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주 출산(20130329 1917)한 우리 로운이 아빠입니다.

더 이상 후기 남기는 것을 미루다간 기억 속에 뿌옇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렀을 때 ..
'그래 첫아이 출산 때 그랬었지' 하는 흔적을 남기고자 후기를 남겨봅니다.

28일 목 오전 09:30
출산 전 마지막 심원장님 진료 때에는 이미 예정일이 12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원장님께서 토요일에 다시보자 또는 진통이 올때까지 지켜보자 그리고 오늘,내일 유도분만도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만,
실은 저희 부부는 어제 밤 이슬도 비췄으니 오늘 유도분만하자는 마음을 굳히고 내원했던터라..
바로 유도분만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태동검사실에서 검사를 하는데.. 검사장비가 문제인지.. 배속 아이가 너무 움직여서 그런가..
아이심박수 그래프가 들쑥날쑥. 끊기기도 하고.. 당시 많이 놀랬습니다만.. 결과적으론 검사는 잘 마췄고 정상이었네요.

28일 목 오전 11:00
그러곤 3층 입원실에서 링거에 촉진제 맞기 시작한 후 태동검사 결과를 보면..
분명 자궁수축이 있는데.. 아내는 안아프다하고.. 간호사님도 아픔을 못느끼시는 것 같다 하시고 .. ㅎㅎ
좀 약하게 맞아서 그런가..
진통이 없으니 마지막 식사가 될 줄 알았던 점심도 .. 저녁까지 먹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입원 첫날 촉진제 링거를 일단 포도당으로 바꾸고 하루가 지난 것 같습니다.

29일 금 오전 09:00
아침을 먹고.. 다시 촉진제를 천천히 맞기 시작했습니다.
태동검사 결과상으론 어제 보다 자궁수축 수치가 좀 낮았지만, 아내는 가진통이 약하게 오는가 봅니다. 살짝씩 땡긴다고 ..

29일 금 오전 11:00
원장님 오시더니 오늘 꼭 낳아보자고.. 하시면서 촉진제 강도 올리고 질정제 투입을 권유하시기에 알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부부도 오늘 중으로 꼭 아이를 보고 싶었으니 약물이 살짝 부담되긴 했으나 그리 결정했습니다.
오전까지 크게 진통이 없었는데.. 질정제는 정말 효과가 빨랐던 것 같습니다.
아내가 이제 슬슬 진통이 오는가 봅니다. 진통 때문에 점심식사는 패스하고 진통 참느라 정신이 없었죠.

29일 금 오후 12:00
아..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아내가 정말 힘들어하네요.
보통 촉진제나 질정제 등 인위적인 자궁수축을 하게 되면 그 통증이 더 힘들다고 해서 아내가 참 안쓰러웠습니다.
몇번을 그냥 수술하자고 하는 아내한테 조금만 참자고 오늘만 견디면 된다고 다 잘될거라고 ..
평소 저보다 인내심 강하고 체력 좋은 아내가 이렇게 아파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었는데 ..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손 잡아주고.. 마사지 해주고.. 아픔을 나눌 수 없음에 안타까웠네요.
그렇게 진통을 견디는 도중, 도무지 불안하셨는지 장인장모님도 입원실에 갑자기 오시고..
당신의 따님이 아파하는 걸 차마 못보시겠는지 장인어른은 입원실을 나가 계셨습니다.
이미 양수는 터져서 침대에 놓인 패드엔 핏물이 흥건하고..
다른 분들 출산후기를 몇번 봤었는데.. 내진검사가 진통보다 더 아프다고 하던데..
아내도 그런지.. 정말 내진검사할 때마다 숨 멎을 듯 너무도 아파하더군요.

29일 금 오후 04:00
진통이 더 심하면 못 걷는다고 분만실로 옮겼습니다. 그래서인가.. 분만실로 옮기고 더 힘들어하는 아내.
정말 너무 아파서 어쩔줄 모르는 아내모습에 살짝 눈물이 나오려 했지만, 나라도 정신 챙기고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참았네요. 그렇게 몇시간을 견디고 견디어 드디어 자궁이 많이 열리고 본격적으로 힘주기 시작.
아이머리가 살살 만져지나 봅니다. 회음부가 파열될까 힘줄때마다 원장님이 잡고 계셨는데.. 안되겠다 판단이 드셨는지 회음부를 절개하기로 합니다. 시술셋팅에 수술복 입으시고 마취.. 절개시작..
아내한테 물어보니 마취해도 절개할 때 느낌이 다 난다고 하네요 ㅎㅎ 근데 진통 때문에 크게 아프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29일 금 오후 07:00
회음부 절개하고 다시 힘주기 시작.
금새 아이머리가 살짝 보이더니 힘주지 말라하십니다. 드디어 나오나 봅니다.
아내는 못봤겠지만.. 아이 머리가 보이고 몸이 보이고 슬금슬금 아이가 나오는 그 장면이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사실 막 분만한 내 아이를 보면 감동에 젖어 많이 울 것 같았는데 왠걸.
분만이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이 더 기뻤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네요. 나중에 아내한테 물어보니 본인도 그랬다고 ..ㅎㅎ
아무튼 갓난아이가 힘차게 울면서 아내 가슴에 올려지고 한참을 그렇게 아이와 아내를 보고 있었는데..
그 묘한 기분이란 참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게 좀 있다보니 탯줄 자르라 하십니다. 탯줄..자르면서 이제 정말 아이가 태어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리고 이게 왜이렇게 안짤리냐 하는 생각도 동시에.. ㅎㅎ



