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예쁜것만 보고 좋은 생각만 하고, 음식도 가려 먹고 등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참으로 많이 듣게 됩니다.
하지만 임신 과정이상으로 중요한것이 출산일텐데요.
저의 경우 첫째를 메디플라워에서 자연출산했고, 둘째 역시 그러길 원해서 진오비를 선택했습니다.
처음엔 첫아이가 있으니 가정출산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병원이 아니고 집에서 낳은 다음의 후처치 라든지 여러가지 불편하고 불안한 상황이 걱정이 되어
진오비에 심상덕 원장님께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심원장님은 진료는 하지 않고 대신 인터뷰(?)를 하시고는 병원을 진오비로 다닐지 잘 생각해보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약간은 사무적이고 약간은 무뚝뚝해 보인다고 말을 듣고 가긴 했지만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하고 병원을 찾은터라 그런지 왠지 마음 한구석이 섭섭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건 이런저런 설명을 다하고, 진료비는 없으니 가도 된다는 말에 특이한(?) 병원이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하면 보건소에서 검사를 해서 갖고 와도 되고, 초음파도 필요이상으로 보지 않겠다고 하는 병원의 방침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 초음파를 자주 하는 편이지요.)
그렇게 진오비와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첫아이를 자.연.분.만이 아닌 자.연.출.산을 한 만큼 진오비는 저에게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무통(경막외마취)을 맞고 진통을 줄이면 출산이 지연되어 다시 촉진제를 맞아야 하고, 그러다가 제왕절개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지요. 자연출산을 무통없이 촉진제 없이 어느 시점이 되어 몸에서 보내는 자궁근육의 수축을 호흡으로 이완하고, 겪어내면서 아이와 산모가 함께 출산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는 집에서도 가깝고, 병원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자연출산 할수 있도록 산모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주시는 심원장님은 제게 참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첫 아이를 예정일에 낳아서 둘째도 예정일에 낳겠지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둘째는 개월수에 비해 배가 많이 불렀고, 뚜렷한 가진통 증상도 있고 배가 일찍 아래로 내려와서 예측할수가 없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최대한 진행되어서 오면 좋다고는 하셨는데, 경산의 경우 초산보다 빨리 진행되지만 저의 경우 첫 아이를 약 10시간에 걸쳐 진통을 했기에 둘쨰는 얼마나 빨리 낳을지 알수가 없었지요.
출산예정일을 1주일 남겨놓고 회사에 출산휴가를 내고 순산하라는 격려와 응원의 메세지를 받고 집에서 하루하루 기다리며 출산준비를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산모들이 써넣은 얘기처럼 태동도 조금 줄어드넌 듯했지만 이슬이 비치지는 않았고, 대신 젤리 같은 투명 분비물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마다 틀려서 이슬없이 출산하는 분들도 있다해서 저 역시 그 케이스에 가까울거라고 예상했고, 출산예정일 전전날 밤에 배가 사르르 아프면서 수축이 오다가 절정에는 다다르지 않는 가진통이 시작되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멀쩡했습니다. 출산예정일 전날 밤엔 좀더 심함 수축이 조금더 길고 강하게 왔고, 불안한 마음에 새벽 2시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머리감고, 다시 수축을 느끼기 위해 1시간 넘게 깨어있었지만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예정일에 마지막 진료가 있어서 병원에 따로 연락하지 않고 점심먹으면서 남편에게 "오늘일것 같다"라고 이야기 하고 진료를 보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 심원장님이 몸이 어떠냐고 하셔서 규칙적이지 않은 수축이 온다고 말씀드렸더니 초음파보고 내진하자고 하셨습니다.
내진하면서 3cm가 열렸다며 입원하고 오늘 저녁에 낳을수 있을거라고 말씀하셔서, 속으로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로부터 4시간 30분후인 6시 37분에 3.5kg의 달고나(태명)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경산이라 그런지 초산에 비해 정말 진행이 빨랐고, 초산떄는 양수가 파수되고 나서 폭풍진통이 시작되었던 반면에 경산때는 양수가 파수되지 않았는데도, 수축의 강도가 매우 강하고 오래 밀려왔습니다. 짐볼에 앉아서 호흡하고 침대에 누웠다가 골반을 움직여줘야 진행이 잘 된다는 남편의 말에 조금 걷으며 계속 호흡하고 숫자를 세며 한고비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사실 어떻게 넘겼는지 기억은 잘 안나네요 ㅎㅎ) 입원실이 조금 더웠고,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첫째떄와 비슷한 증상) 숫자가 13을 넘기시작하면서 제어할수 없는 거친 파도가 몰아치듯하는 수축이 계속 되었습니다. 33정도까지 절정이었다가 35정도 세면 파도가 사라지고, 다시 밀려오고를 반복하면서 자궁문은 4cm, 5cm 차근차근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진행이 되는 바람에 허리는 점점 끊어질듯이 아팠고, 그래서 두번째 태동검사는 도저히 못하겠다고 거부하게 되었어요.
