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원장님, 선생님들 잘 지내셨죠?
홈페이지가 이렇게 잘 꾸며지고 있었던줄 여태 모르고 있었네요.

140여일 지난 덩이의 이름은 영탁이에요^^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라 세련미는 없지만 큰 뜻을 품고있어서 위안을...^^;
탁이가 원장님과 예쁜 이모선생님들 도움으로 빛을 본지 벌써 4개월을 훌쩍 넘긴
이 시점에 지난 그 시간? 을 회상해보니. 아아아... ^^ 새록새록 하네요..

작년 4월. 처음 병원을 선택했을 땐 분만 병원이 아니었던 아이온산부인과 였지요.
인터넷을 뒤적여도 본원에 대한 정보는 많지가 않았고 분만 또한 안되기에
친정엄마께서도 큰 병원을 권유하셨어요.
확정은 아니지만 연말 즈음 해서 분만 재개시를 논의 중이시라던 말씀과,
왠지모르게 무한신뢰가 가던 진오비를 끝까지 고집했고 임신 8개월에 접어들때쯤 문자 한통을 받게 되었지요.
이미 심원장님께서 작성해주신 소견서를 받아두고 어느 병원에서 우리 아기를 맞이할까
고민하던 찰나였기에 저도 모를 환호성을 질렀네요.
문자의 내용인 즉슨 11월 1일 부터 분만개시 하신다는...ㅎㅎ
그러나 출산예정일이 11월 3일 이라 혹여라도 병실 오픈 전에 진통이 오면 어떻게 해야하나 또 고민이라고
여쭤보았더니 10월 20일 경부터는 가오픈 비슷하게 미리 준비를 해두신다고 하셨죠.
또 한번 올레! 하고 외쳤답니다^^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서 체중은 12kg내외로 적당히 불었지만, 배는 이미 쌍둥이 저리가라 할만큼
커져있던터라 심원장님께서도 틈타는대로 순산체조도 많이하고 걷기운동도 열심히 하라고 하셨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예정일 3주가량 남겨두고
말로만 듣던 가진통이 오기 시작했어요.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보니 가진통이 맞으며, 산도가 부드러워 졌기에 수일내로 분만도 가능할것 같다
하셔서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원래는 예정일 즈음 올라오시기로 했던 지방에 계신 친정엄마도 급히 올라오셨답니다.ㅎ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이슬 비치기만 바라고 있었는데
예정일날 까지도 기미가 없더군요.
예정일마저도 왠지 씁쓸히? 그렇게 보내고 있었는데
결국 예정일을 5일이나 보낸 날 아침. 이슬의 흔적을 볼수가 있었어요.
'이제 우리 아가 만나는건 시간 문제구나' 라는 생각에 두근반 세근반 가슴뛰던 그 느낌 잊을수가 없네요.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출산 1호 아기가 될것으로 예상하고 병원의 모든 원장님들과
선생님들 모두가 우리 덩이 만나길 기다리고 계셨다죠^^;

이슬이 비치던 그날, 아기를 낳으려면 기름진 고기를 먹어줘야 한다 하시길래
친정엄마를 모시고 일부러 운동삼아 고깃집까지 열심히 걸어가 한상 거하게 먹고 들어왔네요.
무겁게 불러온 배를 다독이고 있는데 점점 진통이 오더라구요.
더욱 심해지면 잠은 다 잤겠다 싶어 초저녁에라도 미리 자겠다며 눈을 붙여보려는데
엄마께선 과연 잠이 오겠느냐며 웃으시데요. 통증은 점점 잦아들고 통증어플로 시간을 측정하는데
15분 간격이던 것이 12분, 10분 7분 점점 짧아지더라구요.
아무래도 불편하고 무서운 병원에서 진통하는 것보다 편안한 집에서 진통을 하는것이 너가 더 편할 것이라는
엄마의 조언하에 계속 참다가 화장실을 갔는데, 평소 냉의 10배만한 붉은 덩어리가 나오는거에요.
갑자기 무서운 생각에 119를 부를까 하다가 급히 나가 택시를 탔죠.
병원엔 미리 연락을 드리고 병원과의 거리가 차로 5분 내외였기에 금새 도착하였는데
왜 이제서야 왔느냐는 현경쌤의 걱정스런 꾸중을 듣고 바로 분만실에 누웠어요.
어둑한 조명과 나즈막한 클래식 음악으로 너무나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는데
진통만 아니었다면 전혀 병원의 수술실 이라고 느끼지 못했을것 같아요.

