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 은여경
태명 : 모모(여)
예정일 : 2018년 3월 26일
출산일 : 2018년 3월 25일, 17:11
몸무게 : 2.96kg
자연분만, 촉진제, 관장X 회음부절개O

안녕하세요~^^
지난 3월 25일 일요일 오후 5시 11분, 진오비에서 첫 딸을 출산했습니다.
진오비를 처음 찾은 작년 7월부터 선배 산모님들의 출산 후기를 통해 정보와 도움을 얻었기에 출산의 기억을 떠올리며 후기 글을 적어봅니다.

저는 진오비와 위치적으로 가까운 합정동에 거주하지만, 부부 모두가 강원도 철원이라는 ‘분만 취약 지역’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합정동 집은 철원에서 주중을 보내고 주말마다 찾는 곳이지요.
철원에는 아직 산부인과와 출산할 수 있는 병원이 없기에 철원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은 인근 포천과 의정부, 춘천 등의 병원을 다니며 원정 출산을 하므로, 저 역시 처음 병원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금요일 저녁마다 서울에 오기 때문에 서울 집 근처의 산부인과를 찾아보다 진오비와 인연을 맺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병원’이라는 운영 철학과 진심이 담겼다 여겨지는 여러 출산 후기들을 보고 진오비를 찾았고, 임신을 확인하고 출산을 하기 까지 모든 과정을 진오비와 함께했습니다.

3월이 시작되는 임신 37주 경 부터 직장에 출산휴가를 내고, 심원장님께서 진료 때마다 강조하시던 ‘순산 체조’를 열심히 하고, 아기 맞을 준비를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양수가 터지거나 비상 상황이 생긴다면 서울까지 못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39주부터는 서울에서 지내며 출산일을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남편이 함께 있던 39주 6일. 일요일 새벽 5시 50분 경. 예정일을 하루 앞둔 날.
토요일부터 시작된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좁혀지며 배에서 “폭”하는 소리와 함께 물풍선이 터지는 느낌이 나더니 왈칵 하고 속옷이 반쯤 젖을 정도로 무언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주르륵 또 다시 무언가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이게 양수가 나오는 거구나...’라고 생각하고 아침 6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양수가 나오면 병원에 빨리 가야하는 비상 상황으로만 알았는데, 돌아온 대답은 가만히 집에서 누워서 안정을 취하다 오전 10시에 병원에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4시간이 얼마나 길던지요.
4시간 동안 꼼짝 않고 누워있는데도, 조금씩 흘러나오는 양수와 불안한 마음에 정말 이렇게 있다가 10시에 가도 문제 없는 거냐며 병원에 2번이나 더 전화를 해서 확인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3번이나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은 간호사 선생님께 지금 생각하니 좀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병원에 도착하여 내진을 하니, 자궁문은 2~3cm 열렸으며, 양수가 먼저 나왔기 때문에 24시간 안에 출산해야 하므로, 진통주기가 짧아지길 기다리고 내일 아침까지 짧아지지 않으면 촉진제를 사용하여 출산을 해야 한다고 안내해 주셨어요.
그리고 양수 파수로 인해 감염의 위험과 탯줄이 외부로 나오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며, 화장실도 가지 말고 휴대용 변기에 누라고 하셨어요.
주말이어서 남편이 옆에 있었기에 정말 다행이었지요.
창피하지만 병실에서 소변을 보는 경험도 했네요.^^;
이때부터 일정한 간격은 아니었지만 진통주기가 5~7분 정도로 좁혀질 때까지 몇 번의 내진과 진통주기 및 태아 심박수 체크를 하고, 병원 점심까지 먹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냈어요.
시간이 갈수록 진통이 심해져서 진통이 올 때마다 땀이 나고 너무 더워, 아픈 상황에서 부채를 찾다 가방에 넣어 온 황사 마스크를 팔랑거리며 있었어요.
병원에 와서 진통이 참을만할 때까지는 새벽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병원에 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남편이 안쓰러워 병실에 있는 TV를 보며 편히 쉬라고 했는데, 진통이 심해지면서는 손이랑 발을 아주 세게 주물러 달라, TV 좀 제발 꺼 달라, 시원하게 해 달라. 이것저것 부탁과 짜증이 늘어나더라고요.
진통 때마다 몸이 비비꼬이고 숨을 잘 쉬지 못해, 태아의 심박수가 떨어지는 상황도 있어서 간호사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진통 때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 고통스러웠어요.
그때마다 먼저 출산해 본 친구가 말했던 배 속의 아가는 지금 엄마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말을 떠올리며 가까스로 참아냈어요.

오후 4시경이 되어 자궁문이 몇 cm 열렸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 촉진제를 통한 유도분만을 시도하고 1~2시간 안에 출산하지 못하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진통이 안 올 때 남편의 부축을 받아 분만실로 이동하여 분만 침대에 누웠어요.
생각보다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분만실 분위기와 흘러나오는 음악에 ‘이곳이 후기에서 말한 그곳이구나.’ 생각하며 아픔을 잊으려 음악이나 다른 환경에 집중해 보려 했지만 진통의 아픔을 이길 수는 없더라고요.
또 병실에서는 너무 더웠는데, 분만실에 오니 온 몸이 달달 떨려서 진정이 되지 않았어요.
원장님께서는 준비를 하시며 그동안 전문가를 통한 순산체조와 분만 호흡법을 잘 배워뒀는지 질문하셨어요.
진통을 겪으며 당황해 하는 저희 부부가 “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때까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솔직히 순산 체조는 열심히 했지만 호흡법은 따로 배우지 못했다고 말씀드렸지요.
먼저 출산을 경험한 친구들이 호흡법을 미리 배워도 실전에서는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며, 간호사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만 하라고 일러주었거든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분만 호흡법을 미리 인지하고 가는 것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저처럼 진통 시 호흡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태아 심박수가 떨어질 수도 있고, 힘주기도 제대로 못할 수도 있으니 꼭 호흡법을 미리 알아두세요.

