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일 : 2014.11.11(41주+0)
예정일 : 2014.11.4
성 별 : 남아
몸무게 : 3.60kg
초산, 자연분만O, 촉진제O, 회음부절개O, 흡입기O, 무통X, 제모X, 관장X
임신 준비하면서부터. 자연출산. 자유출산. 자유분만에 대한
남다른 고집이 있었는데..
조산원이나.. 가정출산까지도 욕심 내다가
결론적으로 선택한 진오비와 심원장님 이하 의료진은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예상치 못한 난산으로 응급으로 다양한 의료 지원을 받았고
자칫 위험할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실로 다큐멘터리에 나올만한 만족스럽고 이상적인 결과를 맛보았어요.
이하 출산 후기.....
36주 막달검사 결과.
자궁이 말랑해졌고, 아이 체중도 2.8키로를 넘겨서
당장에 출산 기미가 와도 이상하지 않다며...오맛.
갑작스럽지만 구름 위에 떠오른 기분♥
그때부터..
진통의 공포나 두려움과 반비례 하는
아이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수~직~상~승~!!!!
끄아. 귀욤 바름이.. 언제 나오냐며~~~
보고싶고 듣고싶어 다니고싶고 만나고싶어
(본격 영심이 노래 흥얼거리기..ㅋ)
아기와 내 몸이 준비 다 됐다니
막바지 체력증강을 위해 씨름부 식단에 돌입했어요.
임신중에 활동도 운동도 참 많이 해서.
체중은 많이 늘지 않고 체력은 좀 좋아진거 같았는데
고기고기한 식사 덕에 씩씩해짐을 실감하지만...
4주가 지나서 예정일을 채울때까지 아이는 그 자리에...
39주나.. 41주나.. 예정일이랑 시간 차이는 똑같은데..
일찍 나오는건 반겨놓고선..
늦어지니까 불안감이 슬금슬금 새어나왔어요.
게다가.. 예정일을 정확하게 기억해주는 지인들의 안부 연락에
날짜가 하루 이틀 지날수록 시무룩...
매일 뱃속 아이를 재촉하던 중.
41주를 꽉 채운 월요일 새벽..
"여보.. 일단은 출근해.. 그리고 서둘러 돌아와.. "
남편은 꽤나 당황한 기색으로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했다가
반차까지 써가며 정~~말 서둘러 돌아왔어요.
그 사이 전 이슬을 만나고..
진심 흐뭇해하며 10분 간격에 가까운 진통을 시작.
이슬은 누가 처음 표현했는지.. 콧물 딱 그것과 닮았어요.
욕실의 황색조명 덕인지.. 식어버려 되직한 탕수육 소스와도 좀 닮았고..
실로 반가운 아이템 이었네요.
이제 기다림의 끝이 보인다는 상징적 의미였으니.
진통은 주기가 짧아지면서. 3~4분 정도를 유지했는데.
어쩐지 견딜만하단 생각이 든건...(결과적으로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리드미컬한 주기와 순차적인 강도증가..
참 진통은 신기하다며 순순히 받아들이려 했어요.
허나.. 전 표현력이 좋은 사람.
아프면 소리 질러 버리는 그런 사람.
진통동안 소리도 좀 질러주고. 그래야
애 낳은거 같단 나름의 상상을 실현했더니
너무 힘들어 하는거 같다며.. 심원장님께서 후반부에 엉덩이 진통제를 주셨네요. ㅋㅋ
진행은 더디고.. 엄마는 자꾸 지쳐가서 구원의 손길을 주셨나봐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전 진통제 덕에 한시간 반쯤 쌩쌩해서 농담하고 놀수 있었던듯 해요.
전체적인 스케쥴을 보자면
오전 4시에 불규칙 진통이 시작되서
오전 9시반에 이슬보고.
10시쯤부터 진통이 규칙을 찾기 시작해서.
오후 3시에 3~4분으로 오길래 병원행.
(초산부는 일찍 병원 가봐야.. 병원에서 진통 길게 해야한다고
집에 돌려 보내는 원장님이신걸 아는지라...
5분 이하 될때까지 집에서 쿠션 끌어안고 낑낑낑.)
입원전 내진에서 아기가 나올 경부는 3센티가 열렸고.
저녁이나 밤쯤 분만을 예상해주셨더랬죠.
허나 시간이 지나도 말랑한 자궁이 의외로 쉽게 열리지 않고.
전 졸음을 이기지 못해서.. 아파하다 순식간에 잠들고 ㅋㅋㅋㅋ
안그래도 아프면 숨을 참게 되는데.
잠들어 버리니 무호흡증으로 아기의 심박이 위험해질 지경.
숨 참지 말아야지.. 하지만.. 잠들면 무용지물.
호흡 연습 많이 했는데도.. 잘 안되더라구요..ㅠㅠ
애기가 나올 문은 안 열리고
전 지치고 졸린데다 밥도 안 먹고 싶어서..