인터넷에서 신랑 머리채를 비틀어 쥐고, 온갖 욕설이 난무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경험자들의 후기를
읽어본 경험이 있던터라 그럴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허나 전 어줍잖게 배워놓은 호흡법을 놓치면 오히려 진통이 더욱 배가 되는것 같아
도저히 말한마디 욕한가락 쉽게 못하겠었어요. 마음속으로 하나,둘,셋,호흡하고 끄응 힘을 줬죠.
허리가 틀어지고 머릿속이 하얘지던 말로 표현 할 수 없던 고통.
너무나 힘들고 아팠지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함께 호흡도 해주시던 원장님, 간호사 언니들
지금도 잊을수가 없네요.
양수는 이미 터졌고, 아기 머리는 보일락 말락 한 상황이 된지 두 어시간.
옆 창문으로는 햇살이 드는것이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으나 아침인것은 분명했죠.
대략 7시경. 앞으로 한두시간 내로는 아기를 만날수 있겠다셨으나 9시가 되도록 현상유지였죠.
최대한 저 혼자만의 힘으로 아기를 낳고 싶었기에 그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수술은 안된다라고
미리 신랑과 손도장까지 찍었던 저였지만 죽을것 같은 고통에는 어쩔수가 없었나 봅니다.
제 입으로 심원장님께 아기좀 빼주세요 라고 했다더군요.하하하
조금씩 매우 미미한 진행상황에 산모분이 말씀하신대로 흡입기를 써보고 안되면
최후로 수술하는 수밖에 없으며 흡입기 사용또한 아기의 머리에 직접 힘을 가하기 때문에 혹시모를
위험상황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는 심원장님의 정신이 번쩍 들게하던 말씀.
파란 천들이 침대에 새로 깔리고 뭔가 분주한 준비를 하시던 원장님과 선생님들의 모습과,
왼쪽손은 신랑을 오른쪽손은 친정엄마를 꽉 부여잡고 힘을 써왔는데 이제 가족분중 한분만 남아달라시던
말씀은 정말 아기 만날 시간이 머지않았구나 싶더군요.
신랑손을 꼭잡고 절대 수술만은 안된다는 생각으로 힘을 줬는데 아가가 거의 나왔다며
하나 둘 셋 다시 함께 분만을 유도해 주셨죠. 그리고는 무언가 빠지던 느낌.
드디어 아가가 빛을 보았으니 병원도착 7~8시간 만 인듯 하네요.

죽을듯이 힘들던 그 시간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선생님들의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하나,둘,셋 함께 내쉬어주신 호흡 덕분이었던것 같아요.
평생가도 저와 저희 아기 탁이는 진오비를 잊을수 없을거에요.
입원중에도 누차 불편한점 없는지, 건의할 점 없는지, 궁금한점 없는지를 여쭤봐 주시던 심원장님.
임신초기 병원진료시 살짝 불만토로하던 신랑도
심원장님과 진오비 선택은 탁월하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매끼 식사도 맛깔스럽게 잘 나왔고 시설또한 불편함 없었으며
혹여 있었다 한들 제게는 전혀 불편함으로 느끼지 못했을지도요..^^

저와 탁이를 건강히 만나게 해주신 심원장님, 그리고 이쁜 언니들을 만나게 된 이것도 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늘 감사드리고 모두들 항상 행복하세요.

참 현재 탁이는 만5개월을 코앞에 두고 8kg을 훌쩍 넘겼어용
조리원 동기 아가들중에서 젤 큰아가였고, 현재는 뒤집기에 배밀이, 엉덩이를 솟구치게
들이밀고 기기연습 중 이랍니다. 건강하고 발육도 남다르게 빠른 영탁이 종종 자랑하러 올게요^^
아무리 써도 더욱 생각나던 그날의 상황들.
두서없이 썼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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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심상덕 등록시간 2013-04-02 00:1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대화방에서 이야기 나누자 마자 글 올려 주셨나 보네요.
긴 글이지만 기분 좋게 읽었습니다.
순산하시고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일이죠.

