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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에 글을 쓰는 날이 드디어 오네요.

지난 겨울 임신 확인을 하고, 그 후로 임신기간 진료를 받으면서도 과연 진오비에서 무사히 출산을 할 수 있을 지 걱정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심원장님께서 최악의 상황까지 항상 염두 해 두시기때문인 것 같아요. 초기에는 임신전부터 있던 자궁근종이 커지면 분만 시 과다출혈 우려가 있으니 지켜보자고 하셨고, 임신 중기에는 전치태반 가능성도 있었지만 무사히 잘 지나갔습니다.

매 진료때마다 무심한듯 세심하게 태아 상태나 산모 상태를 체크해주셔서 신랑과 항상 안심하며 진료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가장 가깝기도 했고, 제가 출산직전까지 근무를 한 탓에 가까우면서도 믿을 수 있는 병원이라는 점이 가장 안심이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업무 시간도 불규칙적이어서 막달 무렵 병원에서 진행한 산전요가 수업은 토요일 근무 중간에 후다닥 다녀갔던 기억도 나네요. (요가 수업 해주신 간호사님도 너무 감사합니다^^*)

원장님이 늘 운동을 강조하셔서 임신 초기 이후부터 운동을 꾸준히 했고(임신전부터 하던 필라테스와 후기에는 아쿠아로빅 및 산전체조) 체중조절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덕분에 임신전보다 더 건강해진 느낌이었는데...그래서인지 아기가 많이 커서 낳을때 고생을 했네요.

아기머리는 꾸준히 크더니 막달에도 아기머리가 크니 분만 시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지속적으로 해주셨지만, 막상 예정일을 채워가다보니 자연분만 시도 하다가 수술하는 최악의 경우가 자꾸 떠올라 너무 두렵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임신한 친구는 2킬로대로 예정일도 안채우고 낳은 걸 보니 더 초조 했구요. 예정일 3주 정도 앞둔 진료일에 미리 유도분만을
해야하는지 넌지시 여쭈어봤는데, 주수 덜 채우고 유도분만 할 경우 실패율이 높다는 팩트폭격을...ㅠ 저를 열 달 동안 봐주신 원장님을 믿고 마음의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나네요.

예정일을 2주 정도 앞두고 출산휴가를 시작하니 할 일도 없고해서 아기가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길 바라면서 하루에 만보 정도는 꾸준히 걸었습니다. 어떤 날은 하늘공원 노을공원 정상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아기가 나올 기미는 안보여서 절망...

예정일 하루 앞두고 마지막 검진을 받았는데 아기 나올 기미는 여전히 없는지 원장님께선 며칠 더 기다려보고 유도분만을 하자고 하셨습니다. 애가 나오고 싶을때 나오겠지, 마음을 다 비우고 가족들과 맛있는 것 먹고 경희궁 산책도 하고 낮잠을 자며 마음을 추스렸습니다. 친정에서 낮잠 잘 자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운동을 더 할 지 말 지 이상하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혹시모르니 좀 걷자싶어서 월드컵공원 호수를 서너바퀴 돌고 길을 잘못 들어 하늘공원에 오르는 계단 초입까지 갔는데 배뭉침이 좀 잦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분 탓인가 하며 하늘공원 정상에 올랐고(하늘공원 정상까지는 약 15층 정도입니다) 노을지는 상암동과 한강을 한참 바라보았네요. 그러고도 배뭉침이 계속되어서 이상하다 생각하며 맹꽁이열차를 타고 내려와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배뭉침이 심해져 배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어 그때부터 진통어플로 주기를 체크했어요. 배가 하도 뭉치니 낮에 잔뜩 먹은 음식들은 자연관장처럼 두 세번에 걸쳐 다 빼낼 정도였죠. 아 이게 가진통인가? 하면서 계속 체크를 하는데 진통주기가 5-8분 간격이라 밤12시까지도 계속 그러면 병원에 가보자 마음먹고 야밤에 신랑이 해준 스팸김치볶음밥을 먹었네요(이게 출산 전 최후의 만찬일 줄이야)

