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진오비산부인과에서 2018년 3월 15일(40주5일) 21시 05분에 3.62키로 둘째를 출산했어요.
어딘가에 글이나 흔적을 남기는 것을 매우 어색해하지만 진오비에서 출산을 겪고 나서 반드시 출산후기를 써야겠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겁쟁이소심이도 대범이도 바꾸는 진오비의 힘! ㅎㅎ)
그래서 이 글은 저의 사심이 100프로 포함된 지극히 주관적인 출산후기로 출산을 앞두신 분이라면 기대없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째 아이는 경기도 한 여성병원에서 41주에 양수가 세어 진통 3시간 후 출산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건강하게 아이를 출산했지만 출산당시의 아쉬웠던 점들을 둘째때 겪고 싶지않아 자연주의 출산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진오비를 알게 되었고 둘째 임신으로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첫 진료 때, 원장님께서 어떻게 이 병원을 알고 왔는지 물으셨는데 저도 모르게 “집이 가까워서요”라고 답했습니다. 왜 그렇게 대답했는지 스스로도 의아한 부분인데, 원장님에 대한 정보를 많이 습득하고 왔다고 말씀드리기가 왠지 쑥쓰러웠던 모양이에요. (연예인을 만난 느낌같은?)

출산당일(40주 5일)
새벽 3시-유도분만을 하루 앞 둔 새벽 3시쯤 배에서 폭 하고 소리가 났습니다. 양수가 터질려나보다 했는데 이슬이 조금 나왔습니다.
(첫째 때 입원 뒤 진통이 와서 오로, 가진통, 진진통 주기에 대해 경험 하질 못해서 초산모과 같은 마음이었어요)
오전 6시-한시간가량  미미한 통증이 와 두근대는 마음으로 첫 진통어플을 가동했습니다!
오전 8시-눈을 떠보니 진통어플의 휴식시간이 종료되지 못한 채 여전히 카운트되고 있었습니다. 진통이 사라져 졸아버린거에요.
오전 10시-첫째 등원 후 혹시 하는 마음에 병원에 새벽일을 말씀드렸더니 빨리 와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태동검사도 평온하고 이슬도 가진통도 사라진 상태...심원장님앞에 앉으니 양치기아줌마가 된 것 같았습니다. 원장님께서는 내일이 유도분만 예정일이지만 언제든 진통이 올 수 있으니 10분 간격이 되면 병원을 오라고 하셨습니다.
오후 4시-많은 양의 이슬이 비추고 긴 텀으로 한번씩 훅 아파왔습니다. 주기를 잴 만큼 간격이 좁지 않아 볼일을 처리하며 오후를 보냈습니다.
오후 6시-첫째 하원을 위해 운전을 해서 어린이집을 향했습니다. 하원때 만나는 부모들이 오늘 또 왔냐며 도대체 언제 출산하냐고 묻습니다.
“내일은 안올거에요~”라며 안녕을 고하며 하원했습니다. 이 때도 한번 씩 진통이 왔습니다.
오후 7시-첫째를 돌봐주러 오신 시부모님이 덕에 집으로 돌아와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만 시부모님이 계셔서 크게 아픈 내색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전화해 배가 아파오니 빨리 와달라고 한 후 서서히 짧은 주기로 통증이 오기에 엉덩이 들고 눕기, 호흡하기 등으로 진통을 경감해보려고 애썼습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씻으면 좀 괜찮지 않을까 싶어 샤워기로 등을 마사지했습니다. 그랬더니 이것이 진통 고통인지 뜨거움에 의한 고통인지 알 수 없게 되는 희안한 상황이 벌어졌지요, 하지만 더 이상 물을 낭비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얼른 씻고 나와서 드디어 진통어플을 사용할때가 왔다며 어플을 켰습니다. 간격이 4분으로 나옵니다. 이 진통 세기에 이 주기가 맞는것인가 혼란스러웠어요.
오후 8시-남편이 도착하고 8시17분 병원으로 출발하며 전화를 걸었습니다. 진통 주기가 짧다고 말씀드렸더니 3층으로 오라고 하셨어요.
가는 차 안에서 진통이 약해지길래 이거 또 가진통이면 어떻게 하지, 하루에 2번이나 온 진상 산모 되면 어쩌나 별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이 주차하는 동안, 진통이 물러간 틈에 재빨리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에 도착했습니다.
유리문이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혹시 나를 위해 열어두신 건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진진통에는 직립보행이 불가하다는데 아무렇지 않게 입장하는 제 자신이 스스로도 의아스러웠어요.
그 때 등 뒤에서 심원장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어떤 방에서 나오시는 듯 했는데 그곳이 어떤 공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한달째 거주하신다는 그 방일까요?)
입원실로 안내되어 내진을 했는데 60프로가 진행되었다고 바로 분만실로 향했습니다.