29일 금 오후 8:00
힘들게 기다리시던 장인장모님도 드디어 아이얼굴도 보시고.. 아내한테도 고생많았다고 토닥여주시고 했네요.
아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긴장이 확 풀리는게 힘이 쭉 빠지더군요..
반면 아내는 출산호르몬 때문인가 언제 아팠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고 있고.. 흠.. 뭐 하여간.
여기저기 아이탄생 소식 전하느라 조금 정신 없었네요..


29일 금 오후 10:00
아이와 아내 그리고 저
처음으로 함께하는 밤.
모두가 건강해서 정말 감사했고.. 다행이었습니다.
아이가 새벽녁까지 주기적으로 울어대는 바람에 아이를 안고 자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서 정신이 혼미했습니다만..
아이가 태어난 첫날이기에 간호사님께 맡기지 않고 같이 있고 싶었습니다. (둘째밤은 간호사님께 부탁했고요..)


31일 일 오전 10시
퇴원..



그간 고생하신 심원장님과 간호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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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덕 [2013-09-01 22:17]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3-04-04 00:58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그때 출산 순간 조차 열심히 사진을 찍으시더니 여기서 그걸 보게 되는군요.
그리고 아직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가물가물해 지시면 안되죠.
그 감동의 순간 순간들은 오래도록 간직하고 계셔야 할텐데요. ㅎㅎ
살아가면서 힘이 많이 되고 힘들때 용기를 주는 소중한 순간이니까요.

여하튼 그동안 산모께서 남기신 출산 후기는 이곳이나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히 보았는데 아기 아빠가 남기신 출산 후기는 좀체 보기 어려운 것인데 반갑고 기쁩니다.
더군다나 시간대별로 적어 놓으시니 저도 그 순간이 손에 잡힐 듯 다시금 떠오릅니다.
산모는 상당히 강해 보여서 수술할 가능성도 있다 말씀을 드리기는 했지만 저는 별로 수술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저 모르게 의외로 고생하시고 수술도 고민했었나 봅니다.
여하튼 비록 촉진제도 쓰고 회음부도 절개했지만 순산해서 다행입니다.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아기와 산모가 건강하면 지나고 보면 촉진제나 회음절개는 그리 마음에 남지 않습니다.

출산하고 나서의 산모의 얼굴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전 산모나 후기 쓰신 남편 분이나 비교적 냉정하고 무뚝뚝한 편이라 생각했는데 글을 보니 산모의 행복해 하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네요.
남편분도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참 따뜻해 보입니다.
진료실이나 병실에서는 잘 몰랐던 부분인데 아마 남편 분도 저처럼 좀 이중적인 모습이 있지 않나 싶군요.
제가 글로는 포근한데 실제 만나보면 좀 차갑고 무섭다는 말을 많이 듣거든요. ㅎㅎ

지금쯤은 조리원에서 조리하고 계시겠군요.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하게 잘 조리하시고 나중에 정기 진찰일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멋진 사진 고맙습니다.
그간 후기에 한분인가 빼고는 주로 글만 올리셔서 좀 허전했었는는데.....
또한 산부인과 의사로서 산모와 아기의 웃는 모습은 언제봐도 힘이 나기도 하구요.
모쪼록 이쁜  아기와 함께 항상 행복한 가정 되시길 바랍니다.
#3 오현경 등록시간 2013-04-04 01:0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조리원에서 안녕하시죠? :) 엄마가 퇴원할때 저렇게 가벼우셨던가요~
아침에 아빠께는 인사도 못드리고 목욕시키면서 엄마와 이야기만 나누고 말았네요.
까꿍이 이름이 "이로운"으로 지어졌나봐요.
아빠가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시더니 보기만해도 가슴 벅차오르는 그 순간이 전해지는것 같습니다.

첫날 아침에 입원하시고, 둘째날분만과 다음날 저녁까지 꽤 긴시간을 같이 보낸것 같아요.
둘째날 머쓱해하시며 "오늘은 편히 잘게요~"라고 하시던 아빠와 내내 수줍은듯한 엄마.
진통할때도 아빠는 꽤 여유있는 쿨한남편이셨는데 나름내공이셨군요:-)

허리마사지를 해드려도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를 마주하긴 저 역시 힘들었어요.
긴시간 힘드셨을텐데 나름순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오전 예약돠어 있으시던데, 훌쩍 커있을 로운이 얼굴이 아른거리네요.
조심해서 오세요:)

세식구,딱 지금처럼만 행복하세요!
둘째분만 때 또 뵈요~

p.s 아빠가 은근 소녀감성이시네요:) 좋아요 좋아요 헤헤
#4 김길주 등록시간 2013-04-04 02:2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출산 축하드립니다 ~
퇴원하는 건 뵙지 못해서 인사를 못 드렸네요! 사진을 보니 잘 가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loveliness:

엄마 분이 긴 시간 병원에서 고생 많이 하셨었는데 조리원에서 푹 쉬시고 조리 잘 하시고 계시겠죠?
산후관리도 중요하니까 조리 잘 하세요~ 로운이도 많이 자랐을 것 같네요!  