자정 쯤 병원에 전화를 하고 와서 태동검사를 했는데 이상하게(?) 병원에 오니 진통횟수가 확 줄더라고요(병원 침대의 적당한 경사가 매우 편한 것;;;) 내진
결과 자궁문이 전혀 안열렸다고 아침9시에 식사하고 입원하라고 하셔서 슬픈 마음으로 집에 왔습니다. 그런데 집에 온 이후부터 진통 강도도 높아지고 주기도 너무 세져서...어플로 체크할 정신도 없었습니다. 짐벌 위에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고 비몽사몽인 신랑에게 감통자세도 하라고 하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습니다. 생리통보다 훨씬 강한 통증이라고 보면 되는데 돌이켜보니 이건 약과였네요^^;

진이 다 빠진 채로 아침이 되었고 밥 먹을 기력도 없이 아파서 피난민처럼 이불을 둘둘 말고 오전 9시에 병원으로 갔습니다.

오전9시
진통은 지난 밤보다 강해졌고 자궁문이 2-3센티 열리고 자궁경부도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오후에 나올 거 같은데 3-4시까지 안되면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고 마지막까지 팩트폭격을 하신 원장님ㅠ

오전10시쯤
촉진제 투여하고 한시간이 지났는데 자궁문은 여전히 그대로 였고 간호사님이 진통세기 어떠냐 물으셔서 1-10중에 7,8정도인거 같다했더니 으흠...그럼 안되는데...라고 의미심장한 대답을(나중에 그 이유를 너무 정확히 알게됨) 남기고 원장님 다시 오셔서 촉진제 더 세게 얼리고 지켜보는데 2-3시간안에 진행 더디면 수술해야한다고 하시고 나가심

이때부터 진통강도 훨씬 강해지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아픔이 시작됨.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지만(쇼미더머니 재방송을 시작부터 틀어 놨는데 안끝난 걸 보니 한시간 반도 지나지 않았구나 싶었네요) 신랑 손을 잡으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진통을 겪었고 다시 원장님 내진 조금 더 진행됐고 양수 터졌으니
더 빨리 진행될 거라고 하심. 이때가 5-6센티 열렸던 건지 기억이 안나네요.

그 후 진통이 몰려올때마다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신랑 팔을 쥐어 뜯으며 진통. 밖에서 요가 수업 중이었는데 다들 제 소리에 공포에 떨었다는 간호사님 말씀. 소리지르면 아기 호흡 못하고 진행도 늦어진다고 하는데 도저히 안지를 수 없었네요. 정말 이대로 계속되면 죽는 게 낫겠다...싶을때 진통제 놔주시면 안되냐고 애원하니 원장님이 소리 지르면 소용없다고 안지르고 쉼호흡 잘 한다고 약속하면 놔주신대서 거의 울면서 약속하고 악으로 겨우겨우 참고 진통제
주사 맞았음. 플라시보효과일 수 있지만 고통이 약간은 약해진 느낌에 소리 덜 지르고 신랑과 같이 쉼호흡하며 견딤.

낮12시반쯤
원장님이 이제 한두시간 안에 아기 나올거라고 하시고 저보다 늦게 도착하신 듯한 산모 분 아기 낳는다고 분만실로 가심

낮1시쯤
큰 돌덩이가 곧 나올 거 같은데 나와야할 벽은 막고 있는 미칠듯한 상태로 거의 1분간격 진통이 오는데 중간중간 나른한게 졸리고 낳기만낳아봐라 몇시간이고 자야지 생각하다가 잠시 기절했다 진통오면 깼다 한 것 같네요. 간호사샘이 신랑에게 산모 혼절안하게
잘 깨우라고 하시는 말 얼핏 듣고...분만 마치고 오신 원장님이 얼른 일어나라고 진통 잠깐 없을때 분만실로 가야한다고 일으킴. 분만실까지 10걸음 될까요 아직 요가수업 중인 걸 보고 13시쯤이구나 짐작함