분만대에 누워 본격적으로 힘주기를 하기 전,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든다고 말씀드리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소변을 빼내 주셨어요.
그리고 임신 후기 때부터 걱정되었던 출산 중 ‘대변을 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현실이 됐지요.
진오비 출산 후기에 대부분 관장을 하지 않았다고 되어있어 만약의 상황에 눈치 없이 대변이 나와 버리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힘주기를 시작하고 대변을 보는 참사를 겪었어요.
그래도 진통의 고통이 너무 커 간호사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창피하다거나 지금 이 상황에서 왜 대변이 나오는지 하는 생각은 아주 조금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간호사 선생님께서 민망하지 않게 바로바로 처리해 주세요.(정말 감사합니다...)

촉진제를 맞고 한 두 시간 안에 분만에 성공해야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원장님의 말씀으로 이제 정말 조금밖에 남지 않았구나 생각하며 힘주기를 했어요.
남편이 옆에서 힘줄 때마다 같이 호흡해 주어서 정말 많은 힘이 됐어요.
중간에 몇 번은 더 이상 못하겠다고 소리쳤는데, 결국은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자신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얼마쯤 지났었는지, 원장님께서 흡입기를 들여오라 하시는 목소리가 들리니,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되고 ‘힘을 더 잘 주자!’ 하는 자극을 받았어요.
그렇게 또 얼마간의 시간과 힘주기가 지나가고 드디어 원장님께서 남편에게 캠코더의 작동법을 알려주시며, 소독된 녹색 천을 만지지 말라는 주의사항과 함께 제 배 위에 녹색천이 깔렸어요.
‘아.! 드디어 우리 모모(아가 태명)를 만나는구나!’ 정말 없는 힘까지 짜내어 몇 번의 힘주기를 더 하니, 무언가 쑤욱! 나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말 살아가면서 가장 후련하고, 행복하고, 감동적이고... 이런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순간이었어요.
“나온 것 같아!”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남편이 옆에서 모모와 함께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나중에 원장님께서 주신 USB를 통해 출산 영상을 확인해 보니, 감동하여 울던 남편은 경황이 없었던지, 우리 모모는 찍지 않고 모모가 태어난 후 몇 분간 제 얼굴만 카메라를 비추고 있었어요.
땀과 울음 범벅이 된 제 큰 얼굴만 화면 가득 차 있더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출산의 감동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고 소중하고 귀한 선물 주신 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분만과 진통보다 절개한 회음부를 봉합하는 등의 후처치가 더 아팠다는 분들도 있던데, 저는 후처치하는 동안에는 아무렇지도 않더라고요.

잠시 제 배위에 올려있던 모모는 목욕을 마치고 분만실로 들어와 처음으로 세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3층 분만실에서 4층 입원실로 이동을 했는데, 귀에서 이명이 들리며 멍하는 느낌이 들어 중간에 의자에서 잠시 쉬었다가 원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입원실로 이동했어요.
이렇게 2박 3일 동안 모자동실에서 지내며 남편과 함께 모모를 온전하게 돌보는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산후조리원에서는 신생아실과 산모 방이 떨어져있어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고 마음이 허전하더라고요.).

세상 가장 큰 선물을 안겨주신 진오비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주변 지인들이 조금 특이한(?, 저는 특별하다고 말하는) 산부인과에 다니는 것 같다고 말 할 때에도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한결같은 심원장님.
진료 받으러 찾을 때마다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시던 외래 간호사선생님들과 초음파 실장님.
2박 3일 동안 낮, 밤 세심하게 살펴주시던 간호사 선생님들.
(특히 출산을 도와주신 단발머리에 어여쁜 간호사 선생님. 성함을 몰라 죄송해요^^;)
식사 챙겨주실 때마다 모모 귀엽다고 안아주시고 예뻐해 주시던 식당 이모님.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산후조리원에서는 시간이 많고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을 줄 알고, 몇 권의 책을 가지고 들어왔는데, 모유수유를 하느라 하루하루가 금방 지나가네요.
그래도 그 중 읽었던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서효인 작가의 <잘 왔어 우리 딸>이란 책으로, 시인인 작가가 다운증후군 딸을 낳고 함께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에요.

댓글

감사합니다~^^  등록시간 2018-04-17 22:56
예쁜 딸 출산 축하드려요~ 읽다보니 저도 분만실 입원실이 다 떠오르네요. 저도 진통중에 양수가 폭 하고 터져서 침대에 누워 진통을 견뎠는데 너무너무 아팠던 기억이... ㅜㅠ  등록시간 2018-04-12 15:10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dyoon [2018-04-27 03:13]  hanalakoo [2018-04-12 15:09]  daphne [2018-04-11 06:12]  zoomooni [2018-04-10 12:39]  podragon [2018-04-09 16:25]  심상덕 [2018-04-09 10:30]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스마트폰 모드|진오비 산부인과

© 2005-2024 gynob clinic

빠른 답글 맨위로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