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진제 ○, 제모X, 관장X, 무통X, 회의부○
태명 : 봄
성별 : 여아
몸무게 : 3.48kg
예정일 : 2015.3.16
출산일 : 2015.3.20
진오비 출산후기를 읽으며 출산에 대한 여러상황을 간접적으로 공부(?)하고 실제 출산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참 다양한 출산이 있구나, 나중에 내 경험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임신 중 병원을 한 번 옮기고, 근무하던 회사가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사를 가서 마지막 3달은 천안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한 것 빼고는 나름 평탄한 임신 기간을 보냈습니다.
임신 확인 후 16주까지 검진은 불광동의 산부인과로 다녔습니다. 그런데 출산이 가능하지 않은 부인과 진료만 보는 병원이어서 출산병원을 정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20주 이내 검진기록이 있어야 출산이 가능하다는 병원이 있어, 그 무렵 출산병원을 폭풍 검색하였습니다.
'건강한 산모는 환자가 아니다' 출산을 준비하며 가장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출산은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스레 아가를 만날 수 있는 자연주의 출산이었기에 서울에서 자연주의 출산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았고 그 중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진오비를 방문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심원장님이 어떤 분인지 잘 모르고 예약을 잡았습니다. 진료 방식이나 철학에 대한 관심보다 남자 의사라는 부담감이 더 컸고 첫 진료를 했을 때 무뚝뚝하신 말투에 솔직히 병원을 옮겨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 때 직장선배가 좋은 산부인과 의사를 소개해준다고도 하였거든요...
그런데 다음 진료까지 소개해준다던 의사 선생님 이름이나 병원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인터넷으로 심원장님을 다시 찾아보고, 진오비 홈피를 다시 보고..남편과 믿고 출산해보자는 마음을 가지니 심원장님의 다정함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정일을 한 달 앞두고 알게된 사실은 직장선배가 추천하려던 선생님이 심원장님이었습니다. 제 직장 선배의 아이도 심원장님께서 13~14년 전에 받아주셨더군요.
2015.3.15 일요일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아침에 왈칵하며 따뜻한 액체가 나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순간 잠이 확 깨며 화장실로 달려가보니 무색의 액체가 속옷에 젖어있었습니다. 순간 겁이 나 병원에 전화하고 전날 당직이셨던 심원장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진통이 없으니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도..그 다음날도 진통은 없었고 내진을 해봐도 자궁에는 변화가 없어 항생제를 먹으며 금요일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2015.3.20 금요일
그 동안 병원갔다가 집에 다시 오길 수차례한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겠거니하고 진료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진통은 없지만 양수가 조금이지만 샜으므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유도분만 하자고 하셨고 입원실로 올라갔습니다. 촉진제를 맞으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의료진의 개입이나 약물 사용을 최소화로 하고 싶었는데..아기한테도 미안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10시부터 촉진제를 맞았지만 오후 4시까지 진통은 오지 않고..오후 5시쯤 이렇게 진행이 안되면 수술 할 수도 있다며 결국 질촉진제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기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잘 사용하지 않는데 강력한 만큼 효과가 바로 있었습니다. 진통이 시작되며 입원실의 셋톱박스 시계만 쳐다봤습니다. 1분이 10년같이 느껴졌습니다.
오후 6시쯤. 내진 후 12시~1시 사이에 아가를 만날 수 있겠단 말씀에 저 시계가 얼른 12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진통은 세지고 속은 미식거리고 결국 점심에 먹은 식사를 게워냈습니다.