분만실은 요가수업때 미리 투어하며 설명 들었던 곳이라 바로 분만의자에 잘 앉았고, 당장 낳고싶은 느낌인데(이땐 정말 수박이 나올 거 같았음) 원장님 영상 세팅하시고 그 날은 다큐 찍는 팀이 왔다고 촬영가능 여부 확인하시는데 대답할 힘 없는 와중에도 얼굴은 가려달라고 했네요;;(저도 동종업계 종사자라...다큐 나오면 알려주세요!) 원장님 카메라 두 대 슬레이트까지 박수 직접 치시는 소리 듣고 분만 시작
요가수업과 필라테스할 때 배웠던대로 상체를 약간 올리고 배에 힘을 주고 끄으으으응! 샘이 신호 주실때마다 끄으으으응! 이 앙 물면 잇몸 다 상한다고 할머니처럼 앙 다물라는 말 생각하며 진짜 이번엔 끝내자는 심정으로 끄으으으으응! (나중에 출산동영상 보니 4-5번 힘주기 했더라고요)

2019년 9월 21일 토요일 13:45 임신40주0일
머리는 크지만 임신기간 입덧도 없고 특별히 힘들게 한 일 없었던 우리 딸 구월이가 태어났습니다.

배 위에 올려주시고 후처치하시는데 아기가 신기해서 후처치 느낌은 잘 안 들었어요. 신랑 감격해서 우는데 저는 애가 왜 아빠만 닮은 거지? 그런 생각하며 계속 뜯어봤네요.

정신이 약간 돌아오니 소리 지르며 민폐끼친 것도 죄송하고 간호사샘 원장님 모두에게 감사하단 생각만 들더라고요. 진오비 분만실은 소문대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후처치 후 대기 중에도 신랑이랑  편하게 있었네요.

제가 출산한 전날에도 세 분이나 출산을 하셔서 4층 입원실로는 못가고 진통했던 3층 입원실에서 그대로 첫날 밤을 보냈어요. 짐승처럼 진통했던 곳에 아이와 신랑과 셋이 함께 있으니 기분이 묘했어요. 모자동실이라 진흙같은 아이의 태변도 보고 아기를 계속 볼 수 있어서 몸은 힘들지만 행복했어요. 덕분에 아이아빠는 수유와 기저귀갈기 속싸개 싸기 마스터하고 퇴원했구요~

지금 출산 5일차 회음부 꿰맨 부분때문에 힘든 것 빼곤 몸상태가 좋습니다. 조리원 와서도 허둥대지 않고 병원에서처럼 모유수유 계속 하고 있어요(출산교실에서도 들었고 병원에서도 해보니 아기가 젖을 잘 물어서 칭찬받았어요)

열 달 동안 과잉진료 없이 원칙대로 진료해주신 원장님, 항상 친절하게 맞아주신 외래 간호사님들, 입원 후 밤새 케어 해주신 수술실 간호사님들, 맛있는 식사 챙겨주신 이모님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건강한 아기 무사히 출산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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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별이엄마 [2019-09-26 18:45]  podragon [2019-09-25 16:56]  심상덕 [2019-09-25 14:39]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9-09-25 14:47 |전체 글 보기
안녕하세요.
저희 병원에서 출산하시는 분이 한달에 15분 정도 밖에 안되어 이틀에 한명 정도 꼴로 출산을 합니다. 그런데 출산하신 그 전날 갑자기 3분, 출산하신 당일에 2분이 출산하는 탓에 화장실 딸린 4층 병실로 못 올라가고 3층 병실에서 지내시게 되어 불편했을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 보면 출산 진통하시는 분이 그렇게 몰려서 오시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진통하면서 힘든 것치고는 비교적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잘 견디어 다행입니다.

다큐에는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는데 이전에 다른 분 찍어 놓은 것이 있기도 하고 아마 경황 없는 중에 잠깐 찍은 탓에 안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야 뭐 PD님께서 취사 선택하는 것이라 저도 잘 모릅니다만.  
참고로 KBS 다큐 공감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으로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하는 방송이라고 합니다. 방영 날짜는 다음달 13일이 될 것 같다고 하네요.  
출산 후기와 촬영 협조 모두 감사드립니다. 조리 잘 하시고 행복한 육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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