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산후조리원으로 옮겨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어나서 부터 줄곧 함께 있던 아기를 신생아실에 떼어놓으니 몸은 편한데 마음이 영 편칠 않네요.
심심하기도 하고 ㅎㅎ

오늘 퇴원 전 찍어주신 사진을 확인하러 들어왔다가 그 김에 후기도 남깁니다.
심원장님의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기록력(?)에 남편이 자기와 비슷하다며 ㅋ 재밌어했답니다 ^^
사진은 그러고보니 우리의 첫 가족사진이더라고요. (감동감동)
영상 속 갓 세상에 태어난 아기의 모습도 찡했습니다.

아래 후기는 출산 당일 기록해놨던 것을 붙입니다.
산고가 상상을 초월했다고 한 것은 많이 아파서라기 보단 처음 겪는 종류의 통증이어서 였던 것 같아요.
이 정도의 톤이라면 곧 둘째도? ㅎㅎ

산과의 특성상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과는 10여개월의 짧고 굵은 인연일텐데요,
그동안 온전히 믿고, 신뢰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심원장님 처럼 의사로서의 신념을 지켜나가는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사회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하면서 ^^
모두 고생많으셨고요,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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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2시 드디어 나의 딸 별이를 만났다.
가진통 48시간, 진진통 5시간 만이다.
3.15kg에 손가락 발가락 눈 코 입 귀 다 잘 달고 태어났다.
이 예쁜 것이 어떻게 내 뱃속에서 10개월이나 있었는지, 도저히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출산의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틀 동안의 가진통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첫째 날은 낮잠도 잘 정도로 여유로웠는데 둘째 날은 밤을 꼬박샜다.
4~6분 간격의 진통 속에 침대 헤드에 기대 1분 앓다 몇 분 졸다를 반복하다, 거실을 무한정 뺑뺑이.

첫 10시간 진통 후 아침에 병원을 찾았더니 2센티 열렸다고 귀가 조치.
그로부터 20시간 후 새벽같이 병원에 갔더니 여전히 2센티.
그리고 1,2분에서 7,8분으로 되려 늘어나는 진통 주기.
결국 의사선생님이 이대로라면 애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며, 오늘 내로 낳아보자는 목표로 촉진제를 투여했다.
임신 기간 내내 큰 고생없이 잘 지냈다며 자신만만해했던 나였는데, 결국 유도분만의 길로..

다섯시간의 진진통은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두어 번 정신을 놓은 듯도 하다.
그나마 시간이 짧았던 게 천만다행.
그리고 막판 출산.
진통은 참아내는 게 과제인데 반해 출산은 노력이 필요했다.
출산교실서 배운 막판 힘주기 호흡법을 가까스로 반복하며 x싸듯 힘주기를 30여 분.
과연 애가 나올까 싶었는데, 애 머리가 보인다며 다음 번 힘주기 때 쑥 놓자는 의사선생님.
그 마지막 힘으로 정말 별이가 쏙 고개를 내밀더니 곧이어 몸을 주루룩 빼냈다.
주변 경험자들이 말하던 따뜻하고 시원한 느낌이다 ㅋ
내 가슴에 올려놓으니 한쪽 눈을 뜨고 이곳저곳 살피다 울음을 터트리는데, 별이야 엄마야~ 라고 부르니 신기하게 울음을 뚝 그친다.

긴긴 가진통이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애를 낳고나면 착하게 살꺼라고 다짐했는데, 지금 여러모로 기분이 쵝오다.
진통과 출산이 왜 계속 현재형에 머물러있는지, 대체 이 일이 과거가 될 수 있을지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내가 그간 부러워하던 '이미 애 낳은 여자'가 되어서 너무 좋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예쁜 아이가 어디 아픈데 없이 나에게로 왔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다.
앞으로 펼쳐질 육아의 길 역시 주변 선배들 왈 상상 이상일 것 이라고 했지만, 어쨌든 난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 ㅋ

페북을 통해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 남편.
내가 오히려 더 고맙다.
진통 과정과 특히 출산 중에 내 등 받쳐주랴 쓸어주랴 같이 호흡하랴 고생 많았다.
그래서 지금 나보다 더 피곤해하다 저 아래서 깊이 잠들었다 ㅋ

진오비산부인과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
집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자연주의 출산을 하면서 과잉진료도 하지 않고 생명존중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는 병원이 있었다니.
진료 때 부터 출산까지, 환자의 말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챙겨주신 심원장님께도 너무 감사하다.

모자동실이라 내 옆에서 코 숨소리를 내며 곤히 자고 있는 별이.
별이야, 엄마 아빠에게로 와주어 너무 고마워! 우리 세 식구 앞으로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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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개야 [2014-12-03 23:41]  now4me [2014-12-03 21:30]  apple1831 [2014-12-03 16:35]  심상덕 [2014-12-02 20:31]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이연경 등록시간 2014-12-02 23:4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글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해하심이 느껴지네요ㅎㅎ 모자동실 쓰다가 조리원에서 아기를 슝~하고 데려갔을때의 허전함을 전 아직도 기억해요ㅜㅜ 너무서운해서 막 울었거든요;;;;;  앞으로 별이와의 버라이어티하고 여태까지보다 더 긴 육아가 기다리고있을텐데 지금처럼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고 예뻐죽는ㅋㅋ 날들 되시길 바래요~^^ 순산 축하드립니다!^^
#3 심상덕 등록시간 2014-12-03 10:0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이젠 산후조리원에 계시겠네요.
병원 있을 때보다는 많이 편할 것입니다. 식사도 훨씬 영양가 있고 맛나게 해 주시겠지요.
조리원에서 잘 드시고 모유 수유도 쉽게 적응되시면 좋겠네요.

여튼 산모께서 힘도 잘 주시고 진통도 잘 참아서 쉽게 순산해서 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분만한 아기들은 머리가 많이 찍그러지는 경우가 많은데 순산해서 아기 머리가 동글동글하니 귀엽더군요.
물론 당사자야 참기 힘든 고통이었겠지만 초산에 그정도면 상당히 쉽게 나으신 것입니다.
복 받은 거죠. ㅎㅎ

그리고 제 기록력(?)이라니 제가 남기는 기록이야 산모의 검진 기록과 초음파 검사 영상 정도일 뿐인데요.
아참 요즘 출산 영상과 출산 계획 상담 영상도 저장해 드리기는 하지만  일생에 한두번 뿐인 임신 출산 기간을 좀더 감동적으로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는 작은 서비스입니다.

순산 하신 것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출산 후기도 감사드립니다.
후기에 대한 병원 공식의 선물인 아기 이름 돌도장은 오늘 주문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리는 몰스킨 노트는 이삼일 내로 들어 갈 것입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조리 잘 하시길......
감사합니다.
#4 시온맘 등록시간 2014-12-03 21:3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순산 축하드려요! 아가를 직접 만났을때의 감동이 글로 느껴지네요 >. < 육아도 행복하게 기쁘게 하시길^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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