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른 의사네요. 근데 전 한밤중에도 왕진을 가지는 않는데요?? 연구 활동도 따로 하는 건 없구요. 물론 제가 보던 진통 산모가 오면 당직과 관계 없이 병원에 나오기는 합니다. ㅎㅎ 어제도 비번으로 퇴근하느라 지하철 타고 50분 정도 가서 거의 집 근처에 도착했는데 경산모가 온다고 연락이 와서 지하철 반대로 타고 다시 병원으로 나오느라 지하철만 1시간 반정도 탔습니다. 저녁도 못 먹어 허기도 지고 다리도 뻐근하더군요. ㅠㅠ. 10여년 전에 근무하던 직원 중 한명이 제가 노먼 베쑨인가 하는 의사를 닮았다고 말하더군요. 저는 모르는 의사인데 그 의사도 나처럼 그렇게 무뚝뚝하냐고 물으니 그 직원이 웃으면서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뭐 여하튼 좋은 뜻이라고 하길래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몇년 전에 어떤 선배 여의사는 제 생각이 나서 샀다고 하면서 미션이라는 영화의 DVD를 제게 준 기억이 납니다. 영화를 보니 어떤 선교사가 오지에 가서 선교 활동하던 이야기던데 왜 제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가 없고 선교 활동도 한 적이 없는데?? 잘은 모르지만 격려의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개업하던 이십여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 제가 어떤 점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나이가 들어 얼굴은 훨씬 더 늙었을 거고, 열정도 대폭 줄었습니다. 대신 무뚝뚝함, 불분명한 발음, 웃음기 없는 차가운 얼굴,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리는 성향, 경제관념이 없는 점, 그리고 원칙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예전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산모들도 20년전, 10년전 과거보다는 변한 점들이 몇가지 있더군요. 첫째는 노산이 많아졌고, 따라서 난산 사례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출산하는 아이들의 수가 줄어서 둘째 낳으러 오는 분들도 확실히 줄었습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좀 무뚝뚝해 보여도 원칙을 지키는 의사보다는 비록 원칙을 지키지는 않더라도 환자나 산모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듣고 싶은 좋은 소리만 부드럽게 해 주는 의사를 찾는 경향은 여전한 듯 싶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진 듯도 싶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교과서적인 원칙을 지키려는 의사들이 더 늘어났겠지요. 경제 분야 등 여러 분야들에 있어 수요가 이끄는 데로 공급이 따라 가게 되어 있습니다. 의료계는 수요 공급의 원리보다는 바람직하고 아니고의 기준에 따라 발전되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의료계 역시 돈이 중요하게 변하고 있어서 산모나 환자들이 바라는 것에 부합하는 의사들이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게 산모나 아기에게 좋은 것이든 그렇지 못한 것이든 관계없이 ......저로서야 그저 저와 같은 의사도 역할이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책은 비록 재미는 없더라도 한권쯤 그런 책도 내보고 싶어서 부지런히 써야 하는데 빨리 써지지가 않네요. 경영 사정이 별로 좋지 않다보니 하소연 하느라 답글이 길어졌습니다. ^^ 격려와 성원 감사드립니다. |
댓글
선생님, 소신있는 멋진 의사세요.
진오비 다니는 산모들은 다 알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