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집에 못간 탓에 옷을 갈아 입지 못해서 오늘 낮에 아내가 옷을 가지고 병원으로 왔습니다. 그냥 보내기가 그래서 (솔직하게는 혼자서 밥 사 먹는 것이 아직도 어색해서) 병원 근처 식당에서 3시쯤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밥장인이라는 돼지 김치찌게 집인데 음식점은 깔끔하고 사람도 많았지만 음식 맛은 그리 좋지는 않더군요.
전에 대학 다닐때 동숭동에 할머니가 하던 허름한 백반집이 있었는데 그 집의 돼지 김치 찌게 맛은 장말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 비슷하게라도 하는 집이 없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 탓에 오전 내내 굶어서 생긴 허기를 반찬 삼아 한 공기 다 비우기는 했는데 아내는 맛이 없어 1/3 공기쯤 먹다가 마는군요.
입이 짧지 않은 아내가 음식을 남기는 것은 흔히 보기 어려운 풍경인데..ㅎㅎ
그러고보면 홍대 주변은 그다지 맛이 없는 음식점들도 사람들로 넘쳐 나는 곳이 많습니다. 아마도 깔끔하게 꾸민 인테리어나 과장된 블로그 평가들이 영향을 주었겠지만 무엇보다 이곳을 흘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겁니다.
제가 처음 홍대 거리를 알던 20년전쯤에 비하면 너무 번잡스러워져서 길에서 사람들에 치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장사는 목이 90%를 차지한다고 말하는 모양입니다.
상권이 발달할수록 주택은 점점 줄어드니 산부인과 병원 자리로는 점점 여건이 나빠집니다. 임대료는 올라가고 산부인과 수요는 줄어들고..... 이런 것을 엎친데 덮친 것이라고 하나요?
홍대 거리가 심심하지 않을 정도였던 10년 전쯤의 모습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는데 제 뜻대로 될리는 없겠지요? 좋은 기억의 어떤 거리가 추하게 변해 가는 것을 보는 것은 아름답게 기억했던 지난 날의 사랑이 많은 성형 수술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딴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입니다. 요즘은 이래저래 괴로운 일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