지체하면 더 힘들거라고 촉진제 투여. 허억허억..
엉덩이 진통제가 페이드 아웃 되면서 촉진제가 작용
안 아프다 아프니까 더 아픈거 같고..ㅠㅠ
나중에 병원에서 촬영해 준 출산영상 보니
제가 본 가장 못생긴 제 얼굴....
(위대하고 아름다운 상황과 별개로. 표정과 행색은 충격 비주얼)
사실 마지막이라며 분만실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수축도 약하고 자궁문도 약간 덜 열려서
양수도 터트리고..간호사 선생님의.배 누르기와
회음부 절개에 이어 마지막엔 흡입기 사용까지.
결국 애 낳을때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의료적 도움을 다 받았네요.
집이나 조산원 이었으면 정말 어쩔뻔 했을지 생각만으로도 끔찍해요.
그렇게.. 아기가 태어날때까지 그래도 이정도면 할만한거야.. 라고
자기암시를 무한반복했고.
입이 방정이라고..
결국.. 진통은 정말 이겨낼만한 통증이었어요.
아기를 받아안고 감격에 젖어들 즈음.
태반이 자연탈락되지 않는다며.
심원장님께서 (극극존칭 쓰고싶음) 유착태반을 손으로 떼어내시기 시작하셨어요.
낮은 확률의 상황이라며.. 애쓰시는 음성이 들렸어요.
후에 신랑이 얘기하길..
원장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혼신의 힘을 다해 처치해주시더라고 정말 감사하다고 했어요.
경험이 많은 의료진들이 없었다면 정말 크게 위험했을지도..
진통중 옆에 서 계신 간호사 선생님 손 덥석 잡고 힘줘서 놀라시진 않으셨을지 ㅋ
심원장님도. 분만실 계셨던 간호사 선생님들도.
저를 위해 애써 주시는 마음에 눈물이 와락 나오려는거 힘 빠질까봐.. 꾹꾹 참았어요..
그리고 애 낳은날 새벽에 "고마와요~"하며 코 끝 찡해서 눈물 훔쳤더랬죠...
암튼 덕분에 저는 분만대에 누워서..
"둘째 낳을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보는 황당함을 선사했어요
"둘째도 여기서 낳을래요.. "라고 쐐기를 박기도.. ㅋㅋㅋ
애 낳을때는.. 끄으으윽... 소리 참아가며 힘주는 수축의 고통이라면
태반 뜯어낼때는..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마취요
목이 쉬게 쉼없이 아악 아아악 하게 만든 소름돋는 통증.
두 통증을 비교했을때 진통은 할만하다고 얘기하는건 진심~~!!
명의와 믿음직한 의료진을 만난게 1번이고.
다행히 유착부위가 넓지 않고 출혈도 많지 않아서
첫날 오후에 입원해서 새벽에 애 낳고
토탈 2박3일만에 퇴원하고 집에 왔어요.
원칙진료. 과잉진료 절대 없는 병원의 방침덕분.
이젠 핵폭탄.같던 통증은 잊고.
회음부 절개 통증 따위에 휘둘리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굳건한 모유수유 의지를 위해
과감히 꿈의 직장도 퇴사한 마당이라.
조리원도 쿨하게 마다하고
퇴원 후 바로 집으로 왔는데.
위급상황에서도 큰 수술보다는 가능한 처치를 해주신 여러 선생님 덕분에
집에 온 다음날부터 빠른속도로 회복해서 일주일이 되기도 전에
임신 출산했다는 사실이 가끔 잊혀질 정도.ㅋ
결코 쉽지않았고 다시 곱씹어보면 아찔한 출산이었지만.
지금 제 곁에 건강히 있어주는 아이를 보노라면 행복하기 그지없네요.
심원장님께 고맙단 말씀 드리는건 백만번도 하고싶구요.
임신 기간동안 여러모로 잘 살펴주신 외래 선생님들과.
입원기간동안 꼼꼼하게 잘 보살펴주신 분만실 선생님들. 저를 이틀간 키워주신거예요~~
넋나간 제게 빼빼로데이까지 챙겨주신 배소정쌤~♥
분만실에서 힘 가장 많이 쓰신 선생님이셨는데. 되려 제가 선물까지 받았네요~
이 자리 빌어 진심으로 감사 전합니다~!!
또한. 첨부터 끝까지 손 꼭잡고
얼굴 머리 몸 쉬지 않고 쓰다듬어가며
얼르고 깨우고..
지금 생각해도 멋지고 대단한 내 남자 내 남편♥
이틀을 꼬박 내 곁을 지켜준 그 모습에..
이 사람의 아이를 낳게 되어 행복하다고 몇번이고 감사했어요.
남편의 역할도 정말 크게 작용합니다!!!!!
고통없이 얻는 것 없다는걸 실감했어요
출산에서. 진통은..
남편과 나와 아이의 애착을 세상 그 어떤것보다 강인하게 해주었네요
남편과 아들.
사랑하고 또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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