아 참, 이렇게 멋진 사진을 찍어서 올려주시다니, 감사드려요 !
카메라를 분말실에 두고가셔서 병실로 갖다드릴 때 카메라가 남다르다 했었는데 ㅎ.ㅎ
(사실 이 때 혹시라도 떨어트릴까봐 조마조마 했었답니다 :L)
그냥 보통의 후기가 아닌 출산 사진첩?사진북? 같아요 ㅎㅎ
보통은 엄마 분들이 후기를 올려주시는데, 아빠가 올려주시니까 뭔가 새롭네요.
출산 과정을 시간대 별로 알고 계시고, 아빠의 사랑이 느껴지는 후기라서  엄마도 좋으실 것 같아요 :D

그럼 로운이와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 보내시구요~
다음에 시간되시면 아기 자랑도 해주세요 ^.^



5# 한경희 등록시간 2013-04-04 09:0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렇게 자세히 출산후기를 적어주시다니 아빠분이 대단하신것 같아요~~ 힘들게 출산하셔서 더 보람이 있었을 것 같아요.. 출산후 환하게 웃으시는 엄마를 보니 제가 다 기쁘네요~~ 밤에도 엄마 안 힘들게 잘 자준다고하니 정말 복 덩이네요... 예쁘고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6# 천서영 등록시간 2013-04-04 09:1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아버님이 이렇게 출산후기를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오늘 출근하는데 아버님 어머님얼굴과 귀여운 아기가 있는 모습을보고 뭉클했답니다 ㅎㅎ
아기가 건간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7# 이수진 등록시간 2013-04-05 11:3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분만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빠의 생생한 출산 후기를 보니 마치 저도 그 자리에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듯 합니다. ^^ 아빠가 표현을 많이 하실 것처럼 보였었는데 병원에서는 그렇지 않으셔서 그런가 보다 했더니 글을 보니 엄마와 아가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조금은 알것 같네요. 아마도 병원이라서 마음편하게 나타내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코를 기점으로 위로는 엄마를 아래로는 아빠를 고루 닮은 아가입니다. 분만 후 처음 엄마를 뵜을때 주무시는 아빠 옆에서 조용히 아가와 교감하고 있던 모습이었는데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요? 남겨주신 후기 처럼 언제까지나 엄마와 로운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실 아빠의 건강을 기원하겠습니다! 아빠 화이팅! 로운이와 엄마도 화이팅!:lol
8# 이순영 등록시간 2013-04-05 15:5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정말 출산 다큐 한 편 본 듯 한 기분이에요~~
출산후 환하게 웃고 계신 산모님을 보니 너무 아름답네요 ^^
아가도 건강하게 잘 나와줘서 다행이에요~~
세가족 알콩달콩 예쁘게 행복하게 사시길 바래요~~~
남편분이 이렇게 출산후기 남겨주시는거 첨보는거 같아요~ 완전 멋지세요~!!!! ≥▽≤)乃
아.. 저는 병원과 아무 상관없는 지나가던 예비엄마 입니다.. ^^;;;

댓글

산모분이신가봐요. 그렇담 출산후기가 더이상 남의 일처럼 느껴지시지는 않으실텐데... 임신이나 출산이나 엄마의 긍정적인 생각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일인이라 좋은 생각들만 아기와 함께 하시길 바래요 ^-^*  등록시간 2013-04-07 21:52
9# 이순영 등록시간 2013-04-09 18:0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egeye 님이 2013-04-05 15:50에 등록
정말 출산 다큐 한 편 본 듯 한 기분이에요~~
출산후 환하게 웃고 계신 산모님을 보니 너무 아름답네요 ^^
...

┗> 이수진 님
네~~ 현재 20주된 산모랍니다.. ^^
여러 출산후기들 정독(?) 하고 있는데.. 남 일 같지 않으면서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러네요..ㅋㅋㅋ
되도록 좋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중이에용... ㅎㅎㅎㅎ
다음주에 진료받으러가는데 3층 분만실이랑 입원실도 답사(?) 가능하다고 해서 구경가려구요...ㅋㅋㅋ
그 때 잘하면 뵐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제가 분만하는 날 뵐지도... ㅎㅎㅎ *^^*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수고하세용~~ ^^

제 글 코멘트 바로 밑에는 코멘트가 안되서 부득이 답글로 댓글 다네요..
괜히 다른분 출산후기에 갠적인 코멘트 다는거 같아서 살짝 죄송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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