 출혈이 조금 보인다며 유산기가 조금 있다고 하셔서 제가 산모수첩에 유산기 조금 있음이라고 적어달라고 했죠
(남편이 임신했다고 꿈쩍도 안한다고 뭐라고 했거든요 자기 다 시켜먹는다고 )
원장님께서 제뜻을 간파하시고는 산모수첩에 이렇게 적어주셨죠 " 유산기 심함"
그 이후로 원장님 덕에 임신기간 편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12주차였나? 원장님에 아기 성별 여쭤 봤다가 찐~한 설교도 들었었고요(그당시 법적으로 32주지나서 고지해야하는지 몰랐어요 ㅠㅠ)
간호사 언니한테 원장님 지금 화내는 거냐고 묻기도 했네요 히히~
16차 때에는 아기심장에 석회가 있다고 해서 펑펑 울었고요
임신당뇨 재검나와서 아찔하기도 했네요.
아기는 3주 크고 몸무게는 평균보다 많이 쪄서 내원할 때마다 원장님께 따끔히 한소리씩 들었더랬죠
남들은 자궁이 위를 눌러서 소화가 안된다고 하던데 전 위가 자궁을 눌렀던거 같아요
진짜 잘~먹고 또 잘~먹었거든요
후기에는 부종 고혈압 단백뇨 세트로 찾아와서 중독증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임시중독증은 아니었어요~
출산예정일 2주남긴 10월 21일 출산휴가에 들어갔습니다.
몇년만에 쉬어보는 달콤함 휴식인가~ 아기 나오기 전까지 신나게 놀아보자라는 생각으로
약속도 매일매일 잡아놓고 이틀 열심히 노니 갈색혈이 살짝 비췄어요 @.@
ㅠ.ㅠ 단지 2일놀고 3일째 다시 방콕.
11월24일 자정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4시까지 한시간 간격으로 배에 알싸함이 느껴졌어요
간밤 뭘 잘못먹은건가 했는데 진통어플 켜보니 4시부터는 10분간격으로 배가 아파오더라고요
새벽5시 샤워하고 병원갈 준비를 했죠
지방에 있는 남편에게는 7시쯤연락해서 아기 나올 것 같다고 빨리 와달라고하고
마지막 만찬을 먹어야겠다며 엄마한테 거하게~ 한상 차려달라고 했어요
누가 애 낳으러 가기 전에 많이 먹어둬야 힘 팍팍 줄수 있다고 했었나요? ㅠ.ㅠ
전 분만 마지막까지 소화 안되서 끙~하고 힘주다말고 트림해댔죠 ㅠㅠ 정말 추했을거에요
8시쯤병원에 전화해서 택시잡으러 나갔는데. 이게 웬일 출근시간이라 택시도 안잡혀요
도보 15분 진오비를 40분만에 걸어서 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자궁문 3cm 열려서 바로 입원가능했습니다.(이것도 걱정했거든요 아직 때가 아니라고 돌아가라고도 한다그래서.)
이때까지만 해도 병원안에서 셀카도 찍고 엄마랑 농담도 했죠
저는 평소 평화로운 출산(히프노버딩)에 관한 자료랑 책도 많이 읽었고 체조도 나름 했다고 생각했기에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없었어요
복식호흡과 심상화를 제대로 하면 고통이 없을 줄 알았거든요
다큐에서 보면 쉽게 낳잖아요 ㅜ.ㅜ
그런데 자궁 5cm 열릴때 부터는 뵈는게 없었어요
'아 내가 왜 무통도 안놔주고 제왕절개도 잘 안해주는 이병원에 왔을까?
배 가르고 싶다'라는 생각뿐.
남편이 옆에서 손잡아 줘도 짜증나고 토닥여줘도 짜증나고 쳐다보는 것도 짜증나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진통의 고통이었어요
오후 3시 30분 자궁문 9cm 열렸다며 분만실로 향했죠
이제 곧 우리 소중이와 만날 수 있겠구나 이 고통도 끝나겠구나 했는데
이게 웬걸요??
분만실에서도 2시간30분을 참아내야 했습니다.
속골반 작다고 애기나오기 힘들다고 힘 팍 주라고 하셨는데
기운빠져서 힘이 잘 안들어가더라고요
그리고 글로만 읽었던 힘주는 법이 아 이런거구나 싶었죠.
원장님께서 이렇게 힘 제대로 못주면 흡입기 써야한다고 하셔서
전 간호사선생님께 다짜고짜 흡입기 갖다달라고 했죠
아기가 골반에 껴서 숨 못쉴까바 걱정되었거든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흡입기도 부작용이 많이 있더라고요.
아는 지인도 흡입기써서 아기 눈에 이상이 생긴 사례도 있고요.
원장님께서 이번에 힘주면 아기 나온다고 해서 끙~ 하고 팍 힘을 줬죠
미끄덩~한 느낌이 들면서 오후 6시3분 아기가 나왔어요.
남들이 말하는 코에서 수박나오는 느낌 같은게 전 없었어요
그 느낌 뭔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아기가 제 가슴에 안겨지자 안도감과 황홀함이 겹치면서 아기에게
사랑한다고 해줬죠.
옆에 남편이 동요를 부르길래 저도 불러줬는데 아기가 좋아하는거 같았어요
아니 매일 불러줬던 노래여서 분명 좋아했을거에요 ^^
육아 3주차
잠 못자서 너무 피곤하지만 아기 얼굴보면 피로도 싹~ 사라지고
이렇게 애지중지 절 키웠을 엄마한테도 깊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네요
이제 소중이는 최 도준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세상을 항해하게 되었어요
도준이가 건실한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사랑으로 키울게요
그리고 철학과 신념으로 자연분만 하게 해주신 심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가족에게 큰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진오비 가족 여러분들
건강 잘 챙기시고 항상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진심으로 심원장님과 분만실의 간호사 선생님들 존경하며
전심으로 진오비 산부인과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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