시간이 벌써 넉달이나 흘러 세세한 것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정일 무렵이 병원 오픈 일이라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지금도 잊히지가 않네요.
많이 불안했을 것 같은데 믿고 함께 해 준다는 것은 여간한 신뢰와 용기가 없으면 안되는 일인데 감사한 일이죠.
그런 신뢰가 바탕이 된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신뢰가 바탕이 되면 의사로서도 최선을 다하게 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저는 산모들께서 어디서 낳든 간에 다니는 병원의 담당의사와 간호사들을 믿고 함께 노력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물론 무뚝뚝 대마왕의 성격이 어디가는게 아니다보니 그리 살갑게 그런 내용을 잘 전달하는 재주는 없지만......

보셨겠지만 아기 사진은 잘 찍지 못한 사진 하나만 남아 있어 수첩 게시판에 올려두었는데 언제 기회가 되면 가족 함께 찍은 사진도 올려 주시면 좋겠네요.
이후 다른 산모분들은 아기와 함께 가족 셋이 함께 찍어서 올려 드리고 있습니다.

제가 산부인과 의사로 20년 넘게 살면서 기억에 남는 산모분들이 몇몇분 계신데 그중에는 기쁜 사연도 있고 안타까운 일도 있습니다.
기분 좋게 기억할 수 있는 산모가 한분 더 계시다는 것은 제게도 힘들때 많은 위로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산부인과 의사가 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들때도 없지 않지만 이렇듯 격려해 주시고 신뢰를 보내 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든 산부인과 의사의 업을 견디어 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하튼 오랜만에 홈피에서라도 뵈어 반갑습니다.
아기 건강하게 잘 키우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3 이수진 등록시간 2013-04-02 02:1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역시 아가들의 발육은 콩나물 만큼이나 속도가 참으로 빠른거 같습니다. 우울 당직 모드였는데 반가운 손님 덕에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게다가 웃는 모습이 딱 엄마인 영탁이의 새로 솔솔 나고 있는 아랫니까지! 세 가족이 함께 다시 찾아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저 홀로 뵙게 되어 다른 선생님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니까용? :lol 오늘도 제 자식마냥 사진을 찍어둔 탁이 자랑을 다른 선생님께 하고, 이 사진을 이제 어떻게 올릴까 고민중이랍니다. 여기는 엄마들의 아기자랑 공간이라 제 블로그에다가 글을 올릴까해요. 그날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워서 엄마와 아빠를 세워두기만 하고 보내드렸네요. 심지어 원장님 보다 더 말주변이 없는 저이고, 쑥쓰러움이 많은 저인지라 제대로 엄마, 아빠의 안부는 묻지도 못하고 탁이만 혼빠지게 봤네요... 가시고 난후에 후회가.. ㅎㅎ 다음번에 데리고 오시면 제가 안을 수 있게 해주세요. 그때는 낯을 가려서 제 품에 안겨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 조금 되긴합니다. 많이 자란 아가들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 탁이는 이모를 잊어버리지 말아야할텐데.. 잊지 않고 홈페이지에도 들어와서 글 남겨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음 소식도 기대할께요!
#4 오현경 등록시간 2013-04-03 16:2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영탁이어머님, 안녕하세요!
얼마전 대화방에서 이야기 나누곤 글을 보니 새삼 더 반갑네요.
토요일에 왔다가셨단 소식에 수진쌤에게 부럽다며~ 얼마나 샘을 냈는지 몰라요 ㅎㅎㅎ

새벽 4시쯤이었던걸로 기억해요.
배가 아파서 앉아야하나, 일어서야하나 쩔쩔매던 엄마의 얼굴을 본게 얼마 되지않은것 같은데 벌써 5달이 됐네요.
병원에 오신다던 엄마의 전화를 받고 한시간이 지나도록 안와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엄마의 얼굴은 더 사색이 되어 저를 당황케하셨던 :$ ㅎㅎㅎ

진통시간이 길어져 지치실텐데  끝까지 덩이생각하며 심호흡 잘하시던 엄마 덕분에 자연분만 하셨지요~
그때 느꼈어요,
산통이 얼마나 힘든건지. 그 작은체구에서 제 손목을 의지하며 힘을 주시는데
정말 힘이 대단하셨거든요, ㅎㅎㅎ:P

아기를 보자마자 덩이야~라고 울먹이며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저 역시 뭉클했었답니다.

외래에서  얼굴을 쭉 뵈었었고, 분만까지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건강하게 출산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영탁이 소식, 엄마이야기 종종 들려주세요.
세가족 언제까지나 쭉~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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