제가 숫자세기가 힘들면 남편이 옆에서 어깨를 쓸어내리고 긴장풀고 호흡하게 계속 도와주면서 *둘라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습니다.
( 사실 남편은 자연주의 출산 카페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이 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서 가정출산을 하고 있습니다.)
"자기야.. 나 수술 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 윤이때 어떻게 출산했지? 나 너무 힘들어."
남편에게 끊임없이 투정하며 때론 흐느끼며, 자궁수축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내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러던 중에 심원장님이 내진하러 오실때마다 이제 다됐나 싶어서 심원장님이 하는 말씀에 귀를 쫑긋 세웠었는데, "첫째는 무통 안맞으셨나요? " (끄덕끄덕) " 그럼 둘째도 잘 견디실 거에요." (도리도리)
" 무통을 맞으면 진행이 더디게 되요. 그러니까 지금처럼 하시는게 좋을거 같고 계속 호흡을 하세요. "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호흡인것 같았다. 첫째 출산할떄와 달리 호흡연습도 안했고, 출산교실도 안다녔는데, 갑자기 후회가 되면서 호흡은 어떻게 하는건지 머릿속이 하얗게 됐다.
" 빠르면 저녁 7시경에 늦어도 8시경에 낳을거 같아요."
(여기부터 일기처럼 쓸꼐요^^)
갑자기 덜 아픈것 같았다. 심원장님이 그 말씀을 하시자 그렇게 아픈 와중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원장님뒤로 후광이 비쳤던것 같았다.
얼마후, 분만실로 이동했고 링거를 맞아야 했고, 그 때부터 꼼짝없이 누워서 물도 못마셨던 그 시간이 가장 힘들었던것 같다.
수축도 절정에 다다랐지만 자꾸 아래에 힘이 들어갔다. 아래에 묵직한 바위가 뱃속에 생겼다 사라졌다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순간 힘을 줘버렸고, 양수가 퍽..하고 뜨근하게 빠져나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태아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태변을 봐서 양수가 갈색이어서 남편이 살짝 걱정했었다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내 태동을 측정했고, 원장님이 오셔서 분만준비를 하셨다. 이전까지 출산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분만이었다.
초산때 메디플라워에서는 출산의자에 앉아서 중력의 도움을 받아서 낳았는데, 진오비에서 누운자세로 낳았던 것이 가장 아쉬웠다. 출산막바지 까지 물도 먹고 자유로웠던 움직임에 비해 꼼짝없이 누워있기만 해야 했던 것도 정신적으로 조금 힘들었던것 같다. 하지만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양수가 파수되고 심원장님의 요청에 따라 끙~ 두번하고 아래가 화끈거리면서 달고나 머리가 나왔고, 아이는 내 품에 안겨졌다.
태맥이 다 끊기고 남편이 탯줄을 잘랐던 것이 원장님께 가장 감사했고, 분만실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셔서 그나마 버틸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다.
태반이 잘 꺼내지고, 회음부 일부 손상으로 회음부를 꿔맸다. 첫아이때는 회음부 파열이 없어서 꿔매지 않아서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모든것이 병원에 와서 4시간만에 진행되었다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무난하고 건강한 출산이었다 싶다.
젖이 완전히 돌진 않았지만 초산때 그랬던 것처럼, 달고나에게 계속 젖을 물렸고 분유로 보충수유를 해서 황달없이 무난하게 넘어갔다. 무엇보다 병원에서 2박3일동안 밥이 참 맛있었다. 내가 먹고 싶어했던 닭죽도 나오고, 미역국도 맛있고...
지금은 출산한지 10일이 되었고, 오로양도 많이 줄었고, 꾸준하게 좌욕하면서 회복하고 있다. 모유양은 너무 많아서 분유를 먹이지 않고 유축해서 먹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임신 9개월동안 이완되고 늘어났던 근육과 뼈들이 제자리를 잡느라 몸살기도 있고, 밤에 일어나서 달고나 돌보느라 지치기도 하지만 첫아이를 생각해서 산후조리원대신 산후관리사샘과 여유있는 육아를 하고있다.
출산은 같은 산모라도 초산과 경산이 다르고 아이마다 달라서, 가장 중요한것은 자기 기준과 주관을 갖고 최적의 병원을 찾아서 최대한 원하는 방향의 출산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것 같다. 유츅하지 않고 직접수유만 고집하거나 분유를 전혀먹이지 않고 모유만 고집했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융통성있게 키우고 있는것도, 자기주도적인 자연출산의 방법을 진오비에서 실현할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불금을 나의 출산과 함께 해주신 심상덕 원장님과 분만실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그들에 노고에 감사드린다.
야간분만을 하는 병원이 사라지는 요즘, 그리고 자연출산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몇백의 비용을 치뤄야하는 다른 곳과는 달리, 소신껏 자연주의 출산을 묵묵히 추구하는 심원장님께 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새 새명을 잘 키워나가야 겠다.
* 둘라란 비의료인으로서 출산시 산모의 옆에서 산모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해주는 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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