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카페 구석에 앉아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는 것, 아이들이 무심코 던진 공을 주워 다시 던져 주는 것, 거실 천장의 전구를 가는 것, 자전거 페달을 신나게 밟는 것.....
그토록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요즘 읽고 있는 책 "당신은 모를 것이다" 라는 책의 제일 처음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은 루게릭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소설가이자 국어 선생님이셨던 분이 쓴 책이다. 책의 중간쯤에는 "여보 아프더라도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작가의 아내의 말도 있다. 문득 전에 내가 건강을 소홀히 하면서 담배도 피우고 할 때 아내가 화를 내면서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그렇게 건강 소홀히 하다 차라리 빨리 죽으면 다행이지만 죽지도 않고 골골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 병수발로 괴롭힐까봐 걱정"이라고. 나로써야 그것이 정말 아내의 본심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뭐 모르는 일이다. ㅎㅎ. 사실 아프더라도 오래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쉽지 않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도 그렇고, 치매 부인을 살해하고 자살한 어느 남편의 이야기도 아주 드문 사례는 아니다.
움직일 수조차 없이 노쇠하여 간다는 것, 병을 앓는다는 것, 죽음에 직면한다는 것. 생노병사 중에 자신의 감정으로 느낄 수 없는 생을 빼고는 모두가 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괴롭고 무거운 것들이다. 그런 것들이 병로사 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세상에는 그 외에도 무거운 것들이 너무 많다.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소설가의 몸뚱아리도 그렇겠지만 폐지 모으는 할머니의 새벽 3시의 리어카도 짐작하기 어려운 무게일 것이다. 시지프스가 밀어 올려야 하는 바위도 한손으로 살짝 밀면 올라가는 무게도 아니거니와 그나마도 무한한 반복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무거운 것들을 끌어 안고 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짐이 가장 무겁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어떤 이는 그래도 남의 것보다는 자신의 것이 조금은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산다. 그저 그 무거움을 잠시 내려 놓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을 뿐이다. 혹은 무거운 것을 무겁다고 느끼지 않게 착각에 빠지게 해 주는 것들 덕분이거나.....
봄여름 가을 겨울의 "어떤 이의 꿈"을 찾아서 들어본다. 음악이 끝나갈 무렵 책상을 정리하고 나는 오늘도 1분 거리의 혼집 아니 혼방으로 퇴근한다.
주석:
혼집 혹은 혼방--혼자 먹는 밥을 혼밥이라고 하고 혼자 먹는 술은 혼술이라고 하니 혼자서 지내는 집은 혼집, 방은 혼방이라고 하면 되겠다 싶어서 내가 만든 단어다. ^^ 1인가구라는 말보다 느낌이 더 확 오는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