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손편지와 함께 건넨 첫 선물이 마카롱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찾아온 첫 선물인 이 아기의 태명은 카롱이가 되었고, 사랑스런 카롱이와 뱃속에서 함께 하는 시간은 금방 지나고 어느새 그 선물이 내 눈앞에 있다.
예정일을 열흘 더 앞둔 일요일. 일찍 나올 수 있다는 원장님의 말에 주말 데이트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맛있는 아침과 차를 마시고 나오는 길에 양수가 새는 느낌이 들었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양수가 많이 부족한데 양수가 터져서 큰일이라는 말씀과 함께 바로 입원하여 침대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원장님의 말씀. 아침 일찍 피곤한 몸을 이끌고 괜히 돌아다녔다는 후회와 함께 24시간내로 진통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할 수도 있다는 말씀에 걱정이 밀려왔다. 유도분만은 정말 안하고 싶었는데 내 배는 하나도 아프지 않고.. 좌절..
3~4시경. 진통이 긴 간격으로 이따끔씩 찾아온다. ‘아, 이런게 진통인가봐!’ 신기한 마음으로 진통이 반가운 순간이다. ‘카롱아, 엄마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니 카롱이 안아프게 잘 준비해서 낳을 수 있을거야’ 하고 최면을 걸기 시작.
6~7시반경. 진통이 10분 간격으로 오기 시작했고 3분정도 지속되는 진통은 생각보다 많이 아팠다. 신랑 손 꼭 잡고 손맛사지 받으면서 긴 호흡으로 진통을 견딘다. 태동검사를 받고 나서 간호사님께 보통 이런 경우 얼마나 더 진통하냐고 여쭤보니 초산인 경우 1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흑... 그렇게나 오래 더 아파야 되는구나. 엄마가 되는 일은 정말 힘들구나 생각하고 진통이 올때마다 진통 어플로 열심히 주기를 체크.
8시. 태동검사에서 10분 정도였던 진통은 검사가 끝나자마자 2~3분으로 잦아들었고 아기가 나올 것처럼 배가 진짜 아프고 힘을 주고 싶어졌다. 너무 아파서 신랑 손을 놓으면 진통을 참기가 어려워서 겨우 전화로 당직 원장님을 불러 내진을 받았다. 깜짝 놀란 선생님. 1~2시간 내로 아기가 나올 것 같다고 하시며 분만실로 가자고 하신다. ‘아! 잘 진행될 줄 알았어.’ 하는 기쁜 마음과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분만실로 가지?’하는 마음이 번갈아 나타났다.
원장님도 호출을 받고 분만실로 오시면서 ‘새벽에나 나올 줄 알았는데 빨리 진행됐네요.’ 말씀하신다. 언제부터 힘주고 싶었냐고 물으시는데 너무 아파서 대답만 겨우겨우 했고 배에는 아기가 나올 것처럼 힘이 들어갔다. 너무 빨리 진행되면 회음부 파열이 있으니 절대 힘주지 말고 호흡하라고 겁을 주신다. 하지만 자꾸 나오려는 카롱이와 밀어내지 않으려는 엄마의 힘조절은 어렵기만 하다. 책에서 본 아기를 밀어내는 복압호흡과는 완전히 다른, 짧은 호흡으로 천천히 나오라고 ‘후아후아’. 무지막지한 진통 뒤에 아가가 나올때는 다행히 힘이 안들어가서 원장님이 시키는대로 신랑 손 잡고 호흡. 원가 뜨거운 느낌이 들면서 머리가 나오는 느낌, 어깨가 나오는 느낌, 몸이 다 나온 느낌이 생생할 때쯤 들리는 카롱이 울음소리. 8시 48분, 우리의 아름다운 딸램은 세상에 나왔다. 그제야 이런 산모가 둘째는 병원 오는 길에 낳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는 원장님의 농담에 웃음이 지어진다. 신랑이 챙겨준, 분만시에 아기를 밀어내는 힘을 더해주고 아기가 부드럽게 나오도록 해주는 한약이 효과가 있었던걸까(원장님 싫어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어요) 분만이 무서워서 매일 챙겨했던 요가가 도움을 주었을까. 어쨌든 나의 분만은 카롱이와 나를 아껴주는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났다.
신랑이 옆에서 원장님이 알려주시는 대로 호흡 가르쳐주고 손잡아 주지 않았더라면 너무도 힘들었을 시간.
오늘이 신랑이 옆에 있었던 일요일이라 너무도 감사하고 이렇게 나와 진오비의 호흡이 잘 맞았던 것도 감사하다. - 양수가 터진 다음 바로 입원하여 진통이 빨리 진행되었음에도 원활하게 진료를 받은 것도 감사하고 - 원장님께서 새벽쯤에야 다시 나오시려고 댁에 돌아가셨으나 나의 급속도로 진행되는 타이밍에 맞춰
와주셔서 나의 순산을 이끌어주셨던 것도 감사하고(원장님이 늦게 오셔서 나혼자 힘주고 있었으면
회음부 파열이라는 끔찍한 악몽이 생기지 않았을까. 일요일인데도 못쉬고 고생하는 산모를 위해
대기하시는 원장님, 너무 수고 많으시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라도 휴가를 더 쓰고 싶어서
팀장님 눈치를 보던 제 모습이 부끄러워지네요.) - 회음부 절개를 하지않고 가능한 한 천천히 아기를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 카롱이가 나오자마자 엄마의 가슴에 올려주셔서 조막만한 카롱이를 바로 않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이 시간은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원장님께서 처치하는 동안 나는 아가를 가슴에 올려놓고
카롱이에게 고맙고 너무 예뻐서 행복하다고 종알종알 떠들었다. 지금에와 생각해보니 신랑에게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못하고 우리 아가만 눈에 들어왔던 그 시간이 신랑에겐 살짝 미안하다. - 태맥이 끊긴 다음 아빠가 탯줄을 자르게 해주셔서(원장님, 이것 어떤 이유와 원리 때문에 이렇게 하나요?
자연출산 초보 엄마임) 감사하고 - 일인실이어서 내원할 때 아직 진통이 없던 나에게도 편안하게 진통을 기다릴 수 있게 해주었으며 - 신생아실보다는 개인 병실에서 아가를 볼 수 있는 모자동실이어서 우리 아가를 밤새 곁에
두고 볼 수 있었다.
좋은 분들을 만나고 좋은 병원을 만나서 행복한 출산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나의 복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출산후기를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