오후 7시. 자궁문은 2cm 열리고, 양수가 터지며 질촉진제가 밀려나왔습니다. 이 때부터 움직이면 양수가 계속 새니 누워있으라고 하시며 소변통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그런데 차마 남편 앞에선 못 보이겠어서 분만대에 올라갈 때까지 참았습니다. ㅠㅠ
진통이 올 땐 가만히 누워있는게 더 힘들었습니다. 진통이 오기 전까진 내진하는게 엄청 싫었는데 진통이 시작되니 내진이 오히려 시원하고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태동검사가 더 싫었습니다. 나중엔 간호사 선생님께 꼭 해야하는 거냐며 태동기 좀 빨리 떼달라고, 제발 떼달라고 사정하였습니다. 중간중간 진통이 없을 땐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진통이 오면 신음소리가 나오고..그 와중에도 같은 날 진통한 옆방 산모님들 소리가 들리며 얼마나 아플지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오후 9시 30분쯤. 원장님께서 급한 분만이 있다며 끝나고 내진해보자고 하셨습니다. 당시엔 진통때문에 원장님을 못쳐다보고 벽을 쳐다보고 대답했는데 나중에 지나고보니 어찌나 죄송하던지요..
오후 10시 10분쯤 오현경 선생님이 내진해보시더니 5cm 열렸다고 했을 때 수술해달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진행되고 있고 원래 5cm까지가 제일 힘들고 이후에는 좀 나아진다고, 아기가 잘 버티고 있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라며 바로 거절당했습니다. 10시 20분쯤.. 태동검사 중 와르르르 무언가 계속 나오는 느낌이 들며 자연스럽게 배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아직 앞에 분만이 안 끝나 데스크에 아무도 없어 남편에게 간호사 선생님께 전화하라고 말하고, 간호산 선생님이 내진해보더니 분만실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고 안 아플 때 분만실로 오라하셨는데 빨리 끝내고 싶단 마음에 바로 걸어갔습니다. 이제 힘주면 끝인가 하며 분만대에 누워 힘주는 연습을 하는데 진통보다 애기 나오는 길을 넓혀주시는게 더 아팠습니다.
힘주기 연습 후 원장님이 오셨는데 분만실을 옮기자고 하셨습니다. 애기 머리가 느껴지는데 옆분만실로 걸어갔습니다. 저는 솔직히 걸을 수 있을까 했는데 분만 중에도 걸을 수 있습니다. ㅎㅎ
분만실을 옮겨 다시 힘주기가 시작됐고, 진통이 올 때 호흡을 들이마시고 짧게 내쉰 후 최대한 많이 참고 끙~ 대변보듯이 힘을 주니 뭔가 빠져나왔습니다.
오후 11시 7분. 배 위에 올려진 아이를 보니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솔직히 처음 든 생각은 아기가 예쁘다 보다 이제 끝났다, 아기 손가락 발가락이 참 길다 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후처치는 너무너무 아팠습니다. 남들보다 3배는 더 찢어졌다며 "살성이 매우 안 좋아요. 너덜너덜해요." 원장님께서 꽤 오래 꿰매셨습니다..ㅠㅠ
분만 후 1시간 동안 누워서 가족들에게 출산 소식을 알리고 다시 입원실로 옮겼습니다.
출산 전 날에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잠을 거의 못잤는데 아이가 옆에 누워 자는 모습을 보니 더 잠이 안 왔습니다. 한 시간 가량 잤는데 근육통이 와 진통제를 맞고 겨우 잠들었습니다.
입원 기간 중에 심원장님을 비롯하여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수술할 줄 알았는데 자연분만해서 다행이에요" 하시는데 진통을 견딘 제 자신이 자랑스럽고 (비록 중간중간 수술해달라고 외쳤지만) 잘 버텨준 아이에게 고마웠습니다. 심원장님께서 찍어주신 출산 동영상은 조리원에 있으며 여러번 봤는데 볼 때마다 울컥했습니다.
촉진제를 썼지만 심원장님 덕에 원하던 자연분만을 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아이 낳자마자 둘째 생각이 드는 것이 심원장님 효과인가 싶습니다. ㅎㅎ 둘째도 잘 부탁드리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podragon [2015-05-04 19:27] 오현경 [2015-05-04 16:30] 심상덕 [2015-05-04 1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