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분만실 동진샘이 사준 닭발과 곱창으로 대신했습니다.
불닭발과 불곱창이라서 그런지 엄청 맵더군요.
다행히 쿨피스로 불타는 입술(??)과 혀를 달래기는 했지만.



이집의 주 메뉴는 닭발이기는 하지만 계란찜과 알밥도 맛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몇년전부터 매운 음식이 각광을 받는 것 같은데 매운 닭에 관하여는 제 기억으로는 홍대 불닭이라는 집이 원조 아닐까 싶습니다.
홍대 음식점 골목에 있어서 줄을 서서 먹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금슬금 쪼그라 들더니 지금은 아예 문을 닫고 없어졌습니다.
아마도 비슷한 음식점이 많이 생겨나면서 경쟁에 밀렸기 때문인가 봅니다.

음식점도 그렇고 병원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지만 무언가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지 않으면 살아 남기 어려운 것 세상입니다.
기술의 경우 후발 주자들이 비슷한 제품을 개발해 따라 오기 전에 선점 효과를 거두어 시장을 장악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5년의 기간 정도의 기술적 격차를 벌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알고 있는데 제가 들은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음식점의 경우도 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 방법만 달리하는 것이라 차별화 요소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어느 집은 맵게 하고 어느 집은 달콤하게 하고 하는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기 때문에 이름난 식당으로 자리 매김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은 듯 싶습니다.
그러나 병원의 경우에는 요리법에서의 차별화와 같은 그런 차별화 지점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제품이라고 해야 할지 서비스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기본적인 품질에 있어 차별화를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어느 병원에서 출산을 하든 다 같은 소중하고 귀여운 아기를 결과물로 얻게 되는 것이지 어느 병원에서 출산하면 똑똑하고 성실한 인간성의 아기(좋은 품질)를 얻고 다른 병원에서 출산하면 머리가 나쁘고 게으른 아기(나쁜 품질)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그렇다면 어떤 병원은 지금의 대형병원은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대박이 나겠지요. 전국의 모든 산모들이 그 병원에서 출산하려고 할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저 얻게 되는 방법에 있어 자연적인 방법이냐 아니면 수술적 방법이냐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의 차이는 이용자인 산모나 가족들이 그 가치를 평가하기가 힘듭니다.
수술로 아기를 출산한 산모는 수술적 방법(제왕절개)이 아닌 자연적 방법(자연분만)으로도 아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정말 그 방법이 불가피했던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원래 의료라는 것이 음식과 달라서 워낙 전문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그 서비스의 적정성을 평가하기는 상당히 힘듭니다.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을 들여다 보면서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고 해도 자신이 받은 진료가 가장 적절하고 최선의 것이었는지 아닌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그런 역할을 해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렇다 보니 쉽게 눈에 보이는 지표--병원의 규모, 직원이나 의사의 친절도, 교통의 편리성, 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보고 이용할 병원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드러나서 쉽게 알 수 있는 지표들이 그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의 본질적 품질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병원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혹은 직원들이 친절하다고 해서 양심적이고 적절한 진료(식당으로 치면 질 좋은 식재료로 맛있게 요리하는 것)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경제학자 토마스 그래샴이 한 말 "악화(나쁜 화폐)가 양화(좋은 화폐)를 몰아낸다"처럼 원칙적이고 올바른 진료를 하는 병원들이 그렇지 못한 병원들보다 경쟁에서 밀려 도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저는 숱하게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저희 병원의 미래도 불투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하튼 껍데기(쉽게 눈에 보이는 지표)와 알맹이(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지표) 모두가 다 좋으면 바랄 게 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저는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더 좋은 제품이 인정을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꼭 저희가 모든 면에서 알맹이가 좋기만 한 병원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런데 이 글을 한참 읽다가 글 제목을 잊고 계신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제목의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는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할 것 같네요.
별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오늘 먹은 저녁의 불닭발의 먹기 전 모습(Before)과 먹은 후 모습(After)을 보여 드리려고 쓴 제목입니다.
일종의 낚시라고 할까요? ㅎㅎ

1. Before


2. After


별로 연관성은 없지만 어거지로 위의 이야기에 연결하여 말씀드리자면 "닭발은 보기에는(즉 껍데기는) 징그럽지만 맛은(즉 알맹이는) 매콤달콤하여 먹을만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저희 병원 분만실 식구들은 모두 이 매운 닭발을, 그것도 뼈있는 닭발을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남자 친구나 애인 앞에서도 제 앞에서처럼 닭발을 양손으로 들고 거침없이 뜯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애프터 사진 보시면 살점 한점 없이 싹싹 발라 먹은 것 보이시죠? 제가 먹은 것입니다.
이 뼈 무더기를 보니까 오래전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 때가 생각이 납니다.
해부학 실습 시험을 위해 각 동아리마다 가보처럼 준비해 놓는 인골이 있습니다.
그 인골을 가지고 다니면서 열심히 부위별 이름을 외웠습니다.
그러나 이 인골은 수가 많지 않아서 좋은 인골(두개골이나 대퇴골등)을 많이 가지고 있는 동아리는 인기가 좋아서 신입생 확보가 쉬었습니다.
이런 인골은 따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들려면 직접 시신을 구해서 직접 만들어야 한다더군요.
시신 역시 거래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시신을 구하기 위해 불법이지만 선배들이 공동묘지를 뒤졌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내려옵니다.
구한 시신도 완성품(?)이 아니기 때문에 잘 삶아야 제대로 된 좋은 인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약하게 삶으면 살이 잘 발라지지 않아 모양을 내기가 어렵고 지나치게 많이 삶으면 뼈의 약한 부위가 녹아 버려서 정확한 모양의 인골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골을 얻기 전에 생닭을 사다가 수도 없이 여러번 삶아 보면서 적정한 온도와 시간을 찾는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야기도 사실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ㅎㅎ
닭발 뼈를 보니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혹시 식사 시간 무렵에 이 글을 읽으신 분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

사족 아니 계수:
징그러운 사진 보신 것에 대한 답례로 사진 한장 더 던지고 갑니다.
살아 생전 "아귀"라는 이름을 가졌던 닭의 손입니다.
영화 "타짜"에 등장한 아귀와 같은  직업을 가졌던 닭입니다.  
손모가지 부분에서 깔끔하게 자르기가 의외로 쉽지 않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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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희 [2016-05-27 09:03]  pingkish [2016-04-12 22:38]  
#2 xingxing 등록시간 2016-04-03 04:5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적당하게_ 삶아야 한다는 글에서..
뭐든 적당한게 좋구나라는 교훈을....
좋은 인골을 얻기위해서는 적당히 삶아야 한다니...
ㅜㅜ
이 새벽에 왠지 뒷목이 움츠려 드네요 으......
#3 이연경 등록시간 2016-04-04 00:3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윽 인골얘기나오니까 오늘따라 심장님이..... 의사로 보이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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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진 [2016-04-04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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