출산
심원장님과 이선생님께서 분주하게 분만 준비를 하셨습니다.
(이선생님은 아기차트에 이돈진 선생님으로 기입되어 있었는데 제가 정확히 본걸까요?아니라면 0_0;;)
첫째 때 호흡을 잘하지 못해 이번에는 길게 호흡하고자 연습했는데 진통이 올 때 이완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태아가 크고 양수양이 많아 먼저 양수를 터트려야해서 스텐양동이(?) 같은 도구가 등장했습니다.
심원장님께서 응가하듯 힘을 주라고 하시는데 어떤 느낌으로 힘을 줘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응아가 안마려운데 응아 누듯 힘을 주는건 상상력이 필요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어떤 조치를 취하셨는지 마치 풍선의 좁은 틈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양수가 스텐양동이에 쏟아졌습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나 싶었는데 원장님께서 또다시 힘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고 겁도 나서 용기내 원장님께 여쭤보았습니다.
“무서워서 그런데 지금 뭐하는건가요?”, “이제 곧 아가 나올거에요”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이렇게 빨리!?
그때부터 심원장님께서 “끄으~~응, 끄으~~응” 구령을 외쳐주시며 힘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얼른 힘을 내서 아가를 만나자. 힘을 내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진통이 올 때 힘을 주는건 매운 떡뽁이를 먹는데 입에 캡사이신을 들이붓는 느낌이랄까요, 엉덩이가 불타는 듯했어요.
곧 출산이 임박했는지, 원장님께서 남편에게 카메라를 주시며 한손으로 카메라를, 한손으로 제머리를 올려달라고 하셨는데 제 머리를 지탱하던 남편의 손은 녹화가 끝날때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드디어 머리가 보인다는 원장님 말씀, 호흡을 흡! 참고 힘주기를 하다, 지치고, 흡! 참고 힘주기를 반복.
아기가 내려온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내 엉덩이를 터트리겠다는 심정으로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기 머리가 나오고 힘을 빼니 몸까지 차르르 나왔습니다.
“9시5분입니다” 이선생님께서 시계를 확인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소독 천 위에 아기가 놓이고 남편과 아기를 보았습니다. 둘째는 태교는 커녕 첫째때처럼 관심을 주지 못했는데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혼자 임신기간 동안 고민했던 한가지, 진통하며 원장님앞에서 큰일 볼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아기만 태어났다는 것에 큰 안도감과 대견함을 느꼈습니다.

후처치
진통에 대한 두려움은 감안하고 있었지만 후처치는 미처 각오하지 못했습니다. 진통은 사라졌지만 회음부 처치와 오로배출(?) 을 위한 과정들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이지 아파서 엉덩이를 자꾸만 들썩여 원장님의 집도(?)를 방해했습니다. 모든 처치가 마무리 되고 출혈 경과를 지켜본 뒤 4층 입원실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일으켜야했습니다. 어지럽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엇보다 회음부 통증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원장님께서 링겔을 밀어주시며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까지 이동해주셨습니다. 이런 원장님의 세심함이 출산시작부터 퇴원까지 제게는 감동이었습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심원장님과 이선생님, 저와 남편 그리고 아가, 다섯명이 출산을 향해 달려가는 한 팀이 된 듯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첫 출산에 대한 경험(?)때문에 진오비에서의 매순간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병원 도착부터 출산까지 빠른 시간에 진행되었기 때문에 원장님이 곁에 계속 계고, 때로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힘을 내야할 때는 함께 구령을 외쳐주시며 무사히 출산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첫 출산 때 많은 간호사선생님들이 왔다 갔다하셔서 혼란이 컸는데 이선생님께서 원장님과 함께 큰 힘이 되어주셨어요. 고함치는 제게 침착하게 타일러주셨고 출산 후 새벽에도 세심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마음이 놓였답니다.

그 후
입원실로 돌아와 남편에게 출산과정이 몇시간 걸렸냐고 물었습니다. 대략 40분 남짓 진통 후 출산을 했다고 합니다.
그 시간이 무척 힘들었고 생생한데 40분도 안된다니.. 남편과 저는 시간의 상대성(?)에 대해 화두를 던졌습니다만 둘 다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이 개인마다 감도가 다르듯, 제게는 진오비에서의 출산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10개월동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석했던 진오비를, 이제는 산모수첩과 USB를 들고 정기검진을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니 무척 아쉽고 서운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원장님께서 밤낮없이 책임감으로 임하시는 모습을 보니 원장님 건강이 염려되었어요. (오지랖이겠습니다만;; 진심으로) 원장님 건강하셨음 좋겠어요. 병원도 흑자가 나길 바라고요, 그런데 흑자가 나기 위해선 원장님이 바쁘실테고,, 바쁘시면 건강이 걱정되고요?!??!

글을 써놓고 보니 제 머리속의 기억으로 재해석된 부분이 많을것 같습니다.
출산 중 못하겠다고 털썩 힘을 빼고 아프다며 고함 질렀으며, 퇴원까지 2박 3일동안 회음부가 엄청 아프다고 원장님께 엄살부려 예민한 편이냐고 질문 받았던 산모였는데 말이지요, 겁많고 엄살 많은 저를 받아주신 진오비 감사해요. 그리고 외래선생님들도 정기검진때 매번 웃으며 반겨주셔서 대기가 길어도 편하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출산을 진오비로 끝맺음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건강하세요.

추신1. 퇴원하는 날 원장님과 아가 사진을 찍어 기념하고 싶었습니다만 원장님께서 거..거부를...하지만 출산영상이 생생히 기록되어 있어 더없이 의미 깊네요.
추신2. 조리원에서 총 12명 중 4명이 진오비 출산산모였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여러모로 고마운 진오비였습니다. 이상!!


댓글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사심 백프로 글 맞네요ㅎㅎㅎ 우리, 행복육아해요~~^^ (조리원 진오비 멤버 4명 중 1명)  등록시간 2018-03-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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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2018-11-15 22:01]  dyoon [2018-03-27 21:35]  YOON [2018-03-27 20:31]  hanalakoo [2018-03-27 19:37]  podragon [2018-03-27 11:30]  satieeun [2018-03-27 04:50]  오현경 [2018-03-27 01:34]  심상덕 [2018-03-27 00:09]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8-03-27 09:0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후기 잘 봤습니다.
첫아기때보다는 좀 편안히 출산하신 듯하여 다행입니다. 원래 둘째는 첫째보다는 진통 시간도 덜 걸리고 난산이 되는 경우도 드뭅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진통을 겪다보니 진통 강도는 결코 덜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진을 함께 못 찍은 것은 퇴원하는 날이 일요일이라 제가 늦잠을 자는 날이라서 그런 것입니다.  빨리 퇴원하고 조리원 가셔야 하는데 제가 세수도 하지 않고 눈꼽도 떼지 않은 상태로 회진을 가서 몰골이 워낙 초췌해서 그랬습니다.ㅠㅠ.  원래도 얼굴이 깔끔하지 않은데 유독 심한 상태인 날이라 그런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여하튼 조리원에서 조리 잘 하시고 즐거운 육아하시기 바랍니다. 후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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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lakoo [2018-03-27 19:38]  podragon [2018-03-27 11:31]  
#3 dyoon 등록시간 2018-03-27 21:3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내 엉덩이를 터트려야겠다는 대목에서 빵 터졌네요^^저도 둘째는 태교랄것도 없이 회사일에 첫째만 케어하다가 막판까지 출근하다 둘째만났답니다 저는 15일 아침에 둘째 낳았어요^^ 회복하느라 진오비병실에서 마주친 적은 없는것 같지만, 글로 만나니 반갑네요~조리 잘 하시고 육아도 화이팅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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